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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탄압, 당선 5일된 새 위원장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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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탄압, 당선 5일된 새 위원장 '해임'

휴일 집회 참석이 이유…"목적은 통합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다"

최근 민주노총에 가입한 공무원노조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알레르기 반응이 초대 위원장을 해임시키는 데까지 이르렀다. 지난 7월 공무원 시국선언에 참여하고 휴일에 집회에 참석했다는 것이 이유다.

공무원과 교사의 시국선언 참여에 대한 징계 바람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문제는 11만의 거대 노조로 새로 출범한 뒤 처음으로 뽑은 위원장이라는 데 있다. 이에 앞서 노동부가 최근 사라질 조직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게 설립신고를 취소한 이유가 해고자의 노조 활동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위원장의 해고는 통합공무원노조의 출범 자체를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될 수 있다.

노동계는 당장 "초대 위원장을 선출하자마자 중징계한 것은 합법적 노조원 자격을 빼앗아 노조 결성 자체를 방해하려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반발했다.

양성윤 위원장 해임 '시국대회 참여는 집단행위 금지 위반'이 이유

▲ 양성윤 위원장은 지난 17~18일 실시한 통합공무원노조의 초대 위원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그로부터 불과 일주일도 안 돼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연합뉴스
서울시 인사위원회는 23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양성윤 통합공무원노조 초대 위원장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정치 활동'이다. 지난 7월 19일 양성윤 위원장이 '민주회복, 민생 살리기 2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 공무원법의 집단행위 금지 규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양천구청은 행안부의 '지침'에 따라 지난달 양성윤 위원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양 위원장은 지난 17~18일 실시한 통합공무원노조의 초대 위원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그로부터 불과 일주일도 안 돼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것. 해임은 파면보다는 낮은 수위의 징계지만 공무원 신분을 박탈당한다는 점에서 '해고자'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앞서 통합공무원노조의 공동위원장이던 손영태 전공노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경기도에서 파면됐고 역시 공동위원장이던 정헌재 민주공무원노조 위원장도 해임됐다. 이유는 모두 똑같다. 시국대회 참여와 민주공무원노조가 7월 "정권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이 되고 싶습니다"는 내용의 신문 광고를 낸 것이 문제가 됐다.

행안부는 공무원노조 간부 16명을 형사고발하고 105명에 대해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14명이 지난달 검찰에 기소됐으며 현재까지 징계 대상 105명 가운데 49명이 징계 처분을 받았다. 파면과 해임 등 공무원직을 빼앗긴 사람도 23일 현재 18명이나 된다.

해임 진짜 목적은 통합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

서울시 징계위원회의 결정은 7일 이내에 양천구로 송부돼 양천구가 15일 이내에 집행 등 조치를 하게 된다. 그러나 양 위원장이 불복할 경우 소청심사위원회 소청 요구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구제신청, 행정소송 등을 낼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양성윤 위원장에 대한 해임은 통합공무원노조의 활동 자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노조는 오는 28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4명의 부위원장을 뽑고 정식 명칭을 확정해 다음달 초 설립신고 등을 거쳐 공식 출범할 예정인데, 정부가 '해고자가 위원장인 노조의 설립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이미 지난달 20일 해고자가 노조 간부라는 점을 들어 전공노에 대한 설립신고를 취소했다. 바로 이어 행안부는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노조 사무실을 폐쇄하고 단협을 해지하라고 통보했다.

당시 전공노는 통합공무원노조로의 조직 전환을 앞둔 상태여서 곧 사라질 조직이었다. 그런 전공노에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을 놓고 통합공무원노조가 합법 노조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해고자를 문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분분했다. 서울시는 새로 당선된 위원장에 대한 해임을 결정해 이 같은 전망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공무원'의 입 막기에 혈안이 돼 있다"

▲ 대규모 징계 사태를 불러온 공무원 노조의 7월 신문 광고. ⓒ프레시안
당연히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위원장 임성규)은 이날 성명을 내고 "서울시 인사위원회는 처벌의 대상인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 즉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노동계는 "시국선언 참여나 집회 참여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양심과 표현의 자유로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양성윤 위원장이 참석한 7월 19일의 시국대회는 휴일에 열렸다.

민주노총은 "정부는 탄압의 명분으로 '정치 중립', '품위 유지'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거짓 뒤에 감춰진 진정한 의도는 공무원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삼으려는 것"이라며 "집요하게 민주노총 죽이기를 시도해 온 정권이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으로 흥분해 법까지 유린하며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통합공무원노조도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공무원'의 입을 막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하며 "앞으로도 정부 정책이 국민을 위해 제대로 수립되고 집행될 수 있도록 올바른 비판과 견제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년 만에 통합했는데…'법외냐, 법내냐' 내부 갈등 반복되나?

새 위원장이 당선되자마자 해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만만치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 달로 예정된 통합공무원노조의 공식 출범을 놓고 정부와 '합법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설립 신고서조차 나오지 않으면 노동조합으로서 활동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당장 정부와 노정 교섭은 고사하고, 노조의 갈 길을 놓고 내부 진통이 벌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전공노가 민공노와 나눠진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전국공무원노조가 지난 2002년 설립 이후 '법외 노조'의 길을 가면서 전공노는 '합법 노조로의 전환'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었다. 그 결과, 2007년 전공노의 일부 세력이 민공노를 만들어 떨어져나가기도 했다. 통합공무원노조는 이로부터 2년이 지나 민공노와 전공노, 법원노조가 합쳐진 것이다.

더욱이 최근 행안부가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복무규정 개정을 거론하며 전방위로 통합공무원노조를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공무원노조가 '법외 노조'의 길을 가게 되면 조직 이탈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조직 통합 투표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시 중앙행정기관 4개 지부에서 '탈퇴 투표'가 벌어진 것은 그 근거다. 비록 4개 지부 가운데 환경부지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부결돼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초대 위원장의 해임으로 통합공무원노조의 근심은 더 깊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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