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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발자국]"검색결과 (전체기사 중 74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
나락 한 알에서 우주를 보다, 무위당 '생명 사상'을 기리며
'한살림'. 원주 밝음 신협 2층으로 올라가면 한국 신용협동조합 운동과 '생명사상'의 선구자였던 무위당(無爲堂) 장일순(1928~1994)을 기리는 '무위당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에 걸려있는 이 글씨는 예상 밖이었다. 서예에 조예가 깊었던 것으로 알려진 그의 글씨가 삐뚤빼뚤하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잘 쓴 글씨'와는 거리가 멀었다. 다소 실망하며 이 글씨에 대한 설명을 읽고 난 뒤, 나는 존경심으로 무위당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렁이가 흙속을 파고 돌아다니며 옥토를 만들 듯이, 그가 주창한 '한살림 운동'도 우리
손호철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2021.04.30 01:39:26
한국 민주화의 미카엘, 지학순 주교가 뿌린 씨앗
"본인은 양심과 하느님의 정의가 허용치 않음으로 비상군법회의 소환에 불응한다. 유신헌법은 민주 헌정을 파괴하고 국민 의도와 관계없이 폭력과 공갈과 국민투표라는 사기극에 의해 조작된 것이기 때문에 무효이고 진리에 반대된다." 박정희 정권의 살벌한 광기 앞에 모두 숨죽여 있던 유신 초기인 1974년 7월 23일, 천주교 원주교구 교구장인 지학순 주교는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밤새 작성한 자신의 양심선언을 읽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신학교 재직 중 해방과 함께 공산 정권이 들어서자 어렵게 월남해 신부가 된 지 주교는 70년대 들어 사회운동
2021.04.28 07:11:39
'한국판 엘도라도'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 (중략) / 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소녀.' 춘천 소양 댐 앞에 서면 절로 나오는 노래다. 소양 댐을 조금 못 미친 북한강변에는 강을 따라 길게 만들어진 작은 잔디밭 공원이 있다. 공원에서 춘천전투기념비, 6‧25참전학도병기념탑을 지나면 월남전참전기념탑이 나타난다. 이번 답사를 통해 전국 방방곡곡을 여러 차례 돌면서 알게 된 것은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기념물은 한국전쟁과 월남전 기녑탑이라는 사실이다. 대략 시나 면에 하나씩 있는 것 같다. 이중
2021.04.26 10:16:32
남과 북이 사지로 내몬 아홉살 소년을 추모하며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우리의 반공 교육에서 가장 유명하며, 우리 사회의 반공주의를 가장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다. 영동고속도로 속사 출구에서 내려 북쪽인 오대산 쪽으로 조금 달리면 텅 빈 넓은 주차장이 나타난다. 이승복기념관이다. 기념관으로 들어가면 하늘을 향해 손을 번쩍 든 소년의 커다란 전신상 위에 크게 써놓은 이 같은 글씨가 방문객을 맞는다. 기념관에는 이승복 동상 이외에도 이승복이 공부하던 교실과 학교를 보존해 놓았고 전시실에는 이 군의 유품, 당시의 상황을 그린 그림, 그의 이야기가 실린 초등학교 교과서 등이 진
2021.04.23 09:42:56
허난설헌‧허균, 조선 신분제를 넘어선 비운의 남매
'첫째, 여자로 태어난 죄, 둘째, 조선에 태어난 죄, 셋째, 김성립의 아내가 된 죄'. 경기도 광주 초월읍에 있는 안동김씨 종중묘역에 가면 3층 묘역 중 제일 아래층에 일찍이 이처럼 한탄했던 '한국 페미니즘의 선구자' 허난설헌(1563~1589)의 묘가 있다. 허난설헌은 14살에 김성립과 결혼한 뒤 조선에서 여자로 태어나 그의 아내가 된 것을 한탄하며 살다 2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출가외인'이라는 한국식 법도에 의해 시가인 안동김씨 종중묘역에 묻혀야 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강릉에서 500리나
2021.04.21 04:37:26
소성리 '사드'는 어떻게 '광기'를 불러냈나?
