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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숙 임명동의 '불발'…정치권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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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숙 임명동의 '불발'…정치권 갈팡질팡

청문보고서 채택 무산…'헌재소장 공석' 우려도

논란을 겪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해 처리가 무산됐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이날 오후 전 후보자에 대한 심사경과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 특위 위원 전원이 불참함으로써 보고서 채택이 끝내 무산됐기 때문이다.

국회법상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도 국회의장의 직권으로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지만, 헌법기관의 장을 선출하는 일에 직권상정이라는 '우회로'를 동원하기가 부담스러웠던 열린우리당도 이날 처리를 사실상 포기했다.

한나라당은 다음 본회의 예정일인 14일에도 동의안의 표결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확고해 여야간 극적인 합의가 없는 한 헌재소장 자리가 공석이 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 "이번 임명은 원천적 무효들러리 설 수 없어"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8시 께 기자실에 들러 "헌법 재판관 임명 절차를 먼저 거치고 그 다음에야 헌재소장 임명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한나라당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주호영 원내부대표는 "이번 인사 절차를 원천 무효화 하고, 처음부터 적법한 절차를 밟아오면 그때 다시 논의하겠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입장"이라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무리한 인사를 감행한 정부와 여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의 절차에 가장 충실해야 할 헌법재판소장의 임명과정에 온갖 불법과 편법이 판을 치고 있다"며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못 박았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부대표도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에 앞서 특위 차원에서) 인사청문회 결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해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처리 무산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는 "임명동의안을 보장해달라는 요구와 국회의장에게 유권해석을 의뢰하자는 요구까지 다 들어줬고 청문회도 모두 마무리 한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해달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나라당 측을 비난했다.

노 부대표는 "애초에 요구했던 법사위에서 인사청문회를 열면 되겠느냐고 타진했더니 한나라당은 그마저도 안 된다고 하더라"며 "한나라당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조선시대 때 3년 상이냐, 5년 상이냐를 놓고 당파싸움으로 날을 새던 당쟁을 연상시킨다"고 주장했다.

노 부대표는 이어 "보고서 채택에 필요한 정족수 7명을 위해 민주당 조순형 의원까지 접촉했으나 조 의원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청문특위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이 각각 6명, 민주당 1명으로 구성돼 있어 조순형 의원만 설득해도 보고서 채택이 가능했었다.

이날 본회의 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오는 10일 까지로 정해진 인준안 처리의 법적 시한을 넘길 수밖에 없게 됐다.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지난달 22일 국회에 제출돼 20일 이내, 즉 오는 10일까지는 본회의를 통과해야 '전효숙 헌재 소장' 임명이 가능하지만 다음 본회의 일정이 14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법적 시한을 넘긴 인준안의 효력 논란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명동의안 표결 기한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불변기간이 아닌, 일종의 권고사항인 훈시규정이어서 14일에 처리된다 해도 불법은 아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원내지도부 협상 등을 통해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를 재론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인사절차 원천 무효'와 '처음부터 법적 절차를 다시 밟아오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는 이상 합의는 난망하다. 게다가 윤영철 헌재소장의 임기 만료일이 14일이어서 이 때까지 처리가 안될 경우 헌재소장 공석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기간 내에 처리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이 다시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국회에 보고서 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이 기간 내에도 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대통령이 직권으로 임명할 수 있지만, 그 대상은 헌법재판관 등에 국한돼 있어 이 규정조차 헌재소장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원천 무효'라면서 야당 의원 접촉은 왜 했나

전 내정자에 대한 인준 무산으로 일차적인 타격은 열린우리당이 입게 됐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이번 논란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됐다. 당장 본회의에 앞서 '표결에 참여하되 인준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추인하려던 이날 오후의 의원총회는 "지도부에 전략이 없었다"는 비판이 빗발친 결과 '청문회 자체의 원천 무효와 표결 불참' 쪽으로 급선회했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전 후보자 임명은 헌법, 국회법, 헌법재판소법 등 3가지 차원에서 원천적으로 위법"이라며 "(당 지도부가) 여기까지 끌고 온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안상수 법사위원장도 "원천무효인 청문회는 애초부터 열리지 않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게 법률가로서, 법사위원장으로서 부끄럽다.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공성진 의원도 "전략도 없고 전술도 없다. 당이 표류하고 있다"며 지도부를 겨냥했다. 심재철 의원은 "원천적으로 전 후보자의 내정은 잘못된 것"이라여 "위법이라고 하면서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 문제"라고 말했고, 정두언 의원은 "만일 전 후보자가 그대로 임명된다면 대한민국은 개그 공화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당론으로 표결에 참여하자는 의견도 일부 있었으나, 들러리를 서게 되면 역사에 오명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표를 계산해보고 안될 것 같으니 표결에 불참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 대변인은 "전효숙 내정자를 헌법재판소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까지 직접 다른 야당의 의원들을 접촉하면서까지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질 것을 종용했었다.

'정치권의 총체적 난맥상' 드러낸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

이날 국회가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과정 속에는 정부의 작위적 법해석, 여당의 국정운영능력 부재, 야당의 혼선 등 정치권의 난맥상이 모두 게재되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들이 총체적으로 정리되기 전에는 다시 임명동의안이 상정되어도 똑같은 혼선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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