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가 26일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동시에 국회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권고하기로 했다.
***인권위 "양심의 자유는 국가비상 상태에서도 보호돼야"**
인권위는 이날 오후 전원위원회를 열고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상 양심의 자유 보호범위 내에 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인권위는 특히 "헌법 제19조(양심의 자유), 세계인권선언 등을 판단의 준거로 삼았다"며 "양심의 자유는 국가비상 상태에서도 유보될 수 없는 최상급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이어 "현재의 제도로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그로 인한 형사처벌'과 '단순한 병역의무의 이행' 사이에 양자택일식 해결방법뿐"이라며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대체복무제 도입과 관련해 "대체복무의 인정 여부를 공정하게 판정할 기구가 설치돼야 하고, 대체복무 기간은 초기 단계에서는 현역 복무기간을 초과하더라도 추후 국제적 기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축소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인권위는 "대체복무의 영역은 사회의 평화와 안녕, 질서유지 및 인간보호에 필요한 봉사와 희생정신을 필요로 하는 영역 중에서 우리 실정에 맞게 채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법원 판례와 배치돼 논란 가능성**
그러나 이번 인권위의 결정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의 기존 판례와 배치돼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양심의 자유는 법률에 의해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로서, 국방의 의무(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로 볼 수 없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두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기본권 행사는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불응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병역법 88조 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이런 차이는 법원에서는 양심의 자유를 '제한 가능한 기본권'으로 간주한 데 반해 인권위는 '국가 비상사태에서도 침해할 수 없는 자유'로 보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85개 국가 중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 덴마크, 대만 등 모두 36개국인데 비해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싱가포르, 터키 등 8개국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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