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5.3 동의대 사건' 등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가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한 사건의 재심이 가능하도록 법안 개정에 나서자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전 의원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된 사건의 재심을 벌일 수 있는 시효를 현행 30일 이내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직권으로 재심을 요구할 수 있는 회수를 1회로 규정하는 법안을 마련해 다음 주 중 제출할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잘못된 결정이 있다면 진정 민주화 운동을 한 분들에게 누가 되는 일"이라며 "당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당론 추진을 발빠르게 요구했다.
지난 13일 전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학내 문제로 경찰을 희생시킨 불법 폭력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둔갑시킨 것이 정당한 것이냐"고 따져 법무부 김경한 장관으로부터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답변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같은 법안이 통과되면 동의대 사건을 비롯해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사건, 구국학생연맹 사건,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 등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은 다른 사건의 재심도 가능하게 된다.
동의대 5.3 동지회 고범현 회장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독립적, 독자적인 정부 기구의 결정을 부정한다는 이야기인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행동으로 나서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사건들은 당시 정치권의 합의와 입법과정에 따라 보상심의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고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경찰관 사망' 부각시켜 용산 참사 덮으려고?
동의대 사건은 89년 학내 입시 부정을 계기로 촉발됐으나 당시 노태우 정권의 군사 독재 청산 등을 요구하는 시위로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7명이 목숨을 잃었고, 노태우 정권은 이를 계기로 공안 정국을 조성해 학생 운동 탄압을 강화했다.
이와 관련해 보수단체는 지난달 용산 참사를 '제2의 동의대 사건'으로 규정해왔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용산 참사를 '경찰관 사망 사건'으로 한정짓는 등 이른바 '물타기'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 회장은 "학내 분규로 시작됐지만 큰 흐름은 당시 군사 정권에 대한 저항 차원의 의미가 있는데 한나라당 등이 (경찰관 사망 등을 부각시켜) 이를 축소하고 있다"며 "용산 참사를 덮기 위해 이를 활용한다는 의구심도 있다"고 주장했다.
동의대 사건은 지난 2002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았다. 전 의원이 주장하는 방식대로라면 재심 요구 시한이 현 정부의 임기와 겹친다. 게다가 1회에 한정지은 것도 현 정권에서 재심을 통해 번복해 이를 확정지을 수 있는 여지를 두게 된다.
고 회장은 이와 관련해 "(민주화 운동 재심의 법안 발의는) 과거사 관련 위원회를 축소해 통폐합하려는 등 현 정부 들어 과거사를 축소하고 부정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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