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전자기기 이용한 노동자 감시 급증 추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전자기기 이용한 노동자 감시 급증 추세"

인권위, 실태조사 결과 발표하며 "공론화" 권고

전자기술의 발달은 우리 사회를 유토피아로 이끌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란 간단치 않다. 기술의 발달은 동시에 감시기술의 발달을 의미하고, 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사생활) 등과 관련된 인격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자기술의 발달에 대해 우리 사회는 호의적이기만 하다. 범죄예방을 이유로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감시카메라(CCTV)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는 있지만, 이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14일 전자기기에 의한 사업장 감시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사업장 감시 실태를 인권적 시각에서 검토해본 최초의 시도다. 이번 실태조사는 인권위로부터 용역연구를 의뢰받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이사장 이원보)가 실시했다.

***사업장마다 평균 2.36개의 감시용 전자기기 사용**

노동사회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CCTV, 몰래카메라, 전자신분증, GPS, 생체인식 시스템 등을 활용한 전자 노동감시 시스템은 IT 산업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감시용 전자장비 시장의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업무용 개인컴퓨터, 전화 등에 대한 무단열람과 도감청도 증가하고 있고 생산자동화 시스템(ERP, DAS 등)이 빠르게 도입되면서 이를 활용한 노동자 감시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노동감시를 위해 전자기기들이 중복 적용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데, 대다수 사업장에서 2개 이상의 전자기기가 노동감시에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에서 종사하는 노동자 2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개별 사업장마다 평균 2.36가지의 감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김현우 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용량이 큰 제품이 개발되고 값도 저렴해지면서 사업장 감시기기의 사용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감시용 전자기기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이같은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감시의 위험성에 대한 이해 부족은 노사 모두 마찬가지**

한편 노동감시용 전자기기가 사업장에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지만, 정작 노동조합이나 사용자들은 전자감시 기기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둔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도입되고 있는 CCTV의 경우 사용자들은 인권침해의 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 CCTV를 과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노동자 측 역시 이에 대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다는 것이 노동사회연구소의 연구 결과다.

물론 전자기기를 통한 사업장 감시가 인권침해와 심지어는 노동자의 정신장애로 이어진다는 시민단체와 일부 노동조합의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노동감시 시스템이 도입되는 정도에 비해서는 문제제기가 극히 미미했다는 것이다.

김현우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전자감시 시스템의 인권침해 및 노동권침해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노사 모두에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본적으로 전자감시와 노동권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 사업장 감시 제어를 위해 법적 장치 마련하고 있어**

한편 전자감시 시스템의 광범위한 도입과 이에 따른 인권침해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상지대 김인재 교수(법학)는 "UN, ILO 등 국제기구와 주요 선진국가에서 노동감시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제도 정비를 통해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사회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의 사생활이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법률은 존재하지 않지만 시민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반적으로 제정돼있는 헌법, 관습법 등으로 사업장 감시에 따른 사생활 침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캐나다와 호주의 경우는 사업장의 노동감시과 관련해 별도의 제도적 장치를 두고, 사업장의 노동감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정보·프라이버시 위원회'는 정례적으로 의견서를 공표해 시민사회와 함께 산업현장에서의 감시행위를 규율하고 있다. 호주 역시 각 주 별로 독자적인 프라이버시 보호법을 마련해 사업장 감시에 대한 정책적인 규제를 시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 주는 1998년에 작업장의 비디오 감시를 규제하는 '작업장 비디오 감시법(WVSA)'를 제정했고, 최근(2005년 5월)에는 이 법 대신에 컴퓨터 감시 등을 포괄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작업장 감시법'을 제정했다.

***사업장 감시 관리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마련 서둘러야**

이처럼 국제사회는 사업장 감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사업장 감시를 제어할 수 있는 기본적 법률도 제정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김민재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은 사업장 감시에 대해 직접적인 규율을 하고 있지 않고, 노동자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일반적인 입법도 없다"며 "구체적인 문제의 해결은 헌법상 기본권 해석에 의지해 해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사회연구소는 법·제도적 개선방안으로 △감시에 대한 일반 법률을 제정하는 대신 노사관계에 특수한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특별규정을 두거나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식과 △근로기준법에 노동자의 인격권 보호에 관한 근거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향후 신설될 법제에는 △사용자는 전자장비에 의한 감시기법을 도입할 때 사전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해당 노동자에게 제시해야 하고 △사용자는 감시기법을 도입할 때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법을 통해야 하며 △도입을 하더라도 극히 제한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노동사회연구소는 지적했다.

***'공론의 장' 마련부터**

이같은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검토하기 이전에 사업장 감시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과 개선방안의 도입 과정에서 불필요한 노사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론의 장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현우 연구위원은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통해 적절한 사회적 합의와 기준을 설정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