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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세상 그렇게 살면 안 되는 겁니다"

[두물머리, 꼭 그래야 합니까·⑧] "하천부지에 경작을 허하라!"

마지막 4대강 사업 지역인 팔당 두물머리에 6일 예고됐던 행정대집행은 결국 잠정 보류 됐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행정대집행은 진행될 수 있다. 정부는 유기농지로 사용돼 온 두물머리에 자전거도로와 공원을 만든다며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에게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이미 다섯 차례 계고장을 보냈다. 몇 차례 충돌도 빚어졌다.

하지만 이미 30년 넘게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농민 입장에선 정부의 일방적인 요구가 답답하기만 하다. 생활 터전을 이루고 살던 곳에서 하루아침에 나가라고만 하는 정부의 방침을 받아들이긴 어렵다.

몇 차례 정부와 대화도 요구했고, 절충안도 제시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되레 무단으로 토지 점유했다며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견디다 못한 11가구 농가 중 7가구가 대체부지와 저리 융자를 받고 떠났다. 나머지 4가구만이 이곳에서 농사를 짓게 해달라며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들만 싸우고 있는 건 아니다. 이들 싸움에 오랫동안 지지와 연대를 보내온 천주교 신부들과 생협 조합원들, 시민이 함께 이곳을 지키고 있다. 일반 시민은 이곳에 직접 자신들의 텃밭을 가꾸고 있다. 불복종 운동이다.

이런 이들이 30일부터 두물머리에 유기농 텐트촌을 시작했다. (바로가기 ☞ :두물머리 유기농지 보존작전(두유작전)) 이 과정 속에서 종교인, 학자, 일반 시민, 활동가 등이 <프레시안>에 글을 보내왔다. 왜 두물머리에 유기농지가 필요한지, 일방적인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릴레이 기고글이다. <프레시안>은 30일부터 연속해서 이들의 글을 순차적으로 싣는다. <편집자>


전국의 4대강 주변 농지가 모두 없어지고 마지막 남은 두물머리는 불과 5만여 평 남짓 되는 유기농지다. 지금 국토해양부는 정치권, 종교계, 시민단체 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한 조각 땅에서조차도 농업과 농민들을 밀어내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러는가? 하천부지는 농민에게 농지다. 국토부에게는 뭘까? 하는 짓으로 봐서는 황금이라도 묻혀 있는 땅인 모양이다.

2009년 농지보존싸움 초기에 낙동강과 금강에서 밀려나가는 농민들과 연대를 위해서 만났었다. 그 때 낙동강 농민이 국토부 직원에게 했다던 말이 눈물 나게 한다.

"좋다. 나갈 수도 있는데 대신 농사짓던 땅에 여타 개발은 하지 말고 그냥 초지로 남겨둬라. 훗날 식량위기가 왔을 때 바로 농지로 전용할 수 있도록."

이런 농민의 마음이 개인의 이익만을 욕심내는 못된 심보인가? 그 분이 농사짓던 지역이 지금 '에코 델타시티'로 개발 하려고하는 낙동강 하구지역 하천부지인 걸로 알고 있다. 지금 그 분의 심정이 어떨까 짐작이 되어 가슴이 아프다.

ⓒ프레시안(허환주)

농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나는 농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정부의 농지정책에 대한 세부적인 지식은 거의 없지만 현장에서의 느낌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농지는 이러저러(주로 개발)한 이유로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 그 흐름에 곤두박질하고 있는 식량 자급률 같은 심각한 상황은 전혀 브레이크로써 작용을 못하고 있는 듯하다. 식량안보니 하는 가치는 되레 황금의 수산물 보고이자 귀중한 환경자원인 새만금 갯벌을 망가뜨리는 명분으로 오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지감소라는 물리적인 원인 이상으로 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정책, 땅값 상승으로 인한 농업의욕 감소라는 심리적 원인 등이 농지면적을 줄이거나 농지 활용도를 끌어내리고 있다. 농지가격 상승은 실제로 농업 의욕을 꺾는 원인이다. 죽어라고 농사지어봤자 일 년에 평당 1만 원 매출 올리기가 어려운 땅이 평당 10~20만 원을 호가한다면 땅주인의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새로 농사를 시작하려는 귀농인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필자도 귀농을 하면서 농지를 확보하는 게 제일 큰 장벽이었고 그 상황에서 해결책이 두물머리 하천부지였다. 기존에 농사짓던 사람에게 경작권을 승계받아 농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천부지에는 건축물이 들어서는 등의 개발은 안 되고 농사만 허용되었기 때문에 본인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안심하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로지 농사만이 허용되는 땅. 부동산 투기의 광풍에서도 자유로운 땅. 게다가 생산력까지 뛰어난 땅. 대한민국에 이런 조건을 가진 농지는 없었다.

