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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철수, 소득차등화 보편복지 내세워야"

[대선쟁점 일문일답] <8> 안철수가 보완해야 할 전략과 정책들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대선출마에 대해 "고맙고, 안쓰럽다"고 표현했습니다. 후발주자 역할을 해본 사람의 동병상련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도 유시민 전 대표와 유사한 시선에서 쓰였습니다.

1. 안철수 대선후보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경제 멘토로 영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을 보면 그가 민주당과 유사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민주당보다는 더 중도를 포용하려 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가 이헌재 전 부총리를 영입한 것은 아마도 그의 중도 포용 의지가 반영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2.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이헌재 전 부총리 영입을 결정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우리 사회에는 부동산 경착륙 유도론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보수 쪽에서는 이헌재 전 부총리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있고, 진보 쪽에서도 일부 학자들이 그런 주장들을 하고 있습니다. 안 후보가 이런 사람들의 주장에 지나치게 비중을 둔 나머지 이헌재 전 부총리를 영입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안 후보의 책, <안철수의 생각>을 보면 일부 학자들의 견해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준비 기간이 짧은 부작용이 이헌재 전 부총리 영입 논란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3. 안 후보는 어떤 식으로든지 이헌재 전 부총리 영입 논란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신중하기로 소문난 안 후보가 대선을 3개월 앞두고, 보수적 성향을 이유로 자신이 영입한 인사를 내보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이헌재 전 부총리 스스로 물러나는 것입니다. 그가 진정으로 안 후보를 돕고 싶다면 그런 선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 그게 어렵다면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대선캠프는 단결이 생명인데, 자칫 이헌재 논란이 세력다툼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누군가 총대를 메게 된다면, 안 후보는 그에게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결단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4. 안 후보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부드럽기 때문에 그런 결단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법합니다.
⇨ 안 후보는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형 인물이기 때문에 충분히 결단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자주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산토끼에 욕심을 내다 집토끼까지 잃는 실수'인데 안 후보가 그런 실수를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중도를 포용하며 민주당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다수의 집토끼들을 잃을 수 있습니다.

5. 안 후보가 쌍용차 문제에도 더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안 후보는 중도와 진보를 모두 아우르는 행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 정동영 전 대표처럼 쌍용차 노조의 입장을 전면적으로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쌍용차 문제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명분과 대안이 뚜렷하기 때문에 안 후보에게는 실보다 득이 훨씬 더 큽니다.

6. 며칠 전 쌍용차 국회청문회에서 새누리당은 이 문제의 책임이 참여정부에 있다고 했고, 민주당은 MB정부에 있다고 했습니다.
⇨ 부분적으로 양쪽에 일정 정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안 후보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내놓으면 실보다 득이 크다고 하는 것입니다.

7. 쌍용차, 쌍용차 하는데 지난 십여 년간 이 회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 이 회사는 1988년 쌍용그룹에 인수된 이후 10여 년간 과감하게 투자를 늘려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독일 벤츠와 기술제휴를 하여 무쏘, 코란도, 체어맨 등을 출시한 것이 바로 이때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대우자동차에 인수되었고, 1999년에는 워크아웃 대상이 되었으며, 2000년에는 대우에서 분리되어 채권단 관리 아래로 들어갔습니다.

8. 채권단 관리 하에서 쌍용차의 경영상태는 상당히 좋아졌다고 들었습니다.
⇨ 채권단 관리 하의 쌍용차는 2002년에 3200억 원의 순이익을 냈고, 2003년에는 사상 최고치인 5900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경영정상화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2004년 10월 채권단이 쌍용차를 중국 국영기업인 상하이차에 넘기면서 비극이 시작되었습니다. 상하이차가 노조와 약속했던 투자는 하지 않고, 기술만 빼돌리고 인력감축에만 주력했기 때문입니다.

