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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혀서 할 말이 없다"

[용산, 냉동고를 열어라] 용산 '불꽃과 함께 사라지다'

1월 20일 발생한 용산 참사가 다섯 달이 넘도록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5명의 철거민 희생자의 시신은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서울 순천향대병원의 냉동고에 있다. 유족, 철거민, 이들을 돕는 시민은 날마다 참사 현장 앞에서, 그리고 수시로 유관기관을 방문해 사과와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지만 정부는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행세만 할 뿐이다.

이런 가운데서 용산의 재개발 조합과 시공사는 하루속히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태세다. 문정현 신부 등 참사 현장을 지키는 철거민과 시민들은 날마다 용역업체 직원의 시비를 상대해야 한다. 다섯 달 전과 비교해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문화예술인이 이 같은 용산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연재를 시작한다. 6·9 작가선언 모임을 비롯해 작가, 미술가, 만화가, 사진가 등으로 구성된 '용산참사와 함께 하는 예술가들'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용산 참사에 대한 자신의 에세이를 풀어낼 예정이다. <편집자>


할 말은 많다.
그러나 기가 막혀서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더욱 할 말이 많다.
이것이 오늘의 내 현실이다.

그날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햇살이 눈부신 상쾌한 아침에 맞이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나는 한 동안 말을 잊은 채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았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큰 사건에 대한 충격과 분노로 몸을 떨어 나도 모르게 머리칼이 곤두섰다.

'그래. 이것이 바로 너희들의 시나리오였구나. 이렇게 함으로서 너희들이 스스로의 본질을 밝히려 그 동안 그렇게 집요하게 파고들었구나.'

이런 생각에 이르자 그들의 끈질김에 대해 질린 나는 어떤 두려움과 동시에 강력한 위기감을 느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내가 해왔던 그림책 그리는 일만큼은 놓을 수가 없어 습관적으로 작업대에 앉았으나 일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지속적으로 나를 옥죄는 위기감과 함께 피라미 같이 미약한 내 존재를 실감하면서, 그들의 거대한 덩치에 대한 무력감과 분노에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내 머릿속에 기분 나쁘게 떠오른 것이 있었다. 바로 그들의 야비한 권력 구조의 틀이다. 청산되지 않은 매국 세력이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상층부를 차지하고서 지금까지 민중의 희생을 바탕으로 안락을 누려왔다. 그것이 이 권력의 본질이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누려온 안락함도 모자라 권력 기반의 영구화를 꾀하는 데에 방해되는 세력은 모조리 제거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므로 용산 재개발에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자들은 그저 쓰레기일 뿐이다. 사람이 아닌 쓰레기라는 것이다. 여기에 인권은 없다. 단지 있다면 그들의 인권만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은 너희들과 함께 하는 세상이 아니라 우리들만의 세상이기에 전 국민들 또한 이들의 쓰레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밀어부쳐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빛나는 살인을 저지르고야 만 것이다.

그 동안 용산 참사의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추악함에 치가 떨린다.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공안 검찰을 이용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사실처럼 언론에 흘리고 이에 경쟁적으로 보도하여 끝내는 전직 대통령까지 죽게 했으니 이 뻔뻔함에 또한 치가 떨린다.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또한 그냥 강행하면 되는 것이다. 4대강 개발도 모두가 반대하는 대운하 건설의 얄팍한 꼼수에 다름 아니다. 집회 결사의 자유를 막는 행위와 뉴타운 재개발 관련법 추진 역시 그들의 지상 과제이다.

이 모두가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악법들임에도 그들의 눈에는 이들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에 그냥, 그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 것이다.

이들은 강력하게 파시즘으로의 회귀를 꿈꾼다. 이 추악함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추악함의 본질을 까발리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그림으로 그들의 꿈을 분해하는 일이다.
그런 마음으로 용산 참사 현장 고 이상림 열사(72세)가 운영하던 까페 레아에서 열리는 '끝나지 않는 미술전'에 참여했다. 그렇게 주저하던 생애 첫 개인전을 철거 지역에서 열었다. 일주일 동안 신들린 듯 그림을 그렸다. 그리곤 언젠간 철거될 버려진 건물에 나는 꿈을 심었다. 그들은 그들이 진정 철거시킬 수 없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를 똑똑히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양심이여 연대의 문화이다. 사람이 사람이게 하는.

▲ <불꽃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fire)>(2009년 1월 20일 새벽, 용산에서 피어난 슬픈 눈물의 불꽃은 이 땅에서 일어난 연대의 봉화였다. 그들은 죽음으로 인간이기를 증명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슬픈 죽음은 그렇게 만든 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화염이 되어 그들 스스로에게 멸망의 불꽃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스스로를 태우게 될 것이다. 이것은 필연이다.) ⓒ김종도

▲ <별이 빛나는 밤에>(그들의 집요함을 보라. 그리고 비겁함을 보라. 그들의 잔인함을 보라. 세상 모든 잠든 별이 빛나는 밤에도 그들은 행동한다. 자기들만의 세상을 위하여 끊임없이 시도한다. 은밀하게 쥐새끼들처럼.) ⓒ김종도

▲ <불의 침투>(그들을 저지하지 못했을 때 그들은 더욱 거센 불길로 자기들만의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강력한 침투를 강행할 것이다. 저기 산마을 너머에 그들만의 파라다이스가, 그들만의 유토피아가 있지 않는가. 그들의 목표 지점을 향한 더러운 불꽃은 엄마의 젖을 문 채 잠이 든 어린아이와 고된 하루를 뒤로 하고 단잠을 이루는 아버지와 아들과 할머니와 삼촌을 태울 것이다. 그들의 낙원을 위하여.) ⓒ김종도

▲ <불의 연대>(그날 우리는 보았다. 지옥과 같은 불길 속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버티는 그들의 모습을. 그날 우리는 들었다. 핏빛보다도 더 붉은 화염 속에서 천둥소리보다도 더 큰 그들의 함성을. 끝내는 첫닭 울음소리와 함께 태어난 아기와 이제 막 세상과 이별하고자 하는 산골짜기 촌로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연대의 고리와 함성을 끝내는 목격하고야 말았다.) ⓒ김종도


▲ <살어리 살어리랏다>(우리는 원한다. 작은 벌레 새끼에서 백수의 왕인 호랑이까지. 물속에 사는 피라미와 열목어 그리고 수달과 여우와 두루미와 참새까지 우리는 살고자 한다. 살아서 청산을 누비고자 한다.) ⓒ김종도

▲ <블랙홀Ⅰ>(모든 것을 흡수하여 끝내는 자기 자신까지도 삼켜버리고자 한다. 추악한 자본주의는.) ⓒ김종도

▲ <블랙홀Ⅱ>,(인간의 외침도, 그리고 물질도, 영혼과 그 사랑까지도 삼키고자 한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블랙홀은.) ⓒ김종도

▲ <말하다>(외침, 모든 살아있는 것은 외친다. 외쳐 말한다. 자기 자신을 주장한다.) ⓒ김종도

▲ <猛貓鼠獵圖>(오늘의 현실을 보면서 가소로운 쥐새끼 설쳐대는 꼴을 보면서 나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맹렬한 기세로 분노의 힘을 모아 쥐새끼를 사냥하고자 한다.) ⓒ김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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