2004년 귀농하여 9년째 농사를 지으면서 농사만이 허용되고 소유는 공공에게 있는 농지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정부가 그나마 하천부지의 운용을 그러한 의미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의 시작과 함께 이러한 귀중한 농지를 한방에 날려버렸다. 여의도 면적의 20여 배. 여타 농지보다 농업 생산력이 2~3배 뛰어난 하천부지 땅을 말이다.

이놈의 정부는 자전거와 공원의 가치까지 망가뜨렸다

70~80년대 산업화 시대 때부터 국토부의 사업 대상지는 대부분 농지였으리라. 도로를 놓고 택지를 조성하고 공단부지를 확보하고… 필요한 사업들이고 피치 못할 농지훼손이었다. 그렇다고 이젠 하천변의 농지까지 훼손해버린다. 명분은 수질 오염이고 자전거도로이고 공원 조성이다. 공원과 자전거도로가 농지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들은 서로 대치되는 내용들이 아니다. 공원과 자전거 도로는 농지와 어우러지는 게 아름다운 거다. 이놈의 정부는 자전거와 공원의 가치까지도 망가뜨렸다.

수질오염도 그렇다. 누구나 학교 다닐 때 배웠던 내용이 '인류문명은 강 주변에서 발생했다'는 거다. 하천변의 뛰어난 농업생산력을 바탕으로 고도의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는 것은 역사이고 상식이다. 현 정부는 역사를 부정하고 상식이하의 범죄를 저질렀다. 농업은 빠른 속도로 시장에 편입되면서 화학비료와 농약, 제초제를 이용한 고투입 고소득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런 이유로 하천변에서 농업을 절멸시키는 것은 가히 폭력적이다. 그래서 하천법에서는 오염을 줄이도록 유기농업이라는 일종의 처방전을 내놓고 있는데 정부는 이런 법마저도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대타협, 상생이라는 개념을 아예 부정한다.

도대체가 농업을 국가발전의 걸림돌로 여기는 양상이다. 되도록 정확히 판단해보자. 국토부가 기를 쓰고, 법까지 무시하면서 농지를 농민에게서 빼앗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분명히 어떤 정당치 못한 의도가 있다. 친수구역 특별법을 4대강 예산에 얹어 날치기로 통과시키면서 그들의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농지에서 농민을 밀어내고 개발자본에게 갖다 바치는 모양새. 혹은 국토부라는 조직의 존재이유를 확대재생산 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하천부지 농지들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음모이다.

그런 맥락에서 두물머리의 마지막 한 조각 땅마저도 농민에게서 빼앗으려는 이유는 짐작이 된다. 그 한 조각 땅을 농지로 인정하면 강변에서 쫓겨났던 농민들도 유기농업을 조건으로 농지를 요구하는 상황을 예상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농민들의 그런 요구가 그들의 음모에 적잖은 걸림돌이 될 거라는 예상 때문이다.

두물머리를 포기하지 않는 네 농부는 그 대척점에 서 있다. 한 조각의 땅이라도 농지로 남겨서 전국 강주변의 농지가 제자리로 되돌려지는 씨앗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농민마저도 농지 지키기를 포기하면 대한민국의 농업에 미래는 없고 농업의 미래가 없는 대한민국은 미래자체가 없는 것이다.

두물머리, 정권의 소유가 아니라 국가의 소유다

한 번 더 짚어 본다.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가지고 있어서 개인의 재산권행사는 없고 오로지 농사만 할 수 있는 농지가 필요하다. 소유권은 없고 경작권만 있는 형태 말이다. 기존의 개인소유의 토지를 그렇게 만들어나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담으로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 했다가 어디 가서 빨갱이 취급받을 소리란 경고(?)도 들었다.

그래서 농지로 쓰이고 있던 기존의 국가소유(절대 정부소유가 아닌)의 땅, 즉 하천부지가 중요했다. 그랬다. 그러나데 이명박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개발취향을 부처의 기득권을 확대시키는 절호의 기회로 이 소중한 의미를 지닌 농지를 폭력적인 4대강 사업에 슬쩍 얹어서 해먹어버렸다. 정권의 소유가 아닌 국가소유의 땅을 말이다.

어쩌면 이 글이 공개되는 시점이 두물머리 행정대집행으로 대한민국 하처부지가 농업농민에게서 완전히 격리된 후일 수도 있겠다. 필자를 비롯한 두물머리 네 농부에게는 정권의, 국토부의 거대한 힘 앞에서 두물머리 한 조각 땅을 농지로 지켜낼 힘이 없다. 다만 지난 4년간의 우리의 외침과 몸짓이 모든 사람들에게, 줄어드는 농지와 쪼그라드는 농민과 점점 생각이 없어지는 농업정책과 그래서 망가져가는 농업, 그리하여 갈수록 캄캄해져가는 우리 자식들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건 눈물 나는 이야기다. 4년간의 '농지보존'싸움에 우리들의 몸은 망가지고 농사도 개판이고 가정경제는 파탄지경이다. 이명박 대통령! 국토부! 세상을 그렇게 살면 안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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