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4월 부인의 공천비리 뇌물수수 파문으로 한동안 여의도를 떠나 있던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이 10일 의정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그간 '참정치운동' 등 도덕성 강화를 통한 이미지 쇄신을 천명해 왔던 한나라당의 강재섭 지도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한나라당을 제외한 여야 정치권은 일제히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며 분명한 태도를 밝힐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례없는 위기국면에 역할과 소명감이 있어…"
김덕룡 의원은 10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지금 나라 안팎이 북한의 핵실험으로 거대한 격랑 속에 휩싸여 있다"며 "유례없는 위기 국면에 미력이나마 한 사람의 국회의원으로서 역할과 소명이 있다는 사명감에서 국정감사를 비롯한 국회 일정에 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도덕적, 정치적 책임이 면책될 수 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에게는 의원직을 사퇴할 용기가 없었다"며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4월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서초구청장 공천과 관련해 김 의원의 부인이 공천 신청자의 부인으로부터 4억4000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자 김 의원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한나라 "할 말 없다", 우리-민노 "입장 밝혀라"
이에 대해 한나라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나경원 대변인은 11일 김덕룡 의원의 복귀 선언에 대한 당의 입장 설명을 요청 받고 "지금으로서는 아무런 입장도 말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최연희 의원의 정치재개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웠다"며 "한나라당이 공천헌금 파동이 났을 때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던 반성과 사과 모습은 김덕룡 의원의 정치재개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우 대변인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나라가 어지러울 때 슬쩍 정치재개하는 것은 중진답지 못하다"며 "국민들은 한나라당 지도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도 같은 날 "김덕룡 의원이 핵실험과 함께 돌아왔다"며 "이는 국가의 위기상황을 절묘히 이용해 개인의 도덕적 문제를 물타기 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대변인은 "참정치운동을 선언했던 강재섭 대표와 한나라당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강 대표의 '참정치'가 어떤 것인지 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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