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은 유별나게 물이 붉다붉다 싶더니만
밀물 때나 썰물 때나 파도 위에 떠 살던
그 늙은 어부가 그만 다음날은 보이지 않데.
강은교 |죽음에 대해 조오현 스님처럼 이런 말없으나 수만(數萬) 말[語]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는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가. 낙조가 지는 ‘인천만’ 이라는 현실을 노래하면서도 현실을 넘어서는 현실주의자의 꿈. 갑자기 꿈과 현실, 상상과 현실이 손을 잡는다. 은유 때문이다. 은유의 이중성 때문이다. 밀물도 그냥 물결치며 모래를 껴안지 않는다. 썰물도 그냥 펄럭거리며 모래를 떠나지 않는다. 그것들 사이에서는 수만 굽이의 한 사람의 생이 말없이 물결친다. 밀물도 썰물도 그 생을 안고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이란 인천만의 ‘붉디붉은’ 낙조를 바라보면서도 그 붉음의 허리 속에서 지는 가슴 부여잡고 있는 사람 하나, 멀리서 보는 이가 아닐까? 지하철에서도 수평선을 보는 이가 아닐까. 그런 시를 꿈꾸자.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2010. 8. 2 <강은교 시인, 동아대 교수>. ⓒ권성훈
조오현 스님은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 ‘만해대상’과 ‘만해축전’을 만들었다. 1966년 등단한 이후 시조에 불교의 선적 깨달음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대시조문학상과 가람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문학상과 국민훈장 동백장, 조계종 포교대상, DMZ평화상 등을 수상했다.
1959년 출가해 직지사에서 성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으며 1968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계림사, 해운사, 봉정사, 신흥사 주지 및 제8·11대 중앙종회 의원을 역임, 지난 4월 조계종 최고 품계인 ‘대종사(大宗師)’ 법계(法階)를 받았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종립 기본선원 조실로 원로회의 의원을 맡고 있으며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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