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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강만수와 4대강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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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운찬, 강만수와 4대강을 어찌할꼬?

정 후보자 앞에 놓인 2개의 '산'…감세·친기업 정책도 비판

이명박과 정운찬. 정치적 측면에서는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이 대통령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신임 국무총리로 지명함에 따라 '중도 실용주의 노선'과 '지역 통합'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그 대가로 정 후보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위협하는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경제노선을 들여다보면 두 사람은 정반대에 서있다. 정 후보자는 '케인지안'이다. 이 대통령은 과격한 '신자유주의자'다. 정 후보자는 4대강 정비사업, 감세정책, 금융규제완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현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견지해왔다. 그는 현 정부 초기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운용에 대해 "적잖이 걱정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2008년 3월 <조선일보> 시론) 경제정책에 있어선 이 대통령과 정 후보자 어느 한쪽이 자신의 대폭 양보하지 않고서는 양립이 쉽지 않다.

이 대통령이 양보한다면 말뿐이 아닌 실제로 '중도 실용주의'로 노선 변경을 꾀하는 것이고, 정 후보자가 양보한다면 소신을 접는 것이다.

정 후보자가 물러서지 않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하나 더 있다.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로 대표되는 경제 관료들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소장 경제학자라는 타이틀에 부족함이 없었던 정 후보자이지만 그의 소신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믿기엔 그 앞에 놓은 현실이 녹록치 않다. 그의 내정 소식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운찬 등장으로 '4대강 사업' 영향 받을까

가장 주목되는 지점은 향후 정운찬 후보자가 3년간 30조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여되는 '단군 이래 최대 공공 토목사업'인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다. 정 후보자는 여러 차례 이명박 정부의 대규모 토목건설 정책에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후보자는 지난 1월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최한 강연에서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녹색뉴딜'의 핵심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 "뉴딜이라는 말에서 대규모 치수사업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뉴딜의 본질은 그리 간단치 않다"며 "1930년대의 뉴딜은 테네시강 유역 개발사업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금융규제, 노동자의 권익보호, 사회안전망 등 국가개입의 확대가 주된 내용이었다. 단순한 SOC 투자가 아니라 경제운용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녹색뉴딜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토목건설 중심의, 눈에 보이는 성과 중심의, 우리가 과거에 많이 보아왔던 그 패러다임에 가까워 보인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경제적, 비경제적 비용과 효과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추진되는 사업들은 반짝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미래 세대에 부담으로 남을 우려가 크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눈에 보이는 SOC 말고도 우리가 시급히 필요로 하는 공공 프로젝트들은 많이 있다"면서 기초연구개발, 교육, 보육 등 '사람에 대한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는 지난 3월 있었던 인제대 주최 '인제강학회'에서도 "93년 김영삼 정부 당시 경제팀이 뉴딜 한다고 과잉투자를 했고 이 후유증이 외환위기로 이어졌다"며 "정부가 공부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는데 지금도 당시와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뉴딜' 정책에 대해 "반짝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 미래세대에 부담을 남을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정 후보자는 작년 12월 뉴욕에서 열린 한 초청강연에서도 "한국에서 뉴딜한다고 잠수돼 있던 대운하가 나올까 걱정"이라고 직접적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국회에서 "4대강 예산은 연관사업까지 포함해 22조 원 규모지만 재해대책비나 관리비만 해도 5년 간 10조 원이 넘는다"며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 MB정부 감세-부동산-금융정책도 비판

정 후보자는 강만수 특보의 소신인 감세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재정은 아껴서 후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국민적 자산"이라며 "물론 꼭 써야 되면 써야 한다. 하지만 가능한 한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써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감세정책이 단기적인 내수진작이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확충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구나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감세보다는 교육과 의료 등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지출을 늘리는 것인 효과적인 위기 대응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에 대해서도 걱정을 표했다. 그는 "정부는 건설업을 통한 인위적인 경기부양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월 강연에서도 "부동산 거품은 반드시 꺼지게 돼 있고 새로운 호재를 만들어서 거품을 지탱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금산분리 완화처럼 시장의 오작동을 부추길 성급한 규제완화나 한미FTA 조기비준과 같은 개방확대 정책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만수로 대표되는 '성장주의', 정 후보자가 넘어야할 산

정 후보자가 평소 소신을 지켜나갈 수 있다면 현 정부의 대기업-부유층에 편중된 경제정책 노선을 바로잡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 후보자는 지난 1월 강연에서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가계 부실'을 꼽으면서 "이번 사태로 중산층이 붕괴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중산층 복원'을 경제정책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대기업 편향'에 대해 정 후보자는 지난해 3월 <조선일보> 칼럼에서 "금산분리 완화, 지주회사 규제 완화,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등 극히 소수의 대기업이 관심을 갖는 사안에 대해 지나치게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초래할 시장질서의 왜곡, 경제력 집중의 문제, 금융위기 가능성 증대 등을 고려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노선변경을 꾀하기 위해선 강만수 특보 등 기존 경제 관료들의 저항을 꺾어야만 한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정책 실패로 경질됐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대통령 경제특보로 복귀시켰다. 이는 4대강 사업, 감세 등으로 대표되는 'MB노믹스'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또 강 특보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일이기도 했다.

어느 쪽이 될지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쉽지 않은 과제임에는 틀림 없다. 정 전 총장과 친분이 있는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는 "합리성을 갖춘 분이지만 강만수 특보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문제에서 현 정부의 기조에 거슬러 본인의 소신이 투영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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