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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오염 누명 쓴 팔당 유기농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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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수질오염 누명 쓴 팔당 유기농의 진실

[두물머리, 꼭 그래야 합니까 ·⑨] '고인물이 썩는다'는 상식 부정하는 MB정부

마지막 4대강 사업 지역인 팔당 두물머리에 6일 예고됐던 행정대집행은 결국 잠정 보류 됐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행정대집행은 진행될 수 있다. 정부는 유기농지로 사용돼 온 두물머리에 자전거도로와 공원을 만든다며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에게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이미 다섯 차례 계고장을 보냈다. 몇 차례 충돌도 빚어졌다.

하지만 이미 30년 넘게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농민 입장에선 정부의 일방적인 요구가 답답하기만 하다. 생활 터전을 이루고 살던 곳에서 하루아침에 나가라고만 하는 정부의 방침을 받아들이긴 어렵다.

몇 차례 정부와 대화도 요구했고, 절충안도 제시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되레 무단으로 토지 점유했다며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견디다 못한 11가구 농가 중 7가구가 대체부지와 저리 융자를 받고 떠났다. 나머지 4가구만이 이곳에서 농사를 짓게 해달라며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들만 싸우고 있는 건 아니다. 이들 싸움에 오랫동안 지지와 연대를 보내온 천주교 신부들과 생협 조합원들, 시민이 함께 이곳을 지키고 있다. 일반 시민은 이곳에 직접 자신들의 텃밭을 가꾸고 있다. 불복종 운동이다.

이런 이들이 30일부터 두물머리에 유기농 텐트촌을 시작했다. (바로가기 ☞ :두물머리 유기농지 보존작전(두유작전)) 행정대집행 예정일이었던 6일을 넘겨서도 텐트촌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새벽 6시마다 유기농 행진을 진행하고 밤 8시에는 유기농 토크쇼를 고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편집자>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강변의 농업이 수질오염의 주요 원인이라면서 팔당의 유기농 단지를 철거하겠다고 완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2009년에 국립환경과학원에 '한강수계 하천구역내 경작지 현황 파악 및 수체에 미치는 영향 조사'는 연구과제를 맡겼는데, 이는 아마도 농지 철거의 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는 팔당의 농업은 대부분이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경작이라면서 "국유화된 이후 관리감독의 소홀로 인하여 인근주민들이 한강변의 토지를 노는 땅으로 간주하여 불법경작이 성행하여 현재는 팔당호의 풍경 중 대규모의 비닐하우스촌이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가 만든 '한강살리기 사업의 이해'라는 홍보물에는 유기농이 퇴비와 가축분뇨를 사용하여 질산성 질소가 2~3배 증가하고 비닐하우스는 질소, 인 같은 영양물질을 과포화 상태로 함유하고 있는데 지표로 흐르는 강우량을 증가시켜 오염물질이 더 많이 하천으로 흘러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한강살리기 사업 관련 팔당유역 유기농업의 진실' 이라는 자료에는 팔당상수원내 오염량에서 하천경작지가 만드는 오염이 전체토지의 2배 이상 7배 가까이 된다고 하고 있으며, '팔당호는 화장실이 아니잖아요'라는 만화는 유기농 단지에 가축분뇨가 널려있고 팔당호에서 분뇨냄새가 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 두물머리 농민. ⓒ프레시안(허환주)

팔당 유기농이 수질 오염의 주범?

과연 팔당의 유기농이 오염의 주범이라는 이와 같은 주장이 사실인가? 그러나 이는 슬프게도 대한민국 정부가 얼토당토않은 누명을 힘없고 가난하지만 정직하게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농민들에게 덮어씌운 것이다. 이 땅은 원래 주민들이 대대로 농사짓던 땅으로서 팔당댐이 만들어지면서 수용 당한 땅이다. 그러나 댐이 조성된 후에 물에 잠기지 않는 땅까지 수용당한 것을 알고서는 '죽기 살기로' 싸워 되찾아 해당정부로부터 점용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그리고 비닐하우스도 농민들이 제멋대로 세운 것이 아니라 정부의 권고와 지원으로 세운 것이다. 이 지역은 여러 가지 법령에 의하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상수원 보호구역,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I, II권역), 수변구역 등으로 지정되어 많은 규제에 묶여 있으며 CCTV가 설치되어 있고 감시가 엄중하게 이루어지는 곳이어서 힘없고 가난한 농민들이 허가 받지 않은 시설물을 쉽게 세울 수 있는 곳이 결코 아니다.

