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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 방명록 서명하고 간 공무원들, 무슨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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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 방명록 서명하고 간 공무원들, 무슨 생각으로…"

[두물머리, 꼭 그래야 합니까·⑤] 다산 정신과 두물머리 해법

마지막 4대강 사업 지역인 팔당 두물머리에 행정대집행 영장이 발부됐다. 오는 8월 6일 집행 예정이다. 정부는 유기농지로 사용돼 온 두물머리에 자전거도로와 공원을 만든다며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에게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이미 다섯 차례 계고장을 보냈다. 몇 차례 충돌도 빚어졌다.

하지만 이미 30년 넘게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농민 입장에선 정부의 일방적인 요구가 답답하기만 하다. 생활 터전을 이루고 살던 곳에서 하루아침에 나가라고만 하는 정부의 방침을 받아들이긴 어렵다.

몇 차례 정부와 대화도 요구했고, 절충안도 제시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되레 무단으로 토지 점유했다며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견디다 못한 11가구 농가 중 7가구가 대체부지와 저리 융자를 받고 떠났다. 나머지 4가구만이 이곳에서 농사를 짓게 해달라며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들만 싸우고 있는 건 아니다. 이들 싸움에 오랫동안 지지와 연대를 보내온 천주교 신부들과 생협 조합원들, 시민이 함께 이곳을 지키고 있다. 일반 시민은 이곳에 직접 자신들의 텃밭을 가꾸고 있다. 불복종 운동이다.

이런 이들이 30일부터 두물머리에 유기농 텐트촌을 시작한다. 두물머리 행정대집행 하루 전인 8월 5일에는 전야제를 열고 행정대집행이 진행되는 6일 새벽 6시에는 두물머리에서 유기농지 행정대집행 저지를 위한 행동에 돌입한다. 이후 오후 2시에는 두물머리 신양수대교 11번 교각 밑에서 '4대강 회복과 두물머리 보존을 위한 전국 집중 생명평화미사'를 진행한다. (바로가기 ☞ :두물머리 유기농지 보존작전(두유작전))

이 과정 속에서 종교인, 학자, 일반 시민, 활동가 등이 <프레시안>에 글을 보내왔다. 왜 두물머리에 유기농지가 필요한지, 일방적인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릴레이 기고글이다. <프레시안>은 30일부터 연속해서 이들의 글을 순차적으로 싣는다. <편집자>


최근 재발간된 한 소설에 추천사를 쓰면서 간만에 보람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정약용의 형, 정약전에 관한 얘기인 <자산어보>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나에게 주었다. 정약용에게 많은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근대학문 출발의 연장선에서 생태학자의 등장이라고 정약전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하다. 늦게나마 <자산어보>가 재해석되는 걸 보면서 정말 기뻤다.

20년 전, 강진에 있는 다산초당에서 긴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정말 많은 공무원들이 방명록에 이름을 써놓고 간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 공무원으로 살아가거나 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산이 가지는 상징적 무게감은 보통이 아닐 것이다. 어떤 의미로든, 한국사의 중요한 상징이다.

두물머리는 이런 다산의 정신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곳이다. 바로 그곳이 다산이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한 때 독일의 수도였던 본에 가면 베토벤 생가가 있다. 별로 대단한 건 없는 작은 건물이지만, 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명소이다. 나는 세 번을 방문했는데, 그곳이 너무 좋아서, 정말로 본에서 살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양수리라고도 불리는 두물머리는 다산의 고향이면서 동시에 한국 유기농의 본산이기도 하다. 서울시민이 마시는 물의 급수원인 이곳의 농민과 시민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 한국 유기농의 탄생과정이기도 하다. 최병렬 서울시장 이후로 유기농으로만 농사를 짓게 하면서, 물 사용부담금을 통해 시민과 농업이 공존의 모델을 찾았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이 녹색성장의 대표사례라고 외국에 홍보하지만, 정말로 한국이 생태적으로 국제적 모델이 되었던 것이 바로 이 두물머리 유기농이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경기지사인 김문수 마저 자신의 업적을 두물머리 유기농으로 이해했겠는가? 따지고 보면, 두물머리 농산물을 판매할 생협 매장 지원을 했던 이명박 서울시장도 공이 있는 사람이다.

다산과 유기농업이라는 상징을 가지고 있는 두물머리는 그 자체로 이미 문화적 상징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 장소에서 유기농업을 할 수 있느냐 아니냐 이런 법률적인 논쟁은 그보다는 하위 논쟁이다. 지금의 하천법에도 특수한 목적의 유기농업은 가능하다. 만약 법률상 어렵다면, 그거야 바꾸면 되는 거 아닌가?

