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2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언론 악법 저지 민주주의 수호 결의 대회'에서 전날 벌어진 전여옥 의원 '피습' 논란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바로 방송과 신문을 장악해 전여옥 사건과 같은 기사를 모든 언론이 쓰도록 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거듭 말하지만 '폭행범'으로 몰린 어머니는 기운도 없고 걸음도 못 걷는 분이다. 머리채도 못 잡는다"며 "신문들은 '가격했다'며 어머니를 복싱선수 처럼 묘사하지만 말 그대로 '가격'은 젊고 힘있는 사람이 치는 것 아닌가. 할머니와 국회 경위와 전여옥 의원이 엉키는 상황에서 전 의원의 얼굴이 스쳤더라도 국회 경위 때문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가협 어머니들, 생떼같은 자식 가슴에 묻고 거리에 나온 분들이다. 이분들이 겨울이 끝나지 않은 이 계절에 유치장 들어가서 고생하는 일 없도록 다함께 지켜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부산 동의대 사건은 당시 제대로 보도하는 언론이 없어 '대학생들이 던진 화염병에 불이나 경찰이 죽은 사건'으로 국민에게 기억되어 있다"며 "그런데 정부가 이 사건을 끄집어 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용산 참사'도 마찬가지로 폭도들이 한 짓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박영미 대표는 "당시 부산 동의대 사건을 공안 정국에 우려먹은 것처럼 용산 참사도 이 정부가 독재를 하려는 신호로 보인다"면서 "그런데 이에 당사자와 부산 지역 사람들이 올라와서 항의하고 기자 회견 하는 과정에 전 의원과 맞딱뜨리게 되어 실랑이가 벌어진 것일 뿐이다. 정부의 사기극에 놀아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파업은 MBC발 파업"
한나라당이 언론 관계법 등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밀어붙이고 있는 2일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이날 파업에는 1500여 명의 언론인과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미 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이 언론 관계법을 밀어붙일 경우 정권 반대 투쟁에 돌입할 것을 선언한 상태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노조는 MB 악법을 날치기 통과시키면 정권 퇴진 운동을 하겠다고 분명히 선언했다. 거리에서 시민, 누리꾼과 함께 정권 퇴진 운동을 하겠다"며 "앞으로 경찰이 아무리 높은 산성을 쌓더라도 이명박 정권을 끌어내리는 순간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노종면 언론노조 YTN 지부장은 "이번 언론노조 파업에 문화방송(MBC) 본부가 앞장 선 것을 두고 'MBC 선도 파업'이라고도 하고 'MBC 중심 파업'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이번 파업을 'MBC발 파업'이라고 하고 싶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과 박수를 끌어냈다. 'MB氏'는 이명박 대통령을 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 전국언론노조와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는 28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공동 집회를 열었다. ⓒ홍승희 |
▲ 언론노조 결의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경찰병력이 프레스 센터 앞 마당을 겹겹이 둘러싸 집회 참석자들과 갈등을 빚었다. ⓒ언론노보 |
"KBS 노조에는 영혼이 없나…노조 탈퇴하고 나오라"
박성제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용산 참사 희생자 영정을 안고 집회 앞줄에 앉은 유족들에게 "뵐 때마다 부끄럽다. 참회의 생각을 많이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날 집회는 애초 청계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진압 범국민 대회'와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었다. 경찰이 청계광장을 원천 봉쇄한 탓이다.
박 위원장은 "참사가 있던 전날 많은 카메라와 기자들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제대로 참사의 위험성을 경고하지 못하고 얼렁뚱땅 넘어갔다가 다음날 새벽에 일이 터졌다. MBC 뉴스, 시사프로그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그러나 참사 이후 조·중·동은 어떻게 했나. 한나라당 의원의 테러리스트 발언을 1면 머리기사, 사설, 칼럼으로 바르면서 철거민들을 몰아붙였다"면서 "MBC 뉴스와 <PD수첩>, <뉴스 후>가 그렇게 묘사하면 어떻게 되겠나. 우리 싸움의 본질은 바로 그것이다. 있는 그대로 벌어지는 일 그대로 보도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 MBC 조합원들이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쓰고 비밀요원처럼 분장하고 나와 "경제 살리기? 날치기 당의 뻔뻔한 거짓말"이라는 내용의 신문을 읽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홍승희 |
▲ SBS, EBS, CBS, 아리랑국제방송 등 언론노조 지부장들. 이들은 한나라당이 2일 언론 관계법을 일방적으로 기습상정, 통과시킬 경우 전면 제작 거부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홍승희 |
김영호 미디어행동 대표는 김중배 언론광장 상임대표가 "이 땅의 저널리스트에게는 영혼이 있는가"라고 질타한 것을 들어 KBS 노조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KBS 노조는 무엇을 하고 있나. 조합원이 총파업에 참여할까봐 '쇼'를 하고 있다. KBS 노조가 앞장서서 KBS의 양심있는 PD, 기자들을 가로막고 있는 것 아니냐"며 "양심있는 KBS인들은 더러운 KBS 노조의 깃발을 찢고 노조를 탈퇴해 나와 언론노조에 가입하라"고 촉구했다.
김 대표는 "언론인들은 언론노조의 깃발 하에 하나로 뭉쳐야 한다. 언론 노동자가 하나로 뭉치지 않을 때 어떤 국민이 지켜주겠느냐"며 "누군가가 앞장설 필요도 없이 '수신료 내지말자'는 바람이 정말 크게 불어올 때는 이미 늦었다. KBS 조합원들은 언론노조의 깃발 아래 단합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2일부터 제작 거부에 돌입하는 KBS PD협회도 깃발을 들고 참석했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공영방송 KBS가 이렇게 무너질지 몰랐다. 작년 8월 좀더 강고하게 선제적으로 싸웠어야 했는데 대단히 송구하다"면서 "KBS 노조가 나서지 않아도 PD들이 전면 제작 거부에 돌입해 끝까지 강고하게 싸우겠다"고 말했다.
▲ 대회 직후 언론노조는 언론 장악 저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언론노보 |
▲ 시민들은 MBC 노동조합이 제작한 영상물 등을 보며 언론 악법 저지 구호를 외쳤다. ⓒ언론노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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