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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되기를 거부하는 젊은이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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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되기를 거부하는 젊은이들의 진실

[인권하루소식] "평화는 미래를 위해 추구할 가치"

여전히 쌀쌀한 바람이 거세게 불던 지난 겨울, 나는 병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36일 동안 수감되었다. 나의 영장담당판사는 한 마디 말도 않은 채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1심 판사는 나의 양심이 무엇인지 묻고 또 물었다. 그러다 운이 좋아서 법조계 인사이동 때 혁신적인 판사를 만났고, 나는 보석으로 풀려났다.

7명이 기거하는 3평 철골 콘크리트 감옥 체험은 답답함을 견디는 것 이상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어머니의 눈물을 외면해야 하는 아픔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았다. 한 사람당 겨우 0.5평의 생활 공간을 유지해야 했고 모든 움직임은 규칙에 따라야 하는 것 정도는 차라리 감내할 수 있었다. 병역거부자들은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돌아올지는 뻔히 알고 병역을 거부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을 죽이는 일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무고한 사람을 대규모로 학살하는 전쟁과 전쟁을 연습하는 군사훈련에는 동참할 수 없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잘못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 때문에 죄인이 되었지만, 나는 한번도 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감옥에 처넣어지는 처사에도 주눅들 이유가 없었다.

군사훈련을 받기보다 차라리 감옥을 선택하는 특이한 사람은 나 하나만이 아니다. 60년 전부터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살인훈련 받기를 거부했고 지금도 매년 500명씩 감옥가기를 선택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조국의 안보를 외면하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일관되게 낙인찍히는 것도 감내해 왔다.

사람을 죽여도 고의로 살인한 것이 아니라면, 혹은 폭력사용을 직업으로 삼는 조직폭력배라 할지라도 징역 1년은 매우 무거운 형벌로 간주하는 우리 사회가, 사람 죽이는 일은 연습조차 할 수 없다는 병역거부자들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3년 최고형에 처했다. 병역거부 수감자들은 우리나라 모든 교도소에서 온갖 잡무를 도맡아 하는 1급 모범수여서 이들이 없으면 교도소 행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이지만 이들의 신념과 인권은 조금도 고려되지 않는다. 교도소의 중요한 부서에는 병역거부 수감자들만 출입할 만큼 이들은 정직하고 성실한 젊은이라고 인정받고 있지만 범죄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소중한 젊은 시절을 희생해 가며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군 장병들의 마음과 고된 훈련을 받아야하는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자기 안에 평화를 심어놓은 젊은이들이 걷고자 하는 길은 분명 우리 사회가 인정해야 하고 오히려 살려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길은 국익에 우선하며, 미래를 위해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살인은 물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서약 때문에, 전쟁에 반대하는 마음 때문에, 평화와 비폭력에 대한 소신 때문에 군사훈련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조국의 안보를 외면하는 이기심으로만 보이는지 묻고 싶다. 불살생의 계율을 자기와의 약속으로 삼아야 하는 불교도가 사격훈련과 총칼 찌르기 훈련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 왜 인정될 수 없으며, 모든 전쟁과 살인은 악이며 그 악에 동참하는 것도 악이라는 성경의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 정말 문제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느님이 자신의 모습대로 인간을 창조하셨다고 하는데도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전쟁을 매번 찬성했던 주류 기독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전쟁에서의 살인은 왜 합법적으로 인정되는지 심지어 가장 많이 살육한 사람을 영웅으로 추앙하는지 이상할 뿐이다. 대량살상무기 한 두 개면 대규모로 생명과 자연을 파괴할 수 있는 오늘날의 시대에 엄청난 군사력을 품에 안고 인권과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모순으로 다가온다.

병역거부자들은 타인에게 도움은 못 줄지언정 피해는 주지 않겠다는 별것 아닌 소박한 마음을 가졌을 뿐이다. 자기 내면에 평화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다보니 병역을 거부하게 된 사람일뿐이다. 군인이 되기보다 죄인이 되겠다고 결심하는, 자기가 가진 평화의 소신으로 살아가겠다는 사람일뿐이다.

* 이 기사는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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