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샤는 3년 동안 차례로 A, B, C 사에서 근무하고 내일 귀국하는 태국인이다. A와 C 사에서는 국민연금을 제대로 납부했다. 그러나 B사에서는 슈샤의 월급에서 11개월 동안 국민연금을 공제하고도 국민연금공단에 납부하지 않았다. 한 달에 6만원씩을 공제했으므로 66만원 정도를 횡령한 것이다.
빼앗긴 돈을 찾으려면 노동부에 진정해야 하고 노동부에서 금액을 확정하려면 최소한 14일 정도가 걸린다. 그러나 66만원을 받자고 보름을 더 있어야 할 걸 생각하니 한심하다.
일단 국민연금 화성지사 K대리에게 전화해서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드물게 보는 인격자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갖고 있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국민연금 쪽에서 받는 방법 없을까요?"
"아, 그 회사요? 국민연금 안 낸 게 많아서 우리가 이미 회사 재산을 압류해놓은 상태에요."
"다행이네요."
"예. 사업주가 납부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만일 공매를 해서 금액을 환수하면 근로자 외화송금계좌로 송금할 겁니다."
"아휴, 고맙습니다."
그렇다면 안심이다. 나는 슈샤에게 예정대로 내일 비행기로 태국으로 가라고 말했다. 그는 밝은 얼굴로 떠났다.
스리랑카 노동자 자갓과 프리안타는 같은 공장에서 일했다. 국민연금을 납부했는데 급여명세서의 금액과 납부증명서의 금액이 달랐다. 예를 들어 월급에서 4만원을 공제하고 실제로는 회사측에서 3만원만 납부한 것이다.
총 15개월 동안 이렇게 생긴 차액이 자갓은 43만원, 프리안타는 34만원이다.
회사에 전화했더니 사장님은 화부터 낸다.
"저번에도 부족하다고 해서 내가 13만원인가 얼마를 주었걸랑요."
도저히 논리에 맞지 않는 애매모호한 소리를 해서 노동부에 진정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노동부의 일부 감독관들은 국민연금 문제에 손을 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5월에 새로 부임했지만 판단력이 예리한 K감독관은 달랐다. 그는 *전액불 위반 사건으로 이 문제를 정식으로 다루었다.
노동부에 출석하는 날 우리쪽에선 G실장이 나갔지만 회사측에선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하기야 나와도 창피만 당하지.
감독관이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갓 43만원, 프리안타 34만원 차액이 생긴 걸 인정하시겠습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우린 근거자료가 없으니까요. 이 달 안에 지급할 게요."
이야기는 쉽게 끝났다.
내가 이 이야기를 쓰는 것은 불과 *한 달 전보다 횡령 문제를 처리하는 국민연금과 노동부의 태도가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냥 느낌뿐일까? 실제로 변한 걸까?
좌우지간 내가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두 기관에서 협조하여 연금 횡령의 비리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해 주길 바랄 뿐이다.
*전액불 위반 사건 : 근로기준법 43조 1항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불하여야 한다"에 위반되는 사건. 연금을 더 공제했으므로 임금 전액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한 달 전 : 나는 지난 6월 22일에 쓴 오랑캐꽃 91번 <횡령>에서 국민연금의 횡령 문제를 처음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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