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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시간이 되는 시간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13> 김소연 시인
네 발 짐승이 고달픈 발을 혓바닥으로 어루만지는 시간. 누군가의 빨아 널은 운동화가 햇볕 아래 말라가는 시간. 그늘만 주어지면 어김없이 헐벗은 개 한 마리가 곤히 잠들지. 몸 바깥의 사물들이 그네처럼 조용히 흔들리고 있어. (깊은 밤이라는 말은 있는데 왜 깊은 아
김소연 시인
2011.04.06 12:00:00
낙동 민박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12>이영광 시인
평생의 검은 꿈들이 총출동한 듯한 검고 검은 꿈꾸다, 헛소리하다 깬 새벽녘 강에 입 씻고 나니 귀 열려, 날 흔든 것 물소리, 개구리 울음소리였구나 저것들 날 깨워주고도 아직 악몽 중이구나 아우성 헛소리구나 물의 입을 찢고 강의 배를 따서 훑는 폭
이영광 시인
2011.04.05 15:08:00
시를 위하여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11>김사인 시인
강물은 흐르지 않는다 강의 잔해만이 초라할 뿐 시는 씌어지지 않는다 기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가슴에 강물이 고일 때를 고인 강물이 옷을 벗고 알몸이 될 때를 강물이 몸을 일으켜 제 아랫도리를 굽어볼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혼자 떠나는 강물의 뒷모습을 떠난
김사인 시인
2011.04.04 07:40:00
흐르지 않는 강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10> 다시 MB에게
아, 당신이 내 몸속 구부러진 혈관들도 바르게 펴서 일렬로 세워주면 좋겠다 헐은 위장에도 콘크리트 벽을 세워 쓰린 역류를 막아주면 좋겠고 췌장 바닥까지 포클레인을 넣어 오래된 결석들을 준설해주면 좋겠다 당신은 그것이 가능하고 그것이 미래이며 효
송경동 시인
2011.04.03 14:10:00
빈집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9>김용택 시인
봄볕에 마르지 않을 슬픔도 있다. 노란 잔디 위의 저 타는 봄볕, 무섭다. 그리워서 몇 굽이로 휘어진 길 끝에 있는 외딴집 방에 들지 못한 햇살이 마루 끝을 태운다. 집이 비었으니, 마당 끝에 머문 길이 끝없이 슬프구나. 쓰러진 장독 사이에 애기똥풀꽃이 핀다. 집
김용택 시인
2011.04.01 11:28:00
내 마음이 불편하고 내 그림자가 외로운 이유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8> 공선옥 소설가
산을 오른다. 동네 뒷산을 오른다. 시장 갈 때나, 마실 갈 때처럼 낡은 운동화를 신고 집에서 입는 옷을 입고 천천히, 산을 오른다. 뒷짐을 지고 오른다. 할랑거리며 오른다. 오르다가 적당한 나무둥치에 등을 기대고 앉는다. 앉아서 산을 본다. 산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다.
공선옥 소설가
2011.03.31 17:56:00
"파괴된 강에서 우리는 작별한다"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7>이영주 시인
안쪽에 무엇이 있든, 사람은 때로 울고 싶어진다. 행복하다 스스로에게 되뇌며 일상을 안정적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누구나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각자의 사연에 따라 다르리라. 누군가는 사랑 때문에, 누군가는 고통 때문에, 누군가는 텅 빈 외로움 때문
이영주 시인
2011.03.30 11:20:00
한탄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6>고은 시인
이제 강은 내 책 속으로 들어가 저 혼자 흐를 것이다 언젠가는 아무도 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이제 강은 네 추억 속에 들어가 호젓이 흐를 것이다 네 추억 속에서 하루하루 잊혀질 것이다 이제 강은 누구의 사진 속에 풀린 허리띠로 내던져져 있을 것이다
고은 시인
2011.03.29 13:36:00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5> 고재종 시인
그토록 흐르고 흐를 것이 있어서 강은 우리에게 늘 면면한 희망으로 흐르던가. 삶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듯 굽이굽이 굽이치다 끊기다 다시 온몸을 세차게 뒤틀던 강은 거기 아침 햇살에 샛노란 숭어가 튀어오르게도 했었지. 무언가 다 놓쳐버리고 문득 황황해 하
고재종 시인
2011.03.28 07:54:00
강의 이주(移住)에 관한 4편의 송가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4>김경주 시인
1 나의 강(江) 밑을 상상해본다 물 밑을 흐르는 산울림과 돌 사이 어두운 살들을 지닌 물고기들 사람의 눈을 보았던 눈동자 너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가라앉은 돌멩이들의 희멀건 말들은 어느 해안선이 되려는가 저녁은 살아 있는 것들이 향수병(鄕愁病
김경주 시인
2011.03.25 08: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