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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 출신 허준영 사장, 파업 장기화 일등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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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경찰청장 출신 허준영 사장, 파업 장기화 일등공신"

[인터뷰] 파업 7일째 맞는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

철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2일로 일주일을 맞았다. 노사 교섭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절차상 하자가 없는 합법 파업임에도 정부는 1일 뒤늦게 '불법'으로 규정했다. 단체협약을 철도공사가 일방적으로 해지하면서 노사 갈등이 극단적으로 치달았던 것임에도, 정부는 해고자 복직과 공기업 선진화 반대 등 파업 목적 가운데 일부가 '정치적'이라며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원만한 타결이 어렵겠다는 추정이 나오는 까닭이다. 철도 60년의 역사상 처음 발생한 단협해지에 맞서 철도노조의 역사상 가장 오랜 파업을 하고 있는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을 1일 만났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기태 위원장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지만 조합원의 파업 참여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기태 위원장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지만 조합원의 파업 참여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프레시안

김기태 위원장은 "경찰 출신 허준영 사장이 노사관계에 대한 아무런 이해가 없어 무조건 지시만 내리면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허준영 사장이 파업 대오를 유지시키는 1등 공신"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철도노조가 파업을 벌이고 있긴 하지만, 노조는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파업 돌입 직후에도 노조는 철도공사에 공문을 보내 교섭 재개를 촉구했다. 김기태 위원장도 "지금 철도 사태의 실마리를 푸는 지름길은 탄압이 아니라 정부가 노사 대화를 열리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교섭에 전혀 응하지 않는 사측, 누가 국민의 발을 볼모로 잡고 있나"

▲ "정부가 불법도 아닌데 불법 운운하고 조기 진압을 위해 여론몰이를 하며, 철도공사는 직위해제 협박을 하지만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프레시안
프레시안
: 철도노조의 역사상 이렇게 장기간동안 전면파업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김기태 :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조합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그만큼 탄압에 대한 현장의 분노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불법도 아닌데 불법 운운하고 조기 진압을 위해 여론몰이를 하며, 철도공사는 직위해제 협박을 하지만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전체 1만5000명의 조합원 가운데 필수유지업무 인원을 빼고 1만2000명 수준으로 파업이 유지되고 있다.

조합원들은 오히려 편안해 한다. 이 파업이 지극히 평화적이고 합법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불법으로 규정하고 싶어 하는 대통령과 총리가 더 가슴이 탈 것이다.

프레시안 : 노조 사무실에 압수수색하고 철도공사의 고발 나흘 만에 체포영장이 나왔다. 이런 분위기 영향은 별로 없나?

김기태 :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갑자기 단체협약을 해지당하고 우리가 사 측을 고소한 것은 소환장도 하나 안 보내는데 노조만 공격하고 있다. 얼마나 법이 차별적으로 적용되는지 조합원도 느끼고 있다.

프레시안 : 단협해지 외에도 공기업 선진화에 대한 반대도 들어있다.

김기태 : 정부의 '선진화'가 실제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 일단 정원이 줄었다. 지난 4월 이미 철도공사는 정부 지침에 따라 15% 정원을 축소했다. 노동자 복지와 관련된 많은 것도 선진화에 포함돼 있다. 임금 피크제, 연봉제 도입도 다 선진화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노사관계도 선진화시키겠다면서 100개도 넘는 단체협약 개악안을 내놓았다.

노조로서는 황당한 상황이다. 단협해지만 하더라도 교섭이 진행 중인데,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해지해버렸다. 어떻게 보면 노조가 혹시라도 파업을 안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서 단협을 해지한 것 아닌지 의심도 된다. 자연스럽게 파업으로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다. 지난 9월 임금 협상이 잘 안 되서 노조가 결렬 선언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허 사장이 '우리 마쳤으니 박수나 한 번 칩시다'고 하더라. 협상이 결렬됐는데 박수를 치자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파업 들어간 뒤 제일 처음 한 일이 교섭하자고 요구한 것이었다. 투쟁은 투쟁대로 하지만 이 현안을 풀기 위해서는 노사 대표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사 태도는 어떤가? 교섭 요구에는 전혀 반응도 없고 언론을 통해서 외려 '이번 기회에 노조 버릇을 고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상식 이하다.

한 번도 이런 적은 없다. 이제까지는 파업을 하더라도 물밑 교섭도 하고 대화가 있었다. 그런데 허준영 사장은 '실무교섭 하면 되지 대표교섭이 왜 필요하냐'고 얘기한다. 노조가 국민의 발을 볼모로 잡는 것이 아니라 철도공사가 국민의 발을 볼모로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한다.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이유는 사 측에 있다.

"경찰청장 출신 허준영 사장, 노사관계를 상하관계로 본다"

▲" 60년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사 측이 교섭을 해태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허 사장은 교섭 자체에 안 나온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허준영 사장 부임 이후 철도 노사관계가 많이 달라졌다는 얘긴가?

김기태 : 그전까지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60년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사 측이 교섭을 해태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허 사장은 교섭 자체에 안 나온다. 2주에 한 번 본교섭 하기로 해 놓고선 자랑스럽게 '사장인 내가 무려 4번이나 본교섭에 참석했다'고 얘기할 정도다. 노사관계를 예속관계 혹은 상하관계로 보는 것이다.

