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절차의 적법성 논란이 거듭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안개 속이다. 국회는 8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나 여야의 찬반론이 팽팽해 통과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한나라 "여론의 심판은 끝났다"
'반대 당론'을 사실상 확정한 한나라당은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통해 부결 의지를 다질 예정이다. 당 지도부는 이미 외유 중인 것으로 확인된 5명의 의원들에게 조속한 귀국과 투표 참여를 당부하는 등 표 단속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헌법재판소장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지난 청문회 과정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어 매우 애석하고 걱정스러웠다"며 "이미 전효숙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여론의 심판은 끝났다"고 '불가론'을 재확인했다.
전재희 정책위 의장도 "전 후보자의 판결 성향을 보면 법률의 가치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에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의 전화 한 통화에 헌법재판관 직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전 후보자가 어떻게 헌법의 중립을 지킬 수 있겠는가. 전 후보자는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등 다른 야당과의 공동전선 구축을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유기준 대변인은 "현재 민주당 조순형 의원 등 반대론을 펼쳐 온 다른 당의 의원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 "장관 의원들도 전원 표결 참석"
열린우리당은 비상이다. 만에 하나 헌재소장의 인준이 국회에서 거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이고 집권여당의 권위도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여야관계의 파국은 물론이고 청와대와 우리당 사이의 책임론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의 순방을 수행하고 있는 정세균 산자부장관을 제외한 장관 의원들에게도 본회의 참석령을 내리는 한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당론 결정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재적의원 298명 중 우리당 소속은 142명으로 과반이 채 안되고, 외유 중인 의원도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야당의 협조 없이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에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의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우리당 의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표결에 참석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비대위원은 확대간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최초의 여성 헌재소장 등장의 의미가 크고, 여성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기대를 걸고 있다"며 "야당, 특히 민주당과 민노당은 유연한 입장을 갖고 동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협조하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민주-민노, 당론 결정에 진통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립 속에 캐스팅보트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도 당론 결정에 진통을 겪고 있다. 양당 모두 찬반론이 엇갈린 가운데 민주당은 자유투표 방침을 정했고, 민주노동당은 오후에 의원총회를 속개해 당론을 확정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 11명 중 본회의 불참 가능성이 높은 2명을 제외하면 찬성 2명, 반대 4명, 유보 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은 이영순 의원은 "현재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절차상의 문제점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라고 의총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의원은 "전 내정자의 성향이나 자질, 그리고 얼마나 서민을 위해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한 논의를 오후에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용진 대변인은 "반대론은 절차상의 문제점 외에도 '청와대의 전화 한 통화에 흔들릴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며, 찬성론은 전 후보자의 판결 성향을 볼 때 상대적으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라고 당 내의 기류를 전했다.
반대론이 다소 강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중심당은 오후 본회의 직전 당론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인사청문회는 사흘 째 파행…"국회의장에게 유권해석 의뢰하자"
한편 지난 이틀 간 파행을 겪은 인사청문회는 이날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청문회 절차에 대한 국회의장의 유권해석을 요구해 30분 만에 정회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한나라당 간사인 엄호성 의원은 "원칙에 의한다면 헌법재판소장은 헌법재판관 신분을 먼저 취득해야 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 국회의장의 서면 유권해석을 받기 전까지는 정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당 최재천 의원이 "헌법재판소장의 지위에는 헌법재판관의 신분이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자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국회의장과 국회의원이 서로 독립된 기관인 것처럼 소장과 재판관도 독립적인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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