그리고 수도권 시민들에게 깨끗한 물과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하여 유기농 단지를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고 이를 정부가 권장하고 지원하여 왔었다. 지금은 생협을 조직하고 친환경적인 농촌마을을 만드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모범적인 농촌운동의 사례지역으로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팔당 지역의 주민들은 그 동안 많은 시련을 겪었고 엄한 규제로 인하여 재산과 생활에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시민들을 위하여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물을 깨끗하게 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 지역의 유기농 운동은 그 후 꾸준한 노력 끝에 1995년에는 서울시 및 농협중앙회와 협약을 맺어 팔당상수원 친환경농업육성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후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경기도, 남양주시, 양평군 등이 팔당의 친환경농업을 여러 형태로 지원해 왔다.

이에 힘입어 이 지역이 젊은 귀농‧귀촌인을 끌어 들이고 있어서 상당히 성공한 농촌운동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이들을 무법한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몰아 쫓아내려고 한데 대하여 주민들과 깨어 있는 국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팔당댐은 1973년에 완공되었다. 나는 이 팔당댐의 설계에 관여를 하였었는데 그때 팔당은 빼어난 경치에다가 물이 얼마나 깨끗하고 맛이 좋았던지 우리가 한 말이, 좋은 물을 보려면 팔당에 가보라고 했었다. 당시에 팔당에서는 냄새나는 인분으로 농사를 지었지만 물은 너무나 깨끗했었다. 농민들은 언제 어떻게 비료를 뿌려야 하는지 오랜 경험으로 다 알았던 것이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지금의 유기농이 오염의 주범이라는 주장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정부가 내세우는 주장의 근거를 검토해 보자. 경작지의 오염이 다른 전체 토지의 2배 내지 7배 가까이 된다는 경기도의 주장은 너무나 터무니없어서 반박할 가치가 하나도 없어 무시하기로 하고, 정부가 오염의 근거로 인용한 연구보고서를 검토하고자 한다.

정부가 인용하는 근거 자료는,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009년에 발간한 '한강수계 하천구역 내 경작지 현황 파악 및 수체에 미치는 영향 조사(1)'가 주된 자료다. 역시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004년에 발간한 '친환경적 농업관리에 의한 오염부하의 저감효과 분석 최종보고서'와 신문기고문들도 인용되는데, 신문기고문은 과학적인 근거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검토할 필요가 없고, 두 번째 보고서는 현장에서 측정한 것이 아니라 전혀 현실과 동떨어지고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크게 과장된 조건하에서 한 실험 결과이기 때문에 지면 관계상 검토를 생략하고 앞의 보고서만 검토하고자 한다.

ⓒ김정욱

"거의 깨끗한 빗물과 다름없는 물이 오염됐다니…"

