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의원 측은 눈이 깊숙이 찔리고 5~6명이 집단으로 폭행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 함께 있던 목격자들은 "명백한 허위·과장 주장"이라며 정면 반박하고 있다. 현재 전 의원은 뇌진탕, 각막손상, 다발성 찰과상, 두뇌타박상, 격막하출혈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민중연대 등 60여 개 사회단체가 긴급 구성한 '이정이 대표 석방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2일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법원이 공정성과 형평성을 상실한 법적용을 했다"며 "이정이 대표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 부산민중연대 등 60여 개 사회단체가 긴급 구성한 '이정이 대표 석방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2일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법원이 공정성과 형평성을 상실한 법적용을 했다"며 "이정이 대표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프레시안 |
"5~6명 집단폭행? 20초도 안 되는 실랑이였다"
이정이 대표의 공동변호인을 맡은 최병모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건 전반에서 전여옥 의원과 이 대표의 주장이 상반된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어느 쪽 주장이 진실인지 확인할 길이 없지만 사건이 단순폭행에 지나지 않고, 목격자 진술이나 당시 정황을 종합해보면 이 대표의 주장이 사실에 훨씬 가깝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대책위에서 정리한 사건의 전개는 이렇다. 지난 달 27일 이정이 대표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전여옥 의원이 발의하겠다고 밝힌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이들은 국회 본관 출입구에 도착했지만, 여야 간의 대치 국면으로 인해 출입제한조치가 내려져 있었고, 참가자들은 (출입구 근처) 민원실 로비에 있는 의자에 앉아 일정을 논의했다.
그러던 중 낮 12시 50분경 본관에서 전여옥 의원이 걸어나왔고, 이를 본 이정이 대표가 전 의원에게 가서 "어떻게 이런 법을 만드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하며 항의했다. 그러나 전 의원이 대화를 거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정이 대표는 2회 정도 전 의원을 밀쳤다.
소란이 벌어지자 그때까지 전 의원이 나타난 사실을 몰랐던 일행이 나서서 이 대표를 만류했고, 국회 경위도 전 의원을 떼어내 국회 본관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전여옥 의원이 나타나 실랑이가 벌어진 때부터 다시 본관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시간은 20초도 걸리지 않았으며, 전 의원은 걸어서 본관 안으로 사라졌고 이 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계속 로비에 앉아 회의를 한 뒤 점심식사를 위해 국회 후생관으로 이동했다.
이후 이정이 대표 등 일행은 식사를 하며 후생관에 1시간 정도 머물렀다. 오후 2시경 버스를 타기 위해 이들이 후생관 밖으로 나왔을 때 갑자기 십 수명의 사복 형사들이 참가자들을 덮치면서 이 대표를 끌고 가려고 했다. 곧이어 영등포경찰서장을 비롯해 영등포서 간부경찰이 대거 나타났고, 수십명의 정복 경찰이 추가로 투입돼 이 대표를 사지를 들어 강제연행했다. 이때 시각이 2시40분경이었다.
"경찰, 객관적 증거 내놓지도 못하면서 전 의원 주장만 따라"
대책위는 "실랑이 당시 현장에는 다수의 국회경위가 있었다"며 "만약 전 의원 주장대로 심각한 폭행이 벌어졌다면 가해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상식이겠지만, 이 대표는 이후에도 20분 가까이 현장에 남아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여옥 의원은 실랑이가 벌어진 직후 걸어서 본관 안으로 들어갔다"며 "당시 촬영된 동영상도 전여옥 의원의 행동거지가 폭행을 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정상적인 상태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 대책위는 전 의원의 진술이 계속 바뀌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사건 직후 전여옥 의원실에서는 언론에 '별 부상은 없다'고 답했다가 몇 시간 후에는 '폭행을 당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 '눈을 후벼팠다'고 말을 바꾸기 시작했으며,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 의원이 제출한 병원 소견서에는 '전치3주'라고 되어 있다.
또 대책위는 "경찰은 전 의원이 폭행당했다는 주장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며 "그러나 객관적 증거는 하나도 내놓지 못한 채 전치3주의 소견서가 전부이며 나머지는 모두 전 의원의 주장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경찰은 초기에는 CCTV를 분석하고 있다고 하다가 폭행 정도가 심하다는 주장을 한 후부터는 CCTV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며 "국회본관의 CCTV 설치 상태를 볼 때 당시 장면이 촬영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이정이 대표에게 '폭행'을 당한 장소라고 주장하는 국회 본관 입구. 사진 위쪽에 설치된 CCTV가 보인다. 이정이 대표 측은 "20초도 안 되는 실랑이가 벌어졌다"며 "당시 국회 경위와 직원 등 수십 명이 현장을 목격했고, CCTV를 확인하면 모든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
"긴급체포, 구속, 수사본부…뭐하는 건가"
최병모 변호사는 "경찰은 상황이 정리된 후 2시간이 지난 뒤 오로지 전여옥 의원의 주장만을 근거로 수십 명의 경찰을 동원해 이 대표를 강제연행했다"며 "현행범에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긴급체포의 요건도 갖추지 않은 사건에 대한 부적절한 과잉대응"이라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긴급체포의 대상으로 되는 것은 3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사건이다.
최 변호사는 "법원이 이정이 대표에 영장 발부한 것도 적정한 결론이라 보기 어렵다"며 "수사에 의해 강제처분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해야 하는데, 불과 수십 초 정도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안이고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68세의 노인을 반드시 구속해서 수사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지금 경찰은 이 사건을 위해 50명으로 이뤄진 수사본부를 꾸렸다고 한다"며 "경찰과 전여옥 의원이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생각이 아닌한 이런 수사본부를 꾸린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더군다나 수사인력 50명은 우리가 진술자를 확보하는 동안 진술자를 한명도 확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국회본청의 CCTV를 공개하면 모든 사실이 밝혀진다"며 "경찰은 CCTV 화면이 없다고 하는데 화면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주장에 맞는 화면이 없는 것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말 병원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은 경찰에 사지가 뒤틀려 끌려간 이정이 대표"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지금 검·경은 야당 국회의원이 폭행을 당한 경우에는 수사조차 하지 않으면서 여당 국회의원이 폭행을 당했다고 하니 흉악범죄인양 몰아가며 권력 줄대기에 여념이 없다"며 "이러니 권력무죄, 국민유죄라고들 말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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