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2일 2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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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안의 '늑대'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프레시안 books] 클라리사 에스테스의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언어, 그 주술성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쏟아낸 말이 화살 되어 돌아올까, 그대로 삼켜지기 일쑤였다. 뱉어내지 못한 말은, 피로 녹아들고 뼈로 더해져 '내'가 되었다. 소화되지 못하고 부유하던 찌꺼기는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니까, 차마 뱉을 수 없었던 말이 곧 나이고, 나는 곧 게워내지 못한 이야기로 이루어진 셈이다.삶, 녹록할 거라는 기대 품지 않았다.
김현희 임상심리사
'사랑해서' 때렸다고? 그 남자의 사과를 믿지 마!
[프레시안 books] 런디 밴크로포트의 <그 남자는 도대체 왜 그럴까>
17년간 가정폭력과 학대 남성의 행동을 연구해온 런디 밴크로프트가 그 남자는 도대체 왜 그럴까(정미우 옮김, 소울메이트 펴냄)를 펴냈다. 저자는 서문에서 '화를 잘 내고 강압적인 남자들로부터 여성 스스로 보호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돕기 위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 오랜 연구를 통해 '학대자들은 통제적이고 위협적인 행동이 가져다준 보상에 익숙해져 있기
"너 우울증 아냐. 사소한 고통이야!" 불편한 이유?
[프레시안 books] 에릭 메이젤의 <가짜 우울>
속았다. 인터넷으로 쉽고 빠르게 구매하는 습관 탓이다. 대체로 제목에 의지하는 편이다 보니, 종종 이런다. 생각해보면, 만족감을 주었던 책은 손가락에 꼽는다. 후회하면서도 되풀이한다. 이번에는 다르길 기대했으나, '역시나'였다. 덮어버릴까 고민했다. 숙제하듯 읽었다. 그러니까 에릭 메이젤의 가짜 우울(강순이 옮김, 마음산책 펴냄)은 '제목만으로 고른 책은
'요란한 사랑' 몰두하다 놓친 건…
[親Book] 이병률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한참 아래 후배가 얼마 전부터 밥을 산다고 벼르더니, 기어이 이번 주말엔 만나잔다. 몸살 기운도 있고, 해야 할 일도 있어 주춤했다. 뭣보다 준 것 없이 얻어먹으려니 적잖이 부담되었다. 섬세한 성격답게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하기까지 꽤 여러 번의 메시지가 오갔다. 언젠가 가본 곳인데 맛도 좋고 유명한 족발집이라 정했단다. 제법 많은 사람이 번호표를 뽑아들고
'가난의 냄새', 영원히 지워지지 않아!
[親Book] 조은의 <사당동 더하기 25>
솔직하지 못했다. 가난이 두렵지 않다고 함부로 지껄여대곤 했다. 나 자신도 속았다. 그러니, "자발적 가난"이라든가, "결핍이 추진력"이라는 말도, 아무 때고 쉬이 내뱉을 수 있었던 거다.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겪어 봤으니 안다고 믿었다. 결핍이 삶의 곳곳에 침투해 있을 때조차, "가난이 두렵지 않아"라고 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속마음과 달랐지만
루저라도 괜찮아!
[親Book] <나를 행복하게 하는 친밀함>·<나를 사랑하게 하는 자존감>
6층에서 뛰어내린 A를 다시 치료실에서 만났다. 정말 죽을 마음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저 잠깐 숨고 싶었단다. 과거는 싹 지우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의 얘기는 전부 사실일 거다. 안다. 숨을 곳이 필요했을 거고, 다시 시작하고도 싶었을 테지. 하지만 그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1년 동안의 치료를 의미 없게 만들어 버려서만은 아니었다.
나를 울린 그 사람, 박완서!
[親Book]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얘기'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고 어머닌 질색하셨지만,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다. 울다가도 "옛날 얘기, 하나 해주랴?" 하면 금세 눈물을 닦고 할아버지 무릎에 앉았다.신기하게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소재가 되었다. 마당에 있던 대추나무, 단풍나무가 그랬다. 잠자리, 나비, 개미도 특별한 의미로 바뀌었다. 심지어 빗자루로도 맛깔난 이야기를
미대 나온 여자, 기어이 펑펑 울다!
[프레시안 books] 조이한의 <그림, 눈물을 닦다>
한때 나는 '미대 다니는 여자'였다. 가난한 화가로 살겠다는 꿈을 꾸던 때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극을 달리는 감정을 주체하기 힘겨웠다. 내 안의 따뜻함과 융화되지 못한, 날이 선 날카로움을 도무지 감당할 수 없었다. 범람하는 감정을 게워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가난한'이라는 단서를 붙여둔 건 최소한의 양심이었다. 삼킬 수
소녀를 울린 '선의'…안철수·박경철의 생각은?
[親Book]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던 나눔에 관한 열 가지 질문>
치료실로 들어온 아이가 털썩 주저앉아 운다. 하도 서럽게 울기에 말 붙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기어이 말문을 열었다. "우리 아빠가 1만 2000원도 없을까 봐." 퉁퉁 부은 눈으로 죽고 싶단다. 중학교 2학년, 열다섯의 아이가 저리도 서럽게 우는 이유가 뭘까. 얼마나 고통스럽기에 살기 싫다고 하는 거며, 1만 2000원은 또 뭔가 싶었다.수학여행을 앞둔
나를 키운 건 8할이 기다림이다!
[親Book] 신경숙의 <자거라, 네 슬픔아>
"사랑이 깨어지는 일은 그치지 않고 발생한다.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더 사랑한 사람이 더 기억하고 그 사랑에 더 몰두한 사람이 그 깨어짐으로부터 멀어지는데 시간이 더 걸릴 뿐. 그를 사랑하는 일에 깊이 빠져들었던 그녀는 사랑이 끝나자 어디론가 사라졌다." (187쪽)왜 이 구절에 마음을 빼앗겼는지 알 수 없으나, 오래전부터 그녀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