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 연구기관 가운데 단협해지 통보를 한 곳은 이로써 모두 7개가 됐다. 전체 50개의 정부 출연 연구기관 가운데 노동조합이 있어 단체협약을 가지고 있는 곳은 모두 34곳. 지난 한해 동안 무려 21%의 연구기관이 일방적으로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한 셈이다.
'단협해지' 유행에 건설기술연구원도 동참 "노조가 교섭에 불성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조용주 원장. ⓒ프레시안 |
건설기술연구원은 "노조는 설립 이후 초법적 단체협약을 내세워 연구원 경영의 근간이 되는 연구원규에 노조의 이익에 부합하는 조항들을 반영시켜 왔고 조직개편 혹은 경영제도 도입 및 개선 때마다 단체협약 상의 '노사 합의'를 근거로 경영권을 제한했다"고 단협해지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건기연의 단협해지는 최근 국책 연구기관이나 공기업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노동조합 무력화' 조치의 일환이다. 앞서 한국노동연구원, 해양수산개발원, 직업능력개발연구원, 여성정책연구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해양연구원 등 6개 연구원이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공기업 가운데도 가스공사, 5개 발전회사, 철도공사가 단협해지를 통보했다. 이날로 8일째 벌어지고 있는 철도노조의 파업의 1차적 원인도 단협해지였다.
"사측 안 전달 이틀 만에 단협해지…앞으로는 교섭하고 뒤로는 해지 검토"
연구원이 단협해지 명분으로 내세운 "노조가 성실하게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노조는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공공연구노조 건설기술연구원지부 박근철 지부장은 "노조는 이미 지난 9월 말 단체협약안을 사 측에 전달했지만 사 측의 단협안이 노조에 전달된 것은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지난달 30일"이라며 "사 측 안을 내놓은 지 불과 이틀 만에 연구원이 단협해지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지난 4차례 교섭은 노사 모두 각자의 안을 보여주고 서로 검토하는 수준이었을 뿐으로 '불성실 교섭'을 운운할 만큼 진전된 것도 없다는 얘기다.
박근철 지부장은 "결국 연구원이 앞에서는 교섭에 응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단협해지를 검토했던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노조는 조합원 총회를 거쳐 쟁의행위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건기연의 단협해지는 최근 국책 연구기관이나 공기업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노동조합 무력화' 조치의 일환이다. ⓒ프레시안 |
조용주 원장, 부임하자마자 김이태 징계, 무더기 대기발령…"공포 분위기"
특히 지부는 지난해 9월 조 원장이 부임한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주목하고 있다. 조 원장은 부임한 직후 양심선언을 한 김이태 연구원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이고 중징계를 내렸다. 김 연구원이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는 운하계획"이라고 폭로한 것은 조 원장이 부임하기 4개월 전인 그해 5월의 일이었다.
박 지부장은 "이후 연구원에는 공포 분위기가 팽배해졌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기존에 없던 '미래전략실'이라는 부서를 만들어 박사급 연구원 6명을 사실상 대기발령시켰다. "발령을 내 놓고 아무런 업무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지부의 주장이다. 이들은 '연구활동 방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전원 법원에서 발령의 부당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난 11월 1일, 조 원장은 비슷한 조치를 다시 취했다. 10명의 연구원을 실질적 업무가 없는 '본부' 산하로 발령 낸 것이다. 그 중에는 노조의 부지부장도 포함됐다.
뿐만 아니다. 조 원장은 두 번 연속 최하평점을 받을 경우 해고가 가능한 '직원 퇴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박 지부장은 "현재 연구원의 정규직은 380명인데 규정상 10%는 최하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음에도 무리한 제도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원은 노조에 단협해지를 통보한 지난 2일, 20여 명의 박사급, 팀장급 조합원들을 모아 놓고 "노조 탈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건설기술연구원지부에는 비정규직과 박사급 연구원까지 총 400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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