무등산 수박과 성주 참외. 여름에 가장 먹고 싶은 과일들이다. 대구 북서쪽에 위치한 성주는 조용한 농업지역으로, 가야산의 맑은 물로 키워내는 당도 높은 참외 이외에는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다. 이러한 성주가 몇 년 전부터 자주 뉴스에 오르내리고 시끄러운 곳이 되고 말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때문이다. '사드 출입금지'. 성주군 북쪽에 있는 소성리에 들어가면 아스팔트 바닥에 쓴 흰 페인트가 방문객을 맞는다. 원래 소성리는 원불교의 2대 종법사인 정산종사가 탄생한 원불교의 성지로 원불교 순례자들과 이곳에 있는 성
2021.04.19 04:06:30
'민주정부'에서 되살아나는 '박정희 향수'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구미 박정희 생가 옆에 위치한 새마을공원 박정희 동상 앞에 서자 귀에 익은 새마을 노래가 들려왔다. 갑자기 유신 시대로 돌아간 것 같아 으스스한 기분에 겁이 덜컥 나고 나도 모르게 주위에 경찰이 없나 둘러보게 됐다. 그러자 엉뚱하게도 2018년 지방선거가 생각이 났다. 박근혜 탄핵과 촛불의 여파 속에 치러진 선거인만큼 이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적으로 싹쓸이를 했지만, 영남, 특히 보수의 텃밭인 경북은 예외였
2021.04.16 07:48:46
'자본 탐욕'과 '무사안일'이 빚은 낙동강 '페놀 사태' 교훈
'인류의 99%는 이미 중독됐다.' 충격적인 카피에 놀라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영화 '다크 워터스'를 보러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젖소들의 연이은 죽음, 기형아의 출생, 암에 시달리는 주민들. 대기업을 대변하는 법률회사의 한 변호사가 1998년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 듀폰이 독성폐기물 PFDA을 유출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골리앗을 상대로 20년 간 싸운 실화를 다루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이 물질이 우리도 모르게 프라이팬 코팅, 콘택트렌즈, 아기 매트 등 우리 일상에 깊이 침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등으로 흥행에
2021.04.14 08:13:34
'노동자대투쟁' 이후 30년, 노동 현실은 달라졌나?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동조합은 허용할 수 없다!" "그러면 당신의 눈에 흙을 넣어주겠다!" 자신이 죽기 전에는 노조는 있을 수 없다는 정주영 현대그룹 '왕회장'의 배수진에도 불구하고, 1987년 7월 5일 현대엔진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이어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회사 측의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노조 결성을 위한 투쟁에 들어갔다. '한국 역사상 최대의 노동자투쟁'이라고 할 수 있는, 전설적인 '87년 노동자대투쟁('7·8월 노동자 대투쟁'이라고도 부른다)'이 시작된 것이다. 긴 침묵과 일시적인 폭발. 그리고
2021.04.12 07:58:32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잡혀간 시민들은 '부랑자'로 죽었다
"너 이 빵 어디서 났어?" "학교에서 집이 가난하다고 줬는데요." "이 새끼 거짓말 할래!" 부산 사상구 개금역에서 부산보훈병원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인 백양대로의 오른쪽 언덕에는 아파트단지들이 이어져있다. 그 아파트 앞에 서자 한 뉴스에 보도된 최승우 씨의 슬픈 사연이 생각났다. 전두환이 광주의 피의 학살을 통해 권력을 잡은 정권 초기인 1982년, 13살로 중학교에 다니던 그는 경찰에 의해 이렇게 형제복지원에 잡혀갔다. 정신병동에 감금된 그와 어린 학생 등에게 소대장이라는 사람이 발가벗으라고 하고 찬물을 끼어 얹은 뒤 침상에
2021.04.09 10:0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