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년 04월 20일 2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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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하나
[설악 무산 조오현 스님 한글 선시(禪詩)] 이·렇·게·읽·었·다
마음 하나 그 옛날 천하장수가 천하를 다 들었다 다 놓아도 빛깔도 향기도 모양도 없는 그 마음 하나는 끝내 들지도 놓지도 못했다더라 권성훈 |인간의 욕망은 번뇌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천하의 장수가 세상을 다 가졌다고 해도, 마음에 생겨나는 욕망은 집착 속에서 고민과 걱정이 거듭된다. 붓다는 끊임없이 생겨나는 집착을 연기의 원리에 의해 말하고 있다.
설악무산(雪嶽霧山) 조오현
내가 나를 바라보니
무금선원에 앉아 내가 나를 바라보니 기는 벌레 한 마리 몸을 폈다 오그렸다가 온갖 것 다 갉아먹으며 배설하고 알을 슬기도 한다 구중서 |미물을 사랑하는 큰 마음 님의 마음은 너무 큰데 아울러 중생들 세속살이 작은 구석까지 공들여 챙기시니 그야말로 광막한 우주와 지상의 미물을 함께 지니심이다. 오현 스님의 시조에는 벌레가 나오곤 하는데 벌레야말로 지상의 한
아득한 성자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고붕준 |물리학적인 시간으로 따져 묻는다면 ‘하루’와 ‘오늘’의 길이는 동일하다. 그러나 인간
내가 죽어보는 날
부음을 받는 날은 내가 죽어보는 날이다 널 하나 짜서 그 속에 들어가 눈을 감고 죽은 이를 잠시 생각하다가 이날 평생 걸어왔던 그 길을 돌아보고 그 길에서 만났던 그 많은 사람 그 길에서 헤어졌던 그 많은 사람 나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 나에게 꽃을 던지는 사람 아직도 나를 따라다니는 사람 아직도 내 마음을 붙잡고 있는 사람 그 많은 얼굴들을 바라보다가 화장
인천만 낙조
그날 저녁은 유별나게 물이 붉다붉다 싶더니만밀물 때나 썰물 때나 파도 위에 떠 살던그 늙은 어부가 그만 다음날은 보이지 않데. 강은교 |죽음에 대해 조오현 스님처럼 이런 말없으나 수만(數萬) 말[語]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는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가. 낙조가 지는 ‘인천만’ 이라는 현실을 노래하면서도 현실을 넘어서는 현실주의자의 꿈. 갑자기 꿈과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