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내몰린 자의 비명을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이곳은 지옥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내몰린 자의 비명을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이곳은 지옥인가"

[용산, 냉동고를 열어라] 목구멍이 포도청

1월 20일 발생한 용산 참사가 여섯 달 가까이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5명의 철거민 희생자의 시신은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서울 순천향대병원의 냉동고에 있다. 유족, 철거민, 이들을 돕는 시민은 날마다 참사 현장 앞에서, 그리고 수시로 유관기관을 방문해 사과와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지만 정부는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행세만 할 뿐이다.

이런 가운데서 용산의
재개발 조합과 시공사는 하루속히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태세다. 문정현 신부 등 참사 현장을 지키는 철거민과 시민들은 날마다 용역업체 직원의 시비를 상대해야 한다. 다섯 달 전과 비교해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문화예술인이 이 같은 용산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연재를 시작한다. 6·9 작가선언 모임을 비롯해 작가, 미술가, 만화가, 사진가 등으로 구성된 '용산참사와 함께 하는 예술가들'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용산 참사에 대한 자신의 에세이를 풀어낼 예정이다. <편집자>

조선에 국서가 있었으니 그것은 포도청이지요. 백성에게 더 가까이 다가온 포도청이 목구멍으로 들었으니, 목구멍이 포도청이지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몸은 망루로 오르지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살려주세요! 몸 안의 비명들은 목 안에서 죽지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밥들, 먹어도 먹은 게 아니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텅 빈 내장들 죽어서도 파헤쳐지지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 구멍 지나는 끼니들은, 아! 마지막 끼니는 뜨거운 불덩이였지요.

▲ ⓒ서영식

포도청이 떡하고 버티고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 목구멍에서 목구멍이 포도청인 자들은 불덩이가 되고, 산 자들은 살아 질식하지요.

시작메모

목구멍은 좁고 어둡고 깊다. 목구멍은 그 자체로 까마득하고 멀고, 막막하다. 우리는 거기로 끼니를 들이고, 숨을 쉬어야 한다. 그것이 대안 없는 삶이고, 할 수 없는 생의 방편이고, 목숨을 부지하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 목구멍에 가시가 박혀본 사람은 안다. 침 하나 삼키는 일이, 밥 한 술 넘기는 일이 얼마나 눈물겨운 것인지를. 가시 하나가 그럴진대 심지어 창끝이 사방으로 곧추서 있는 포도청이 목 안에 들었다면 어떻겠는가? 그것은 고통과 공포의 극한이다. 그 두려움이 만든 슬픈 속담이 바로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고통이 크면 비명이 새어나오기 마련이다. 하는 수 없이 비명도 목구멍을 통해 나가는 법인데 무참히 내몰린 자들의 비명을 경찰은 도심 속의 '테러리스트'로 간주하였다. 진정 여기는 지옥인가? 여섯 사람이 불덩이가 되었다. 참사가 벌어지고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 다섯 구의 시신은 죽어도 죽지 못하고 있다. 그 곁에서 산 주검 같은 유족들과 진실규명을 바라는 국민의 바람도 질식하고 있다.

지상에서 쫓겨난 자들이 망루로 갔다. 망루에서 내몰린 영혼들이 산 채로 화장 되었으나 바뀐 건 없었다. 그 망루에 눈이 내렸다 녹았으나 다시 겨울이었다. 그 망루에 꽃이 피고 졌으나 봄은 오지 않았고, 그 망루에 폭우가 내렸으나 씻겨 내려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 사는 데가 아무리 어둡고, 암울한 목구멍 속이라 할지라도 그리로 숨이 드나들어 우리는 살아 있고, 그리로 밥이 드나들어 우리는 한 몸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우리는 또한 한 몸이 아니었던가! 그리하여 나는 바란다. 목구멍 안의 포도청이 목구멍을 찌르는 고통의 가시가 아니라 목구멍을 든든히 지켜주는 국서가 되어주기를, 그 좁은 목구멍에서 어서 방패를 거두고, 목구멍의 숨통을 온전히 터주기를. 그리하여 이 암울한 대한민국의 목구멍에 퍽퍽 가슴 치며 죽어나가는 자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기를.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