ⓒ두물머리 공대위

문화재라는 눈으로 본다면, 이곳에는 다산 생가의 정신적 가치와 시민참여에 의한 친환경농업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연결되어 있다. 다산의 형인 정약전의 <자산어보> 정신이 그대로 구현된 곳이다. 여기에 자전기길을 놓아야 하고, 생태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정신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얘기이다. 자전거길을 위해 마지막 남은 농가마저 없애버려야 한다는 게 정부의 행정대집행이 가지고 있는 기본 정신이다. 농사짓는 사람을 국가의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정약용의 '전론' 정신과도 다르고, 백성을 살뜰히 보살펴야 한다는 다산의 행정에 대한 생각과도 다르다. 사실 4대강 사업은 왕이 자신의 치적을 위해서 백성들을 자신의 삶 터전으로부터 내쫓은 대역사 같은 것 아닌가?

다시 독일 본의 베토벤 생가 사례로 돌아가 보자. 니체가 등장했던 본 대학에서 시내를 거쳐 베토벤 생가에까지 이르는 거리에는 승용차가 들어올 수 없다. 그 대신 지하주차장으로 차가 가게 되어있다. 대신 사람들은 독일의 정신적 문화를 생각하며 걸어서 그 지역을 구경한다. 그게 지금 선진국이 가는 길이다. 그런 문화적 가치에 대한 존중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베토벤 생가가 중요한 명소로 이해되는 것이다.

지금 두물머리의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4대강에 대한 전면적 중단이나 복원 같은 것이 아니다. 일종의 시민농업이자, 도시근교농업의 역사적 기원지로서 작게 농사지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문화의 눈으로 본다면, 유기농의 상징적 의미에 얼마의 경제적 가치를 둘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고, 개발의 시대를 종료하면서 시민과 국가가 어떻게 서로 양보했는지에 대한 또 하나의 시금석을 만들어달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서울시민이 마시는 물이 깨끗하게 한다는 시대적 요청으로 경기도의 농민들이 어렵게 유기농을 시작한 그 기원지, 그곳이 바로 두물머리이다. 마침 그곳이 다산의 생가였기 때문에, 다들 조금씩 양보하면서 대학자의 정신에 어긋나지 않게, 일종의 시민농업의 상징처럼 된 곳이 두물머리이다. 지금 두물머리에서 제시한 타협안은, 정말 많이 양보한 안이다. 정부가 이 정도도 못 받을 것은 없다고 본다.

이 기회를 빌려 이번 여름에 4대강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난 시민들에게 묻고 싶다. 두물머리처럼 조선의 학풍과 현대 서울의 시민농업의 상징이었던 곳이 또 다른 소통과 화해의 상징으로 남는 것이 좋겠는가, 아니면 자전거 길을 내기 위해서 여기에 행정대집행을 하고 밀어버리는 것이 낫겠는가?

대타협과 소타협이 있다면, 두물머리의 해법은 소타협이다. 행정적으로는 큰 문제 생길 것도 없고, 설령 자전거길이 좀 돌아간다고 해도, 어차피 느림을 경험하기 위해서 자전거를 들고 나선 것이 아닌가? 자전거길을 핑계로, 정부에 대들었던 농민들을 혼내준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지금 하겠다는 일인데, 이게 과연 옳은가? 우리 시대에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만들고, 그 상징물을 만들어 우리가 가야할 미래로 시민농업을 상징하는 작은 농지 하나를 두물머리에 남겨두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지금처럼 하면 우리 시대의 역사적 문화상징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정말로 콘크리트 밖에 없다.

행정대타협이 해법이라는 공무원들에게도 물어보고 싶다. 과연 당신이 지금 다산의 입장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행정적 해법을 제시하겠는가? 다산이라면 '그깟 농민들 다 밀어버리고 맙시다,' 이렇게 말을 했겠는가? 시민적 상식이자, 실학의 상식에 물어보고 싶다.

타협은 새로운 양보를 만들어내고, 그런 양보와 협의들이 모여서 시민국가라는 새로운 가치가 된다. 힘과 힘으로 부딪힐 것들을 조금만 완화시키면 그 자체로 우리 시대의 새로운 상징이 된다. 그 길로 가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이미 두물머리의 시민들은 많이 양보했다. 정부가 조금만 양보하면 되는 타협이 눈앞에 있다. 이곳이 바로 다산이 태어난 곳이다. 여기에 이 시대의 상징 하나를 더 얹을 수 있다, 시민농업이라는 상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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