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합헌"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로써 대법원에 이어 헌재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게 돼, 최상급심은 모두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은 셈이 됐다.
***헌재,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은 합헌**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 재판관)는 26일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해 기소된 이모씨가 "병역법상 양심적.종교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낸 신청을 받아들인 서울 남부지법이 제기한 위헌신청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중 7명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양심의 자유가 인격 발현과 존엄성 실현에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나 그 본질이 법질서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라며 "국가공동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양심을 보호해 줄 것을 국가로부터 요구하는 권리"라고 밝혀 국가질서 유지를 위해 양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재판부는 또한 "병역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국가안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이라며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국가안보를 저해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 입법을 요구할 수 없다"고 밝혀 '양심의 자유'보다 '국가안보'에 더 큰 비중을 뒀다.
***헌재, 개인의 양심보다 국가안보에 비중**
재판부는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해서도 "남북한 사이에 평화공존관계가 정착돼야 하고, 군복무여건 개선 등을 통한 병역기피 요인 제거가 우선돼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자리 잡아 대체 복무를 허용하더라도 병역의무 이행에 있어서 부담의 평등이 실현되고 사회통합이 저해되지 않는다는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밝혀, '현실론' 및 '시기상조론'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고뇌와 갈등상황을 외면.방치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에 관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가적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며 "입법자는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법익의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두 법익을 공존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입법자에게 권고했다.
반면 권성, 이상경 재판관은 별개 의견을 통해 "입법자에게 이 사건 심판대상과 관련없는 대체복무제를 입법자에게 권고하는 것은 사법적 판단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일.전효숙 재판관, "집총에 의해서만 국방의 의무 실현되는 것 아니다"**
한편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낸 김경일, 전효숙 재판관은 "국방의 의무는 병역법에 따라 집총에 의한 군복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현역복무 이행의 기간과 부담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이와 유사하거나 그보다 높은 정도의 의무를 부과해야 형평성 회복이 가능하다"며 "입법자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최소한의 고려를 통해 오랜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하지 않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남부지법은 2002년 1월 종교상의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이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병역거부자에 대한 예외없는 처벌을 규정한 병역법 제 88조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위헌심판을 제청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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