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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기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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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기숙사

[한윤수의 '오랑캐꽃']<97>

외국인이 거주하는 기숙사는 열악하다. 대개 컨테이너 박스를 반으로 나누어 그 반 칸에 두 명 내지 세 명이 기거한다. 오두막도 이런 오두막이 없다.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지만 그들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일념에 열악한 잠자리를 잘도 참으며 견디고 있다. 이 오두막에 가보면 불쌍하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일례로 화성시 정남면에 있는 연마공장의 컨테이너 기숙사는 축사 바로 옆에 있어서 달려드는 수십만 마리의 파리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었고, 또한 같은 동네에 있는 화학공장의 컨테이너 기숙사는 약품 냄새 때문에 숨도 못 쉴 것 같았다.

이처럼 시설이 빈약하고 환경이 열악하므로 대부분의 회사는 컨테이너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하지만 드물게 이 오두막도 기숙사라고 기숙사비를 받는 회사가 있다. 기숙사비를 받더라도 한 달에 5만원 정도이지만.

그런데 이 정도로는 도무지 양이 차지 않아서 컨테이너 기숙사비로 한 달에 1인당 30만원을 받는 회사가 있다. 내가 알기로는 아마도 이것이 세계 기록일 것 같다. 컨테이너 한 칸에 보통 4명(반 칸에 두 명)이 기거하므로 컨테이너 한 칸에 120만원을 받는 셈인데, 이 정도면 서울 강남에 있는 럭셔리한 원룸보다 비싼 것 아닌가?

기숙사비 많이 받는 것은 엿장수 마음대로인지 모르겠지만, 이것 때문에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이 깎인다는 점이 진짜 문제다. 금년 최저임금이 주당 44시간 기준 90만원이니까 이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는 기숙사비 30만원 빼면 60만원 밖에 못 받는다. 착취 중의 착취다.

그 옛날, 산업연수생에게는 기숙사와 식사를 무료로 제공했다. 법으로 그렇게 제공하도록 되어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 제도를 기막히게 악용한 회사도 있었다. 산업연수는 1년이면 끝나니까, 그 1년이 끝난 시점부터 "옳다, 됐다. 이제 법에 걸리는 거 없지!"하고 기숙사비와 식대를 받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산업연수생보다도 못한 저임금에 시달렸다.

실례를 들어보자.
필리핀 노동자 윌리는 산업연수생으로 와서 지퍼의 재료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다. 1년차인 산업연수생 시절 <최저임금>을 받았다. 그러나 산업연수가 끝난 2년차에는 매달 기숙사비로 20만원을 공제했으므로 <최저임금-20만원>을 받았고, 3년차에는 매달 기숙사비로 30만원을 공제했으므로 <최저임금-30만원>을 받았다. 따라서 윌리는 해가 갈수록 점점 월급이 깎이는 비참한 상태에 놓였다. 매년 최저임금이 조금씩 오르긴 했지만 기숙사비는 더 크게 올랐기 때문에 상황은 오히려 점점 나빠졌다.

그래도 윌리는 참았다. 왜냐하면 그 회사에서 재입국을 시켜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또한 재입국하고 나서도 1년을 더 참았다. 그래야 다른 회사로 갈 수 있으니까. 결국 윌리는 재입국 후 1년을 포함하여 도합 4년을 마치고서야 우리 센터로 찾아왔다. "이제는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하면서.

노동부에 진정했다.
과연 이 사건을 노동부 감독관이 어떻게 처리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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