경찰청장 출신이어서 그런지 허 사장은 노사관계에 무지하다. 오직 경찰 때처럼 지침과 지시만 내리면 그냥 다 되는 줄 안다. 신뢰와 성실의 원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조합원들도 다 안다. 그러니 파업 대오가 줄지 않는 것이다. 이만큼 강고한 대오를 유지할 수 있는 1등 공신이 허준영 사장이다.

혹시라도 내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허 사장에 대해 꼭 얘기해주고 싶다. '이 사람은 당신이 하려는 중도, 친서민 정책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무능력의 극치라고 말이다.

프레시안 : 비록 노사관계가 엉망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돈 많은 공기업 노조가 파업을 한다는 시선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돈 많이 받는다는 얘기를 했다.

김기태 : 전체 3만2000명의 철도 직원 가운데 400명이 연봉 9000만 원이 넘는다고 비난했다. 그런데 그 400명 중에는 허준영 사장도 있다. 또 조합원이 아닌 사람도 많다.

연봉이 높다고 하지만 사실 철도는 작업 환경이 대단히 열악하다. 기본 근무체계가 불규칙하다. 새벽에도 나가고, 오후에도 나간다. 그로 인한 임금 상승 효과도 있다. 그런 앞뒤는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오직 연봉이 몇 천 만원이라고 말할 수 있나? 그렇게 말하면 공사에 온지 7개월 밖에 안 된 허준영 사장은 기본 연봉이 9500만 원 인데, 입사한지 18년이 된 나는 4000만 원 수준이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나마 2005년 이전에는 3조2교대제도 아니고 24시간 근무하고 24시간 쉬는 식이었다. 명절도 없고 공휴일도 없이 수십 년을 그렇게 일해서 정년퇴직을 앞둔 사람이 6000만~7000만 원 받는다. 그것을 경영진이 아무 일도 안 하고 돈만 많이 받는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불순한 것 아닌가?

"법치국가에서 법대로 하는 것이 불법이라면 너무 억울하다"

프레시안 : 시작이 어찌됐든 파업이 길어지면 국민들의 불편도 장기화된다. 여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데.

김기태 : 파업 하면서도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것이 국민들의 시선이다. 늘 염려스럽고 걱정된다.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하면서 내가 제일 먼저 한 말이 '국민 여러분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는 것이었다. 조금만 더 이해해주시고 참아주시면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겠나 바라고 있다.

프레시안 : 허준영 사장이 전근대적인 노사관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뒤에는 정부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단협해지도 철도공사 뿐 아니라 발전과 가스에서도 벌어진 일이다.

김기태 : 정부가 문제 해결을 의지를 보여야지 오히려 투쟁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아예 출구를 막고 '엄정 대처, 타협 없다' 운운하는 것을 잘못이다. 법대로 해도 불법이라고까지 얘기한다. 노동조합 운동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다. 법치국가에서 법대로 하는 것이 불법이면 그보다 더 억울한 것이 어디 있을까?

프레시안 : 대통령이 실업자도 많고 일자리 때문에 어려운데 공기업 노조가 파업해선 안 된다고 했다.

김기태 : 어불성설이다. 정작 신규 일자리 늘리는 것을 막는 것은 정부다. 철도가 신규 사업이 많아 공사에서도 2160명을 새로 채용하겠다고 언급했었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정원을 줄이고 신규 인력 채용도 못 하게 한다. 대통령 스스로가 앞뒤가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노조의 요구 가운데 하나가 신규 인력 충원이다. 공공부문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우리가 요구하고 있다.

쟁점이 되고 있는 임금피크제나 직렬 혹은 전환배치를 용이하게 하자는 것도 우리가 아예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어려움도 있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시범적으로 운영도 해보고 노사가 교섭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철도공사는 갑자기 100여 가지 항목을 다 바꾸자고 들고 나왔다. 오랫동안 노사 합의를 통해 조금씩 만들어진 단협을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하자는 것이다. 이건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항복하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60년 간 만들어진 단체협약을 제로 베이스에서? 항복하란 얘기밖에 안 된다"

▲"우리는 대화하겠다고 일관되게 얘기하고 있다. 단협해지를 공사가 철회하고 대화에 나선다면 언제든지 만난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비록 명분이 노조에 있다 하더라도 파업이 길어지면 노사 모두 수습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 않나?

김기태 : 우리는 대화하겠다고 일관되게 얘기하고 있다. 단협해지를 공사가 철회하고 대화에 나선다면 언제든지 만난다. 단협해지가 전제조건은 아니다. 다만 실무교섭이 아닌 책임 있는 급의 대표교섭을 해야 한다. 실무교섭은 수없이 해봐야 아무 실익이 없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지름길은 정부가 노사 대화를 주선하는 것 뿐이다.

프레시안 : 앞으로 파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김기태 : 큰 변화는 없다. 정부나 사 측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파업은 계속 간다. 지금은 교섭 자체가 막혀있다 보니 노조도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공권력으로 진압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버티고 저항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얘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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