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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앞에서 제 종아리 때리는 심정…MB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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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앞에서 제 종아리 때리는 심정…MB는 알까"

[오체투지 103일째] 서울 온 순례단…시민 1000명 비 맞으며 동참

"순례단 여러분, 이제 남태령을 넘어가겠습니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 오체투지순례단 명호 진행팀장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참가자에게 전달됐다. 그의 머리 위로 '안녕히 가십시오. 경기도 과천시입니다. 어서오십시오. 여기부터 관악구입니다'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자그마치 300킬로미터를 자벌레처럼 '기어서' 서울에 도착했다. 오체투지 103일째인 17일 순례단이 굵은 장대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선인 남태령 고개를 넘었다. 기상청은 이날 서울 지역에서 5~30밀리미터의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다.

남태령 고갯길을 오르는 세 명의 성직자의 온 몸은 이미 빗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징소리와 함께 일어서는 세 성직자의 옷에서, 합장을 한 손과 팔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천천히 한 발 내딛는 다리에서도 바지단을 따라 빗물이 흘러내렸다.

이런 악천후 속에서도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전종훈 신부 세 성직자의 표정은 여느 때와 변함이 없었다. 그들은 묵묵히 오체투지를 할 뿐이었다. 그 뒤를 약 1000명의 시민이 오체투지를 하면서, 또 걸어서 그들을 따랐다.

▲ 오체투지에 참여한 수백 명의 시민들. ⓒ프레시안
"세상의 잘못을 대신 짊어진다"

이날 남태령 고개를 넘기 직전 경기도 과천시 관문체육공원에서는 오체투지순례단 서울 맞이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법륜 스님은 "사람이라면 사람의 길을 걸으며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며 "하지만 사람이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럴 경우 스스로 뉘우치고 사람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그것이 힘들다면 옆에서 조언해 줄 때 알아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륜 스님은 "이것을 두고 소통이라고 한다"며 "하지만 국민 다수가 조언하는 것을 알아듣지 못하고 이명박 정부는 계속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법륜 스님은 "이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세 명의 성직자를 두고 "세상의 잘못을 대신 짊어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통상 아이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야단을 치거나 종아리를 때린다. 하지만 어진 부모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이 앞에서 제 종아리를 때린다. 그때 아이는 울면서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 세 분의 성직자는 차마 이 나라 지도자에게 매를 들지 못하고 있다.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결국 백성들의 아픔이 커지는 것에 가슴 아파하며 스스로 종아리를 때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잘못을 대신 지고 참회하고 있다. 지도자들의 눈과 귀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행동을 본다면 스스로 잘못을 뉘우쳐야 하지 않나. 하지만 아직까지도 아무 소식이 없다."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운영위원장은 오체투지순례단을 두고 "우리 정부가 가는 것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며 "현 정부는 거짓 녹색 성장의 길을 말하지만 순례단은 진실로 생명의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로만 성찰을 이야기했지 결국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을 넘도록 진행된 것은 경쟁과 속도뿐이었다"며 "하지만 순례단은 우리가 어떤 모습을 지향하고 가야 할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남태령 고개에서 오체투지를 진행 중인 세 분의 성직자. ⓒ프레시안

문규현 신부의 형인 문정현 신부는 "이번에 끝까지 뒤에서 함께 하려 했지만 용산 참사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용산 참사는 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사실을 솥뚜껑으로 덮으면 끝날 줄 알지만 천만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길게 늘어선 순례단 행렬…20일 명동성당 미사, 21일 조계사 법회 진행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이날 행사에는 약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남태령 고개는 말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평소 소형 확성기로 순례단을 이끌었던 명호 팀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방송차 스피커를 사용했다.

어림잡아 200미터는 족히 더 되어 보이는 노란 행렬은 징소리에 맞춰 시종 엎드렸다 일어섰다를 반복했다. 이날 순례단에는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했다. 스님, 목사, 신부를 비롯한 신도와 시민단체 회원이 대거 참여했다. '경인운하 반대, 지키자 공영방송, 사수하자 YTN, 언론자유수호, MB악법 저지' 등의 글귀를 등에 붙인 시민도 눈에 띄었다.

한편, 오체투지순례단은 향후 용산구를 거쳐 20일 명동성당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미사를 진행한 후 21일에는 조계사로 이동, 법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 서대문구와 운평구를 거쳐 25일 서울을 떠난다. 순례단은 6월 6일 임진각 망배단을 최종 목적지로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임진각 망배단에 도착한 뒤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 순례단 서울 맞이 행사에 참여한 세 분의 성직자들. 이날 행사에는 1000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프레시안

▲ 이날 순례단에는 등자보를 부착하고 순례에 참여한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지키자, 공정방송, 사수하자, YTN이라는 문구가 적힌 등자보를 붙인채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프레시안

▲ 이날 순례단은 서울과 경기도를 잇는 남태령 고개를 넘었다. ⓒ프레시안

▲ 차가워진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쉬는 시간에 뜨거운 음료를 마치는 성직자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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