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탐욕을 위해 섣부른 기술을 이용해서 본래 하나인 하늘과 땅과 바다를 제 각각으로 쪼개놓고, 역시 본래 하나인 산과 들과 바다를 길길이 찢어 놓았다. 그 결과 무수한 생명이 매일 매시간 영원히 죽어 없어지고, 결국 인간조차 생존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참담한 '시멘트 공화국'의 세상에 살고 있다. 로마 시대부터 사용되던 최상의 토건 자재인 시멘트를 남용해서 하나로 이어져 있던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낱낱이 흩어져서 제 모습을 잃고 있는 것이 시멘트 공화국의 무서운 실상이다. 시멘트 공화국에서는 물은 스며들지 못하고, 식물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며, 동물은 몸이 짓이겨져서 죽는다.
시멘트 자체가 여러 독성을 지니고 있거니와 오늘날 이 나라에서는 시멘트에 여러 산업 쓰레기를 섞고 있어서 발암성조차 심각하게 의심되고 있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애쓴 최병성 목사의 다음 카페에 대해 명예 훼손이라며 삭제하라는 검열조치를 내려서 세상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망국적인 토건국가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원조 토건세력이 다시 권력을 잡으면서 토건국가의 문제는 바야흐로 거침없이 극단화하고 있다. 막대한 재정 탕진과 소중한 국토 파괴를 끝없이 추구하는 기형적인 개발국가인 토건국가는 개발과 투기에 대한 맹목적 기대를 그 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이로부터 빚어지는 거대한 부패를 그 원천으로 삼는다.
이 나라가 '진정한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토건국가를 하루빨리 개혁해야 한다. 아니, 토건국가의 개혁은 우리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토건국가 문제에 무지한 진보와 개혁은 사이비일 뿐이다. 토건국가형 정부 조직과 재정 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보와 개혁의 핵심 과제이다.
개발과 투기로 막대한 부를 쌓은 원조 토건세력이 강행하는 토건국가의 극단화를 막기 위해 종교인들이 나섰다. 사실 그 출발은 민주화 세력이 강행한 새만금 간척 사업 반대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화 세력은 토건국가로 구조화된 박정희 체계의 문제는 도외시하고 마치 정권의 민주화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여겼다.
박정희 체계를 개혁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권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것은 스스로 박정희 체계의 포로가 되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원조 토건세력이 다시 권력을 잡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원조 토건세력은 권력을 잡자마자 토건국가의 극단화를 강행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가 그것이다.
터무니없게도 원조 토건세력은 경운기보다 느린 운하로 이 나라가 '선진화'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운하는 시대착오적 운송 수단일 뿐이다. 그들에게 실제로 중요한 것은 그저 운하를 건설하는 토건사업 자체이다. 결국 절대다수의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혀서 그들은 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는 대신에 하천 정비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4대강의 하천 정비 사업은 이미 2007년 현재 97%가 끝난 사업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하천 정비 사업을 또 한다는 말인가? 그들은 서울의 한강과 같은 멋진 공간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의 한강은 시멘트 직강화로 말미암아 너무나 심각하게 훼손된 곳이다. 이런 곳을 멋진 곳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운하로 '선진화'를 이루겠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의 실체는 '4대강 죽이기'이며 '대운하 살리기'이다. 반드시 파멸과 망국에 이를 '한반도 대운하'를 막기 위해 종교인들은 2008년 2월 11일부터 석 달여에 걸쳐 '생명의 강 순례단' 활동을 펼쳤다. 그들은 우리의 강들이 시퍼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밝혀주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우리의 강들이 모두 죽었다고 우기면서 터무니없는 '4대강 살리기'라는 것을 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강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서 다시 종교인들이 나섰다. 2009년 2월부터 '오체투지 순례단'을 꾸려서 고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을 죄인이나 심지어 악마로 부르는 사이비 종교인들이 종교를 파괴하고 있다면, 오체투지 순례단의 종교인들은 종교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시금 숙연히 숙고하게 한다.
▲ 지리산에서 오체투지를 시작한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전종훈 신부가 오는 5월 16일 과천의 남태령을 넘어서 서울에 도착한다. 그들을 이 욕망의 도시 서울의 시민은 어떻게 맞을 것인가? 또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 대접할 것인가? ⓒ프레시안 |
오체투지 순례단을 이끄는 종교인은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님, 전종훈 신부님 등 세 분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실상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기는 진정한 종교인을 대표한다. 이 때문에 그들의 '고행'에는 매일 많은 시민이 함께 하고 있다. 며칠 전에 오체투지 순례단에서 보내온 소식에는 함께 오체투지를 한 10대의 말이 적혀 있었다. 그들은 이런 말을 했다.
"오체투지 해 보니 마음이 차분해져요. 요즈음 세상이 여러모로 안 좋다고 하는데 스님, 신부님께서 스스로 참회하시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사람들도 이를 통해 조금씩 변해 가겠죠."
"사람보다 돈, 물질을 중요시해서 돈만 되면 환경 파괴를 일삼고 최근 용산 참사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어른들께서 각자의 본분을 잘 했으면 좋겠다."
"서로 사랑하면서 사는 것이 사람들이 해야 할 일 같아요.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께 부탁해요. 어른답게 말과 행동을 해 주셨으면 좋겠고, 부자들만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아셔야 하며, 국민들을 잘 배려해 주셨으면 좋겠다."
끝의 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에 대해서는 진작부터 말이 많지 않았는가? 10대들도 그 문제를 이렇듯 잘 알고 있다. 자기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는 그저 '벌거벗은 임금님'의 꼴이 되기 십상이다. 이렇게 저렇게 교묘한 말을 늘어놓고 제 아무리 초록색 물감을 잔뜩 칠한 그림을 펼쳐 보이더라도 '4대강 살리기'는 분명히 '4대강 죽이기'이며 '대운하 살리기'이다.
우리의 강을 진정 사랑하고 지키고자 한다면, 시멘트를 걷어내고 직강화를 해제하고 하천습지를 넓게 확보해야 한다. 오체투지 순례단은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강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일깨우고, 5월 16일에 과천의 남태령을 넘어서 서울로 들어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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