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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로 막을 수 있다면"…다시 길 위에 선 성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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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로 막을 수 있다면"…다시 길 위에 선 성직자

수경 스님, 문규현·전종훈 신부 28일부터 오체투지 시작

성직자들이 또 다시 길 위에 선다.

그간 새만금 간척 사업 등과 관련해 삼보일배, 오체투지 등을 진행해 온 수경 수님, 문규현 신부, 전종훈 신부가 오는 28일부터 다시 오체투지 순례에 나선다. 오체투지는 무릎과 팔꿈치 등 신체 다섯 부위를 땅에 대는 절. 세 성직자는 충남 공주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부터 임진각 망배단까지 오체투지로 이동할 계획이다.

오체투지 여정은 총 230킬로미터(㎞)로 하루 4킬로미터씩 74일이 예정돼 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지리산 노고단에서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까지 54일간 오체투지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오체투지는 그 연장선이다.

▲ 수경 스님과 전종훈 신부가 20일 화계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체투지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

퇴행하는 민주주의, 결국 다시…

불경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은 20일 서울 수유리 화계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요즘은 마음이 불편하다"며 "몸과 마음을 던져 지금의 불편함을 없앨 수 있는 씨앗이라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길을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수경 스님은 "2008년에 우리는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한 순례를 진행했다"며 "하지만 대통령 한 사람의 독단과 독선, 오만은 여전하고 거꾸로 돌아가는 민주주의 역사의 수레바퀴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수경 스님은 "지금의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근본적으로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어 우리 사회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그런 기도(오체투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체투지는 시위 맞다. 자기 성찰을 함께 하자는 초대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종훈 대표 신부는 오체투지가 일종의 '시위' 아니냐는 지적에 "시위라고 봐도 좋다"고 말했다. 자기 성찰을 함께 하자는 초대의 의미에서 시위라는 것.

그는 "지금의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고 쩔쩔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시기에 사람들이 스스로 성찰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게끔 기도를 유도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28일 순례를 떠나는 이들은 오는 5월 17일 서울 청계광장에 도착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6월 10일까지 임진각 망배단으로 이동할 예정이며 북측 묘향산까지는 6월 15일에 도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마지막 일정은 남북 간 경색으로 인해 불투명한 상황이다.

성직자들의 쓴소리 "우리 사회에 종교가 있나?"

먼 길을 떠나는 두 성직자의 마음이 가볍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72일간의 대장정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도 10년을 하루같이 길거리에서 기도를 해왔지만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는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수경 스님은 "애를 쓴다고 썼는데 도대체 우리 사회는 좀 더 좋은 쪽으로 변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것의 원인으로 "사회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풀어내야 할 종교계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날 기자 회견에 참석한 수경 스님과 전종훈 신부의 발언을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프레시안 : 작년 오체투지 이후엔 어떻게 지내왔는지.

수경 스님 : 작년 오체투지 이후 밖의 일과는 단절했다. 전화도 꺼놓고 내부에서 칩거해 생활해 왔다.

프레시안 : 오랫동안 사회 참여 활동을 해왔다.

수경 스님 : 10년 전 길바닥에 나와서 '왔다갔다' 했다. 하지만 처음 사회 발을 들였을 때하고 지금하고 조금도 달라졌다는 느낌은 없다. 10년간 이렇게 애를 쓴다고 썼는데 이렇다.

도대체 우리 사회가 좀 더 진보적으로 좋은 쪽으로 변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정리하려고 했던 것들이 도리어 길을 막고 있는지 아쉽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며 고심을 많이 했다.

프레시안 : 우리 사회가 왜 좋은 쪽으로 변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수경 스님 : 개인적으로는 그런 문제에 대해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풀어내야 할 종교계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 사회에 종교가 있는 것인지, 있다면 성직자는 있는 것인지, 있다면 종교와 성직자의 역할은 무엇인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전종환 신부 : 사제 생활 20년이다. 20년 동안 단 한순간도 이 땅에 고통과 멀어짐 없이 함께 하려고 하면서 살아왔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내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은 '이 땅에서, 이 시대에 사는 성직자로서의 삶은 도대체 무엇인가'다.

점점 더 우리 사회는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 결정판이 용산 참사다. 우리 사회에 가장 극명한 모습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런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이 땅에 일어났는데도 가장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고 그들과 함께 다시 일어설 희망을 찾아야 할 종교와 성직자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불행이다.

프레시안 : 수경 스님이 몸담고 있는 불교계는 어떤가.

수경 스님 : 거기서도 불교계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암담함을 느낀다. 짧은 소견이지만 부처님의 말씀과 교단의 행동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그런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나 자신이 중노릇에 대한 회의와 회환을 느끼고 있다.

프레시안 : 그렇게 느끼게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수경 스님 : 근저에 용산 참사에 대해 불교계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어른들의 (보수적인) 시각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또한 18일만 하더라도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법회에 대통령 내외분을 초대했다. 과연 그 법회가 불교적이었나. 현장에 부처님이 오셨다면 이런 방식으로 우리 사회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려고 했을까.

부처님과 정반대의 입장에서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을 볼 때 종교, 특히 불교를 바라보는 심정은 불교계를 통해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프레시안 :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도 많다. 이들의 활동을 지켜보며 드는 생각은 무엇인지.

수경 스님 : 공금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최열 환경재단 대표 이야기를 하겠다. 그는 우리 사회에 환경 운동에 가장 큰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환경 운동의 대부다.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분이 작년부터 이명박 정부와 벌이는 관계를 지켜보면서 왜 저런 방식으로 일을 풀어 갈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좀 더 대담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함에도 말이다. 그의 문제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큰 걸음으로 나아갔어야 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결집했어야 했는데 정작 환경운동가 개인의 문제로 법정 투쟁하며 변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했다. 어느 한 구석에서도 한국 사회가 거꾸로 가는 것을 극복하는 반딧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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