9. 2004년 상하이차가 노조와 어떤 약속을 했습니까?
⇨ 쌍용차가 상하이차에 인수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노조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상하이차가 투자는 하지 않고 기술만 빼돌리고 인력감축에만 주력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자 상하이차는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노조에게 특별노사합의서를 써 주었는데, 그 주요 내용은 4000억 원을 투자하고 30만 대 생산설비를 구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합의가 지켜지기는커녕 상하이차는 경비절감을 한다며 국내외 영업망과 A/S 센터를 대폭 축소했고, 생산량도 15만 대(2003년)에서 8만 대(2008년)로 줄였습니다.

10. 결국 쌍용차는 2009년 1월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5월에 2646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는데요. 그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 상하이차 지배 하에서 기술개발과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해 경영위기가 왔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유가 급등으로 주력 차종인 SUV 차량의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자, 이 회사는 2009년 1월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정 관리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법정관리인들이 경영정상화라는 명분 아래 2009년 4월 전체 인력의 37%에 해당하는 2646명을 해고했다는 것입니다.

11. 노조 측은 사측이 정리해고를 하기 위해 사실상 회계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어떤 근거 하에서 그런 주장들을 하고 있는 건가요?
⇨ 건물이나 공장설비 등의 시장가치가 급락할 것이 예상될 때 장부에 기록하는 예비손실을 '손상차손'이라 합니다. 2008년 GM 대우가 장부에 기록한 건물, 공장설비 등의 손상차손(예비손실)은 28억 원, 르노삼성은 21억 원, 현대차는 0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쌍용차는 이 예비손실액을 5177억으로 부풀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예비손실액 뻥튀기 결과로 부채비율이 187%에서 561%로 치솟자 이를 근거로 쌍용차 전체 인력의 37%에 해당하는 2646명을 대량 해고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습니다.

12. 2009년 5월 2646명이 해고된 직후 파산법원은 쌍용차와는 다른 조사결과를 내놓았다고 합니다.
⇨ 2646명이 해고된 직후인 2009년 5월 파산법원이 쌍용차의 회생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실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쌍용차의 건물, 공장설비 등의 자산가치는 회사평가액보다 2배 가까이 더 높게 나왔습니다. 쌍용차가 건물, 공장설비 등의 예비손실액을 5000억 가까이 부풀려 이것의 시장가치가 5252억 원에 그친다고 평가한 반면, 파산법원은 그것이 1조 1억 원이라고 평가한 겁니다. 노조 측은, 이것은 사측이 정리해고를 하기 위해 사실상 회계를 조작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3.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 지금까지 나온 여러 가지 정황을 토대로 판단해 볼 때,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매각한 것도 잘못되었고, 또 근로자들을 대량으로 해고한 것도 잘못되었습니다. 참여정부와 MB정부 모두 일정 정도 책임이 있는 겁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특히 이 문제는 두 정부에 모두 일정 정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안 후보 진영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14. 쌍용차가 상하이차로 매각되는 시점이 공교롭게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재임시기와 겹칩니다.
⇨ 안 후보 캠프가 쌍용차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이헌재 전 부총리에게 누가 되고 결과적으로 안 후보에게 누가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면, 그 캠프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누군가 정치를 제대로 하려면 모든 정치행보에 득과 실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모르면 정치를 해서도 안 됩니다. 쌍용차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이 안 후보에게 실보다 득이 더 크기 때문에 권하는 것입니다.


ⓒ프레시안(손문상)

15. 박 후보나 문 후보는 선발주자이기 때문에 선점한 의제들이 꽤 있는데, 안 후보에게는 그런 것이 별로 없습니다.
⇨ 안 후보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시대상황과 현실적 여건에 맞춰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전략적으로 조합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대표작품으로 구체화한다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16. 시대상황과 현실적 여건에 맞춰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전략적으로 조합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 즉 OECD 평균의 복지를 하려면 연간 140조 원 이상의 복지재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겨우 연평균 10~16조 원 정도의 복지재원조달방안을 만들어 놓고 선진국 수준의 복지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시대상황과 현실적 여건에 맞춰 보편 복지와 선별 복지를 전략적으로 조합하겠다는 안 후보 주장이 설득력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7.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확보한 연평균 10~16조 원의 복지재원으로는 어떤 복지를 어느 정도 늘릴 수 있을까요?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민주당 대선후보라면 대학개혁과 등록금 지원에 3조 원,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근로장려금 지원에 3조 원, 의료복지에 3조 원, 보육복지에 2조 원, 차상위계층 지원에 2조 원, 주거복지에 2조 원, 기타부문에 1조 원을 투입하겠습니다. 연평균 16조 원의 복지재원으로는 확대할 복지가 많지 않습니다.

