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유죄'로 결론 내린 가운데 인권.종교.시민단체들은 정부와 국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전체 대법관의 절반인 6명의 대법관이 정부에 대해 대체복무제 입법을 촉구함에 따라, 대체복무제 입법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종교.인권.시민단체, 대체복무제 개선 입법 촉구**
재야법조, 종교, 인권, 시민단체로 이뤄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15일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와 입법부과 대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대체복무제도 개선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17대 국회는 즉각 대체복무제도의 개선을 통해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을 근본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대회의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특히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 대체복무를 허용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유보되어 있다'고 하여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보충의견에서도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고무적이라 할 만하다"며 대체복무제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대회의는 또한 남북대치 현실에서 '국방의 의무'를 강조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안보상황이라 하더라도 이미 15만에 달하는 대체복무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에서 마치 병역거부자들의 양심 실현의 자유를 보장하면 병역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가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재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오히려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안보상황 하에서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소수자들의 양심 실현의 자유야 말로 민주주의의 진정한 핵심이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 80여개국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40여개국인 대체복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다음은 연대회의의 성명 전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즉각 대체복무제도 개선에 나서라!**
2004년 7월 15일 오후 2시 대법원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최명진 씨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가 국가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헌법적 가치 및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기본권 행사의 원칙적인 한계”라며 “양심 실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고 밝혔다. 또 헌법 39조 1항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규정을 인용하며 “병역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가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보장될 수 없으므로, 종교적 양심의 자유가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는 이상 그 자유가 제한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대회의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깊은 유감을 뜻을 표한다. 물론 국가 공동체에 살고 있는 개인들에게 무한의 자유가 보장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면 그 실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양심의 자유는 과연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양심실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그 자유를 제한했던 방법과 정도가 타당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아무리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안보상황이라 하더라도 이미 15만에 달하는 대체복무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에서 마치 병역거부자들의 양심 실현의 자유를 보장하면 병역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가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재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안보상황 하에서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소수자들의 양심 실현의 자유야 말로 민주주의의 진정한 핵심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비록 1명이지만 “국가형벌권이 한 발 양보함으로써 개인의 양심의 자유가 보다 더 존중되고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이 제기되고 또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 대체복무를 허용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유보되어 있다”고 하여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보충의견에서도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고무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 사법적인 최종판결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현행 병역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헌법재판소가 아직 판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연대회의는 헌법재판소의 조속하고도 전향적인 판결을 요청한다. 또한 사법부의 이러한 판결과는 별개로 정부차원의 실질적인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바이다. 만약 정부와 입법부과 대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대체복무제도 개선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정부와 17대 국회는 즉각 대체복무제도의 개선을 통해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을 근본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04. 7. 15.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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