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2일 23시 02분
홈
오피니언
정치
경제
사회
세계
문화
Books
전국
스페셜
협동조합
붕괴된 공동체, 뒤르케임에게 물어보다
[인문견문록] 에밀 뒤르케임의 <사회분업론>
일본이 한국을 향해 경제 전쟁을 시작한 이후 사람들의 반응들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들어가 봤다. 대부분 일본의 부당함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여성혐오사이트에서는 일본 제품 구매를 독려하는 글이 많았다. 신기했다. 여성혐오사이트를 반대하는 남성혐오사이트에 가보았다. 비슷했다. 지향점이 다른 두 개의 사이트에서 동일하게 한국 사회를 증오하고 있
김창훈 민족미래연구소 연구실장
최초의 근대 소설이 제국주의 소설인 이유
[인문견문록]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10대 중반이었을 무렵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것을 꿈꾸었다. 서른 언저리에 한국 사람이 거의 없던 피지에 가서 얼마간 살아보았다. 정작 피지 본토에는 가볼 만한 해변이 없었다. 좋은 곳은 대부분 배로 한두 시간 들어갔다. 트래져 아일랜드(treasure island)라는 섬을 찾아갔다. 우리말로 보물섬인데, 비는 추적추적 오고 배에서 내린 관광객이라고는 제법
대학을 기업으로 생각하는 권력자들에게
[민미연 포럼] 한국에서 학문공동체는 가능한가?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강사보수이건만, 이것마저도 줄이려는 대학들 때문에 강사들에 대한 대규모 해고가 자행되었다. 우리는 대학을 학문의 전당, 학문공동체의 주체라고 생각해왔다. 강사해고를 둘러싼 대학들의 태도를 보면 한국에는 학문도, 학문공동체도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국이 ‘학문’과 ‘학문공동체
소련은 어떻게 악마가 되었나
[인문견문록] 마리오 소사의 <진실이 밝혀지다>
일본의 대표적 사회학자 오구마 에이지(小熊英二)의 책 일본 양심의 탄생(김범수 옮김, 동아시아 펴냄)을 읽고 지금은 없어진 '소련'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오구마 에이지의 아버지 오구마 겐지는 스무 살에 일본군에 징집되었다가 소련군의 포로가 되어 시베리아수용소에서 가게 된다. 책은 그의 수용소 시절과 전후 일본에 관한 내용이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인가
[인문견문록]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된 공동체>
영국 마르크스주의 정치학자 톰 네언(Tom Nairn)은 "민족주의 이론은 마르크스주의의 거대한 역사적 실패를 표상한다"라고 토로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를 부르짖던 유럽 각 국가의 좌파정당들은 하나같이 전쟁찬성으로 선회했다. 노동자계급에 기초한 보편주의는 개별 국가의 민족주의적 열정 앞에 좌절되었다. 1차 대전 이후
미국식 자유주의에 사망 선고가 떨어졌다
[인문견문록] 패트릭 J. 드닌의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 한동안 빠져 있었다. 좀비물이지만, 정작 무서운 존재는 좀비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다소 특이한 드라마였다. 드라마에는 여러 명의 악인(惡人)이 등장한다. 심지어 사람들을 꾀어 식인(食人)하는 자도 등장한다. 드라마에는 토마스 홉스가 말한 '늑대'가 가득하다. 이웃을 두려워하는 보통 미국인의 심성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는
불평등을 포장하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
[민미연 포럼] 학력 자본에 따른 불평등, 누가 공평하다 하나
얼마 전 '김용균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어째서 '김용균법'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우리는 그 안타까운 사연을 잘 알고 있다. 김용균 씨 어머니의 헌신 덕에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법이 통과되었다. '김용균법'이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 법에는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유교는 얼마나 근대적이었을까?
[인문견문록] 김상준의 <맹자의 땀 성왕의 피>
'독재 타도' 소리가 전국을 들썩일 때 나는 미국인 인류학자의 조수 노릇을 하고 있었다. 시카고 대학 박사 과정이었던 그는 박사 논문의 주제로 민주화운동과 한국인의 유교적 심성과의 관련성을 연구했다. 그를 돕고 있던 동생의 소개로 만나서 번역 작업을 종종 거들었다. 작업을 열심히 도왔지만 사실 주제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한국인들이 독재정권에 저
'자유론'은 왜 식민 지배를 긍정했을까?
[인문견문록]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이라크 전쟁의 한 장면을 생생히 기억한다. 미군 탱크가 이라크 어느 도시의 시가지로 진입하고 있었다. 탱크가 시내 중심가에 접근하려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백인 여성이 탱크를 막아섰다. 여성은 반전(反戰) 구호를 외쳤다. 탱크 위 미군 병사는 쓴웃음을 지은 채 시위 여성을 바라만 보았다. 머나먼 이라크 땅에서 두 청년은 이렇게 실존적으로 마주 서고 있었다.
조선이 유교 때문에 망했다? 이런 '조알못'을 봤나!
[인문견문록] 황태연·김종록의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
어릴 때 보던 저녁 시간 일일드라마를 기억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다른 사람을 비꼴 때 '엽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왜 사람을 옛날 동전에 비유하는지, 어린 나는 매우 궁금했다. 실생활에서는 '엽전' 대신 '조선놈'이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대한민국이 선진산업국에 진입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조적인 표현은 점점 사라지는 듯했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