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하나
그 옛날 천하장수가
천하를 다 들었다 다 놓아도
빛깔도 향기도
모양도 없는
그 마음 하나는 끝내
들지도 놓지도 못했다더라
권성훈 |인간의 욕망은 번뇌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천하의 장수가 세상을 다 가졌다고 해도, 마음에 생겨나는 욕망은 집착 속에서 고민과 걱정이 거듭된다.
붓다는 끊임없이 생겨나는 집착을 연기의 원리에 의해 말하고 있다.
연기설은 무명(無明), 의지적 행위(行), 의식(識), 개인적 존재(名色), 마음과 감각, 감각적 인상, 감각적 감정, 애, 취, 생성력, 재생, 노사 등 십이연기를 일컫는다.
이들 열두 개의 연기는 서로 간에 연하여 생기는 것으로써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십이연기의 동력은 탐욕, 증오, 미망이라는 근본적인 어리석음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 존재의 기본적인 기본원리를 이루는 육체인 색과 정신인 수상행식은 쌍방향적 인과관계가 성립된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여 수정란이 생겨도 그에 맞는 중음신이 없으면 수정란은 생명으로 자라지 못하고, 중음신이 있어도 수정란이 없으면 그 중음신은 새로운 생명을 받을 수 없다.
이렇게 중음신과 수정란은 상호 의존관계가 있다.
그래서 경전에서는 식이 있기에 명색이 있고, 명색이 있기에 식이 있다는 방정식을 통하여 색이란 육체이고 명이란 정신을 의미하는데 이 물질 덩어리인 색이 수정란인 식에 부착됨으로 생명이 탄생된다는 오온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식(마음)은 색(육체)에 매이고 그 몸을 통해 세계에 매이는데, 이렇게 매이도록 하는 것이 욕탐이다.
이 욕망으로 인해 마음은 몸과 세계에 매여 업을 짓고 살다 죽지만, 다시 그 마음에 간직된 업력이 그 다음의 몸과 마음을 형성하여 또 다시 마음을 거기 매인다는 것은 욕망과 집착이 있는 한, 유정의 마음은 욕망의 세계인 욕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윤회한다는 것이다.
이 시는 이러한 인간의 욕망의 끝은 허무라는 사실을 식은 색에 매이고, 색을 통해 세계에 매인 욕망 때문에 인간의 몸과 마음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인간의 본성은 공(空)하기 때문에 만물의 기본 개념인 ‘빛깔, 향기, 모양이 없어도’가 ‘나’와 다르지 않다. 달리 말하자면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가 진리이고, 진리이기 때문에 부처라는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세계를 체득한 마음은, 거울처럼 만물을 있는 그대로 비치게 되는 것이다.
▲『한국문예창작』 통권 제13호, 「조오현 선시 “일색변”에 나타난 무아론」에서 발췌, 2008. <권성훈 시인, 문학평론가, 고려대 연구교수>. ⓒ권성훈
조오현 스님은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 ‘만해대상’과 ‘만해축전’을 만들었다.
1966년 등단한 이후 시조에 불교의 선적 깨달음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대시조문학상과 가람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문학상과 국민훈장 동백장, 조계종 포교대상, DMZ평화상 등을 수상했다.
1959년 출가해 직지사에서 성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으며 1968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계림사, 해운사, 봉정사, 신흥사 주지 및 제8·11대 중앙종회 의원을 역임, 지난 4월 조계종 최고 품계인 ‘대종사(大宗師)’ 법계(法階)를 받았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종립 기본선원 조실로 원로회의 의원을 맡고 있으며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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