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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포도
[한윤수의 '오랑캐꽃']
금년에는 때 이르게 6월 23일에 첫 포도를 먹었다. 태국인 위타야가 고맙다며 그 귀한 첫 과일을 사왔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별로 고마워할 일도 아닌데. 위타야는 아주 작은 *고물상에서 일했다. 여자 사장님과 사장님의 시아버지인 80대 노인 그리고 위타야가 전 직
한윤수 목사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대표
2009.07.21 08:30:00
백설공주
한국에 시집온 이주여성들은 대개 F-2 비자를 갖고 있다. 소위 <국민의 배우자>라고 불리는 비자이다. 이 비자를 가진 이주여성이 E-9(비전문 취업) 비자를 가진 일반 노동자에 비해 유리한 점은 직장 이동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리한 점도 있다. 일반 노
2009.07.20 07:46:00
횡령Ⅱ
[한윤수의 '오랑캐꽃'] <102>
슈샤는 3년 동안 차례로 A, B, C 사에서 근무하고 내일 귀국하는 태국인이다. A와 C 사에서는 국민연금을 제대로 납부했다. 그러나 B사에서는 슈샤의 월급에서 11개월 동안 국민연금을 공제하고도 국민연금공단에 납부하지 않았다. 한 달에 6만원씩을 공제했으므로 66만원 정
2009.07.16 06:16:00
브로커
[한윤수의 '오랑캐꽃'] <101>
며칠 전부터 이상한 전화가 걸려온다 "거기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맞죠?" "예, 맞아요." 하면 으레 따라 묻는 말이 있다. "그럼 혹시 거기 김OO이라는 사람 있나요?" "아뇨. 그런 사람 없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기분이 영 안 좋다. 누군가가 우리 센터 직원을 사
2009.07.14 10:31:00
동행
[한윤수의 '오랑캐꽃'] <100>
일요일에는 항상 상담이 많다. 평일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꼼짝 못하던 노동자들이 그야말로 자유인이 되어 몰려나오니까. 일요일 하루에 상담만 보통 40건 이상을 처리하는데 당사자 40 여명만 방문하는 게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혼자
2009.07.13 07:51:00
불독
[한윤수의 '오랑캐꽃'] <99>
전화가 따르릉 걸려온다. "태국 사람 있어요?" K주임이 무심코 대답한다. "없어요. 와나팃(일요일)에 오세요."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무슨 소리야? 지금 태국 사람 있는데." K주임은 "아, 참! 미안해요." 하고는 "김 선생님 전화 받으세요." 한다. 매주
2009.07.09 08:36:00
뒷북
[한윤수의 '오랑캐꽃'] <98>
자기 형편을 설명할 때 자기한테 유리한 말만 하고 불리한 말은 일절 하지 않는 아주 독특한 노동자가 있다. 마치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속 같다고나 할까? 소위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자기한테 불리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자유이지만, 이런 사람을 상대하다가는
2009.07.07 08:02:00
컨테이너 기숙사
[한윤수의 '오랑캐꽃'] <97>
외국인이 거주하는 기숙사는 열악하다. 대개 컨테이너 박스를 반으로 나누어 그 반 칸에 두 명 내지 세 명이 기거한다. 오두막도 이런 오두막이 없다.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지만 그들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일념에 열악한 잠자리를 잘도 참으며 견디고 있다. 이 오두막에 가
2009.07.06 07:41:00
웃는 모습
[한윤수의 '오랑캐꽃'] <96>
무지하게 인상을 쓰는 노동자가 있다. 태국인으로 이름이 나롱이다. 온 세상의 고민을 혼자 짊어진 듯 이마에 패인 굵은 주름을 가지고 열두 가지 모양으로 인상을 쓰고 있는데 항상 심각한 표정이라 상대방까지도 불안해지는 게 큰 단점이다. 장점을 굳이 찾아본다면 앞으
2009.07.02 07:30:00
해결사Ⅱ
[한윤수의 '오랑캐꽃'] <95>
그날 저녁 밥상에서 G주임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냐? 비봉 사는 K가 전화했던데." "불법체류자를 고용해서 일 시키고 퇴직금 안 주는 회사가 있는데요. 그 회사 편을 들러 왔더라구요." 자초지종을 얘기하자 아버지가 말했다. "사람이 그러면 안 되지!
2009.06.30 09:5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