이 보고서는 팔당 일대에서 비가 온 날 다섯 차례에 걸쳐 논과 노지의 밭과 비닐하우스에서 유출수의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를 표 1과 같이 제시하였다. 강우 유출수는 강우강도가 클수록 그리고 선행 건기일수가 길수록 대개 오염도가 증가한다. 다섯 번의 시료채취 기간 중에는 하루 135.8 mm와 92.4 mm라는 상당히 많은 양의 비가 내린 적도 있어서 큰 오염도도 놓치지 않고 측정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농약이 검출된 것으로 보아 유기농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비닐하우스의 오염도가 논과 거의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은 인간이 사용하는 어떤 형태의 토지이용보다도 수질오염이 가장 작은 곳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즉, 경기도의 홍보물이 말하는 것처럼 비닐하우스가 오염물질을 하천으로 더 많이 보낸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논과 비닐하우스에서는 BOD와 COD가 작을 때는 최소 0.1mg/l 밖에 검출되지 않았는데 이런 물은 거의 깨끗한 빗물과 다름없는 물이다. 그리고 평균 BOD가 논이 2.0mg/l(이는 우리나라 환경기준 Ib 급수에 해당하는 물이다), 비닐하우스가 2.8mg/l 이었다. 시료를 채취한 즈음의 팔당댐의 BOD 농도가 남한강 유입부 2.5mg/l, 북한강 유입부 1.8mg/l, 경안천 유입부 4mg/l 정도이었는데, 이와 비교해보면 농지의 유출수는 남한강의 수질과 비슷하여 전혀 오염이라고 보기 어려운 물이다.

특히나 비가 올 때에는 남한강과 북한강에서 오염도가 엄청나게 높은 흙탕물과 쓰레기가 유입되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유출수가 팔당의 수질을 오염시켰다고는 전혀 말 할 수 없다. 성남시에서 빗물이 땅바닥을 씻어가는 강우 유출수의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를 보면, BOD가 250mg/l, COD가 550mg/l, SS가 950mg/l 이상까지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탄천 수질개선을 위한 비점오염원 실태조사 및 저감시설 설치 타당성 조사 연구, 성남시, 2006.). 그래서 이 정도의 오염을 가지고 농지를 철거해야할 명분으로 삼는다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보고서에 의하더라도 이들 모든 농경지로부터 팔당으로 유입되는 오염의 기여도는 BOD가 0.018%, TN이 0.011%, TP가 0.097% 라고 평가하였다 (표 2 참조). 이 기여율이면 농도로 따지면 팔당의 농업이 BOD 0.00029mg/l, TN 0.00047mg/l, TP 0.000048mg/l 더 올렸다는 뜻이다. 기여율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수치이다.

ⓒ김정욱

"무엇을 안다고 국민을 괴롭히는가?"

정부는 강변의 농지를 철거하고 대신에 자전거도로와 강변공원을 만들고 또 친수구역특별법에 근거하여 강변도시와 위락관광단지를 비롯한 온갖 개발 사업들을 벌이려고 한다. 이들 새로이 개발되는 사업들은 팔당의 유기농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오염이 심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농지에서는 비가 오지 않을 때에는 오염이 하나도 없고 비가 올 때에만 앞에 말한 오염(?)이 강으로 유입된다,

그러나 뒤의 사업들은 사람들이 항상 드나들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화장실을 비롯하여 여러 용도로 물을 쓰기 때문에 항상 배출허용기준(정화조의 기준은 BOD 100ppm이다)에 해당하는 오염수를 배출한다. 그러다가 비가 오면 대개 처리장들은 물이 넘쳐서 처리도 못한 채 방류하게 되는데 그 때의 수질은 앞에 지적한 바와 같이 하수처리장 유입수보다도 더 오염된 물이 배출될 가능성이 크다.

팔당의 농민들은 그 동안의 고통을 감수하면서 팔당의 수질을 보호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수도권 시민들에게 제공하고자 유기농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조상대대로 지어온 농사가 수질오염의 원인이라는 비난과 함께 농지를 철거하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훨씬 오염이 더 심한 사업을 벌이려고 하는데, 대한민국 정부가 이런 천륜을 거스르는 일을 해서 되겠는가?

지금 4대강에는 엄청난 녹조가 번져 국토와 국민이 신음하고 있다. '고인물이 썩는다'는 만고의 진리도 부정하는 이명박 정부가 무엇을 안다고 자꾸 헛발질을 하고 국민들을 괴롭히는가? 오히려 현명한 농민들로 하여금 스스로 신바람 나서 농사를 올바로 짓고 또 수질개선에 노력 할 수 있도록 뒤에서 힘을 북돋아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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