18. 더 적극적인 조세재정개혁을 통해 연평균 30조 원의 재원이 확보된다면 어떤 복지를 어느 정도 늘릴 수 있을까요?
⇨ 역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대선후보라면 30조 원 중에서 대학개혁과 등록금 지원에 5조 원, 일자리 창출과 근로장려금 지원에 5조 원, 의료복지에 5조 원, 보육복지에 3조 원, 차상위계층 지원에 4조 원, 주거복지에 3조 원, 기타부문에 5조 원을 투입하겠습니다. 연평균 30조 원의 복지재원으로도 확대할 복지가 많지 않습니다.

19. 담뱃값을 현재보다 1000원 정도 인상하면 상당한 세수가 확보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우리나라 1년 담배소비량은 900억 개비(45억 갑)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현행 1갑당 354원인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을 1354원으로 인상할 경우 약 4조 5000억 원의 재원이 확보됩니다. 만약 담배가격 인상으로 담배소비량이 800억 개비(40억 갑)로 줄어든다면, 이를 통해 확보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 수입은 4조 원이 될 것입니다.

20. 여러 가지 세목 중에서 담배에 붙는 세금의 역진성이 가장 커서 이를 인상할 경우 저소득층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 담뱃값을 인상하기 전에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을 인상하는 것이라면 담뱃갑에 경고사진을 1년 이상 붙이는 노력부터 해야 합니다. 둘째, 정부가 우선적으로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부자증세를 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셋째, 담뱃값 인상분 전액이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으로 채워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기업에 엄청난 특혜만 줄 수 있습니다.

21. 대기업에 엄청난 특혜만 준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 담뱃값이 100원만 올라도 국내 담배회사 대기업의 순이익이 14% 이상 오른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더라도 그 인상분 전액이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으로 채워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기업에 엄청난 특혜만 줄 수 있습니다.

22. 보육복지가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공약이 보육수급대란과 보육재정대란을 가져왔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 박 후보가 집토끼보다 산토끼를 사냥하는 데 재미를 붙여 지속적으로 민주당 흉내 내기를 하다 수렁에 빠진 것이 바로 '0~5세 무상보육공약'입니다. 이 공약은 민주당 공약보다 더 무상복지에 근접한 것인데요. 시대상황과 현실적 여건에 전혀 맞지 않는 공약입니다. 결국 이 공약은 보육수급대란과 보육재정대란을 불러오고야 말았습니다. 안 후보는 이 황당한 사태를 합리적으로 극복하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자신만의 대표 상품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23. 보육복지와 관련해서 안 후보가 가장 우선적으로 제시해야 할 공약은 어떤 것입니까?
⇨ 예산이 적게 들면서도 그 효과가 매우 큰 것부터 공약화하는 게 좋습니다. 지금 보육복지 전문가들은 공공보육시설 비중을 30%로 올리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이것을 실현하려면 5년간 약 5조 원의 예산이 들어갑니다. 이 공약은 해마다 1조 원씩만 투입하면 되기 때문에 박 후보의 무차별적인 보육복지공약에 비해서 현실성이 매우 높습니다.

▲ 안철수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24. 공공보육시설 비중을 30%로 올리는 데 5년간 매년 1조 원씩만 투입하면 된다는 근거가 있나요?
⇨ 최근 우리나라 공공보육시설은 모두 2000여 개이고, 그 비중은 5% 정도입니다. 이것을 30%로 올리려면 1만 2000개의 보육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1만 개만 더 늘리면 됩니다. 공공보육시설 1개 건설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수치들이 나오고 있으나, 평균적으로 5억 원이면 충분합니다.

