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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9>김용택 시인

ⓒ한금선

봄볕에 마르지 않을 슬픔도 있다.
노란 잔디 위의 저 타는 봄볕, 무섭다. 그리워서
몇 굽이로 휘어진 길 끝에 있는 외딴집
방에 들지 못한 햇살이 마루 끝을 태운다.
집이 비었으니, 마당 끝에 머문 길이 끝없이 슬프구나.
쓰러진 장독 사이에 애기똥풀꽃이 핀다.
집 나온 길이 먼 산굽이를 도는 강물까지 가고 있다.
강물로 들어간 길은 강바닥에 가 닿지 못해 강의 깊은 슬픔을 데리고 나오지 못한다.
사랑이 허공인 줄 알기에, 그러나 봄볕에 마르지 않는 눈물도 있다.
바닥이 없는 슬픔이 있다더라.
외로움이 없다면, 그 생은 낡으리.
봄볕에 불붙지 않은 잔디도 있다.
속으로 우는 강물이 땅을 딛지 못하는구나.
목줄이 땅기는
사랑이 없다면, 강물이 저리 깊어질 리 없다.
집이 왼쪽으로 기울었으나, 나는 집 뒤안에 가서 하늘을 본다.
바닥 없는 슬픔을 깊이 파는 강물 소리를 나는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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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고은 외 지음, 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아카이브 펴냄). ⓒArchive

그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파괴'의 현장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록했을까.

이제는 막바지로 치달은 4대강 사업에 관한 세 권의 책이 출간됐다. 고은 외 99명이 쓴 시집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이하 아카이브 펴냄), 강은교 외 28명의 산문집 <강은 오늘 불면이다>(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성남훈 외 9명이 참여한 <사진, 강을 기억하다>(이미지프레시안 기획)가 그것들이다.

저자와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 문인들과 사진가들이 기록한 '강의 오늘'을 <프레시안> 지면에 소개한다. 오늘도 포클레인의 삽날에 신음하는 '불면의 강'의 이야기는 한 달여 동안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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