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타협해선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가 철도노조 파업 등 공공기관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강경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1일 아침 철도노조와 공무원노조 사무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하고, 파업 중인 철도노조 집행부 15명에 대해 업무방해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국책연구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정부는 이어 1일 오후 철도노조 파업에 관련된 담화문을 발표해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청년 실업률이 8%를 넘어서고 있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있는 이러한 때에 이번 파업은 보호받고 있는 집단의 지나친 이기주의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정부 담화문 내용은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평생직장을 보장받은 공기업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들고 이해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적당히 타협하고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철도노조 파업은 철도공사가 일방적으로 단협 파기를 선언하면서 촉발된 것이라는 점에서 청년 실업 문제와는 상관관계를 찾아보기 힘들다. 억지에 가까운 정부의 이같은 주장은 공공기관과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부추겨 철도노조 파업에 덧씌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 "두바이사태 등 위기는 아직 진행 중인데 파업이라니…"
정부는 이날 담화문을 통해 철도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했다. 절차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공기업 선진화 반대, 해고자 복직 등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전날까지만 해도 "무리한 파업"이라고 말하는 등 '불법 파업'이라고 자신 있게 규정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특히 경제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해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반대 여론을 부추기려 애썼다. 정부는 "지난주 두바이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며 아직도 위기는 진행 중"이라면서 "위기극복을 위해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 합심노력해야 할 이러한 상황에서 철도노조가 전면 파업을 돌입해 국민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근로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합법적인 쟁의행위는 철저히 보장하겠지만,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일절 관용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강조했다.
참여연대 "노조에 대한 비이성적 탄압"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대응이 법으로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무시하는 과도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현 정부의 왜곡된 인식의 문제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합법과 불법의 기준을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근간마저 부정하는 현재 모습은 분명 이성을 잃은 태도"라면서 "노조에 대한 비이성적 탄압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정부의 '2기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은 외형상 '선진화', '개혁'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궁극적 목적이 '노동조합의 순치'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철도노조 파업 등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에 대해 "'공공기관 노사관계 선진화' 추진을 앞두고 노조의 기를 꺾기위해 치밀하게 의도된 탄압으로 판단하며, 그 진원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직을 수행할 것을 위임했을 뿐, 초법적인 권한을 부여한 바가 없다. 정치적 약속과 법률로 정한 세종시를 무효화시키고, 각종 법과 절차를 어겨가면서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각종 헌법적 기본권까지 말살하려드는 이 대통령과 현 정부의 모습은 법 위에 군림하는 권력의 형상이 아닐 수 없다"면서 "그러면서도 말로는 법치를 내세우니 이것이야말로 '도둑이 회초리를 드는' 꼴이 아닐 수 없다"고 정부의 모순된 태도에 대해 지적했다.
야당 "철도노조 파업은 정부가 유도한 것"
민주당, 진보신당 등 야당들도 정부의 과도한 대응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철도노조의 파업은 정부가 유도한 것"이라면서 "이명박 정권은 공공기관의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노조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합법적인 노동자의 권익운동을 탄압하는 불법을 자행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의 조정자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의 공공부문 노조 탄압에 대해 "대통령이 노동자를 국민으로 보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 맘대로 부려먹는 부하 직원이자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피고용인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혹시 이 대통령은 오랜 기간 기업주로 살아오면서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을 본능적으로 혐오하는 인성을 갖게 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공공부문 노동자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단체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니 참으로 반 헌법적이고 천박한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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