25. 박 후보의 무리한 공약이 보육수급대란과 보육재정대란을 불러왔는데, 거기다 매년 1조 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고 하면 재정문제는 더욱더 심각해지는 것 아닌가요?
⇨ 박 후보가 집권한다 해도 5년 안에 0~5세 무상보육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에게는 그것을 감당할 재원조달방안이 없습니다. 또 복지정책에 보육복지정책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어렵습니다. 나중에 그 누가 집권한다 하더라도 박 후보식 보육복지정책은 전면적으로 수정되어야 합니다.

26. 박 후보의 보육복지공약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나요?
⇨ 보육시설이 있는 지역 영유아에 대해서는 1인당 연간 400~500만 원씩 지원하고, 보육시설이 없는 지역 영유아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이런 엉터리 시스템이 옳다고 전제하고, 이런 엉터리 시스템에 연간 10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입니다.

27. 어쩌다 보육복지 시스템이 이런 엉터리가 되었나요?
⇨ 민간보육시설 운영자들의 저항이 낳은 촌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민간보육시설 운영자들은 공공보육시설 확대를 적극적으로 저지해 왔습니다. 공공보육시설이 확대될 경우 영세한 자신들이 시장에서 도태될 확률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부와 정치권은 공공보육시설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무상보육을 무리하게 추진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보육수급대란과 보육재정대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28. 현명한 정부였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요?
⇨ 제가 정부 책임자라면 민간보육시설과 빅딜(Big Deal)을 했을 겁니다. 보육료 지원 확대와 공공보육시설 확대를 맞바꾸는 겁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막무가내로 무상보육 확대부터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29. 민간보육시설의 권리금이 폭등하고 있다고 합니다.
⇨ 박 후보의 무리한 공약이 낳은 촌극입니다.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가 폭증하면 민간보육시설의 권리금이 폭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민간보육시설의 권리금이 폭등하면 공공보육료와 별도로 내야 하는 민간보육료가 급격히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30.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 일단 먼저 민간보육시설의 권리금 폭등 사태부터 막아야 합니다. 이것은 고소득층의 수요억제로 가능하며, 고소득층 수요억제는 소득차등형 보편복지로 가능합니다.

31. 소득차등형 보편복지란 어떤 것인가요?
⇨ 보편복지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전 계층에 100% 전액 지원하는 무상복지이고, 다른 하나는 전 계층에 지원하되 소득과 무관하게 일부 비용을 지원하는 복지이며, 나머지 하나는 전 계층에 지원하되 소득에 따라 지원액을 차등화하는 복지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복지가 확대되는 초기단계로 복지재원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이 중에서 세 번째 개념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의 보육수급대란과 보육재정대란은 보편적 복지 개념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데서 나타난 부작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32. 보육복지에서 소득차등형 보편복지는 어떻게 실현될 수 있나요?
⇨ 최근 인구추세를 보면 0~5세 인구는 270만 명(연령별로 대략 45만 명)으로 이들에게 매년 평균 450만 원씩 현물급여나 현금급여를 제공할 경우, 연간 12조 15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중 중상위 50% 계층에 대해서만 소득차등화를 한다면 12조 원의 1/4인 3조 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또 이를 통해 보육수급대란문제도 말끔하게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절약된 예산 중 매년 1조 원만 활용해도 5년 안에 공공보육시설 비중 30% 목표 달성은 무난합니다.

33.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 소득계층 10개 분위 중 중하위 50%에 대해서는 1인당 450만 원씩 총 6억 원을 지원합니다. 그리고 그 위의 계층인 6분위에 대해서는 80%를 지원하고, 7분위에 대해서는 60%, 8분위는 40%, 9분위는 20%, 10분위는 10%를 지원합니다. 이와 같이 소득차등화를 할 경우, 전원 무상보육을 할 때와 비교해서 6분위에서는 2430억 원, 7분위에서는 4860억 원, 8분위에서는 7290억 원, 9분위에서는 9720억 원, 10분위에서는 1조 935억 원, 도합 3조 5235억 원의 예산이 절감됩니다.

