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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이주(移住)에 관한 4편의 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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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이주(移住)에 관한 4편의 송가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4>김경주 시인

ⓒ김흥구

1

나의 강(江) 밑을 상상해본다

물 밑을 흐르는
산울림과
돌 사이 어두운 살들을 지닌
물고기들
사람의 눈을 보았던 눈동자
너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가라앉은 돌멩이들의 희멀건 말들은
어느 해안선이 되려는가

저녁은 살아 있는 것들이 향수병(鄕愁病)을 앓는 시간이다
그런 저녁에 매달린 나의 물방울들은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가
물속의 고기들은 저마다 부력(浮力)이 달라
물속에서도 하늘을 헤아리고
바닥의 무덤들로 비늘들이 쌓일 때마다
자신의 부력에 쌓이는 만년설을 상상한다
그해의 평행(平行)이란 조용히 가라앉아 보기만 한다
그 쓸쓸한 물의 둘레에
너의 물가를 어떤 말로 달래고 있는가

저녁의 강은 자욱한 구름들이 물 밑으로 스며와
돌 속으로 살림을 옮기는 시간
그걸 나는 돌의 살갗이라 부르기도 하고
먼 해안선만을 읽고 있는 나의 말들은
자욱이 부서지라고
나의 수사학엔 인간의 언어들이 모두 연약해져갔다

2

나의 강은 어디쯤 가고 있는가

늦은 오후 뱀 한 마리 바위에서 기어나와 강을 핥는다
그 침침한 눈빛이 먹먹해서
소포를 부치러 가다가
쭈그려 앉아 보았다
희미한 거품을 물고……
뱀이 숲 속 그늘로 돌아가는 소리를
그 뱀의 눈에 열리는 밤의 예감으로

나는 하구(河口)에서 가장 멀리 있는 색깔로
호흡하던 나의 말들이 해로워져가는 것을
강 속에 귀를 가득 담가본 피륙들의
숨소리로 물가가
이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것을
그 물소리에 배를 띄우는 자들의 생명을
나는 지구의 음악이라고 불러도
더 이상 해롭지 않다는 것을

자신의 지구(地球)가 물이 마르는 소리에 꿈이 깬다면
그것은 우리의 악몽에 다름 아님을

3

강가의 물소리를 들으며 숲이 잠들어 있다

시인이여 밤마다 두 귀에 가득 찬 지구(地球)에
자신의 물방울들이 강을 이루는 것을 들어야 한다

(이 말에 바치는 흐름은
인간의 일기日記에 목마름을 표기한다)

시인이 눈송이를 물고 날아가는데
기상 예보가 필요한가

그곳은 하나같이 강심江心이 모여 있는 객지가 아니던가

4

나의 강은 너의 어느 얼굴로 쉬고 있나

강의 숨소리가 자꾸만 야위어가고 있다
저 숨소리로 이륙하는 인간의 말은
어디서 보아야 하나
태양에서 검은 물고기들이 뚝뚝 떨어지는데
하늘은 여행 중인 것처럼 침묵하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강 속으로 걸어
들어간 나의 숲을 찾는다

그 숲에서 꺼낸 나의 연필은 숨을 쉬고 있다
강으로 흘러가는 한 토막나무처럼
가장 연약한 곳에 거주하기로 하는
하나의 말이 되기 위해,

강의 숨소리는 야위어간다는 것을

안다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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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강을 기억하다>(성남훈 외 지음, 이미지프레시안 기획, 아카이브 펴냄). ⓒArchive
그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파괴'의 현장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록했을까.

이제는 막바지로 치달은 4대강 사업에 관한 세 권의 책이 출간됐다. 고은 외 99명이 쓴 시집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이하 아카이브 펴냄), 강은교 외 28명의 산문집 <강은 오늘 불면이다>(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성남훈 외 9명이 참여한 <사진, 강을 기억하다>(이미지프레시안 기획)가 그것들이다.

저자와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 문인들과 사진가들이 기록한 '강의 오늘'을 <프레시안> 지면에 소개한다. 오늘도 포클레인의 삽날에 신음하는 '불면의 강'의 이야기는 한 달여 동안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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