34. 극소수지만 일부 학자들은 소득차등화를 할 경우 막대한 행정비용이 든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 노무현 정부 때 소득에 따라 보육료를 차등지원하는 차등보육료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차등보육료 정책을 시행하면서 많은 행정비용이 들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정부를 포함하여 역대 정부가 무수히 많은 저소득층 정책을 시행했지만 그들을 선별하기 위해 막대한 행정비용이 들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35. 현재 정부의 보육료 지원예산은 유아교육비 지원액까지 합쳐서 모두 6조 원 규모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보건복지부와 교육과학기술부, 그리고 지자체들이 부담하는 보육료 지원예산을 모두 합하면 6조 원 정도 됩니다. 이것을 완전무상보육으로 전환하게 되면 소요예산이 12조 원이 되므로 6조원 정도가 더 소요된다고 보면 됩니다. 지자체도 지금은 2조 5000억 원을 부담하고 있지만, 완전무상보육이 될 경우 그 부담액은 지금보다 2배 이상 더 늘어날 것입니다.

36. 지자체들이 부자감세와 경기침체 때문에 재정위기로 치닫고 있는데, 연간 2조 5000억 원의 보육료 부담을 5조 원 이상으로 올릴 경우 엄청나게 저항할 것 같습니다.
⇨ 그래서 박 후보의 0~5세 무상보육 공약이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지자체의 경우 부동산 취득세에 대한 세수 의존도가 엄청나게 높습니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로 취득세 수입이 급감하자, 여기저기서 재정이 어렵다고 난리들입니다. 박 후보가 집권한다 하더라도 무상보육 지자체 부담액을 연간 2조 5000억 원에서 5조 원 이상으로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37. 학교급식은 전액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보육복지는 소득차등화로 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무상급식은 한 달에 1인당 5만 원 지원하는 겁니다. 이 정도 액수를 가지고 감수성 예민한 초중고생들의 가슴에 상처를 내면서 선별적 지원을 하는 것은 지나치게 좀스럽고 유치하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무상보육은 그 규모가 무상급식과는 전혀 다릅니다. 무상급식은 1인당 연간 50만 원 지원하는 것이지만 무상보육은 500만 원 가까이 지원하는 겁니다. 그 액수가 무상급식에 비해 10배에 육박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무상보육은 무상급식과는 다른 방식, 즉 전 계층에 지원하되 소득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식을 취해야 하는 겁니다.

38. 선진국들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보육복지는 소득차등화로 하고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은 가구 평균 소득의 3%를 보육료 상한선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저의 대안보다도 더 강한 소득차등화입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들도 소득 및 근로 유무, 자녀수 등에 따라 차등 지원하거나, 보편적 지원이라도 저소득층에 대한 별도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39.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아동수당을 소득과 무관하게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선진국들의 아동 수당은 대부분 1인당 월 10~20만 원입니다. 우리나라와 1인당 GDP 차이 고려하면 5~10만 원 수준입니다. 이렇게 액수가 크지 않기 때문에 아동수당을 소득과 무관하게 지급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복지수준이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가 소득과 무관하게 월 40만 원 내외의 보육료를 지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40. 마무리합니다. 안 후보가 대선 경쟁 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 첫째, 후발주자인만큼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를 보완하려면 정치력과 인재 영입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인재를 물색하고, 그와 더불어 적극적인 인재 영입에 나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선 승리는 어려울 것입니다. 최근 정치권을 보면 의외로 소외된 인재들이 많습니다. 안 후보에게는 불행 중 다행이라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잃지 않는 정치적 수완이 필요합니다. 만약 안 후보가 소득차등화 보편복지를 자신의 대표상품으로 내세울 경우, 집토끼와 산토끼에게 모두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전 계층을 대상으로 한 보편복지를 지향했으므로 집토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소득차등화로 중도보수의 우려를 불식시켰으므로 산토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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