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일째 파업 중인 울산 건설 플랜트 노조(위원장 박해욱)가 23일 상경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청와대까지 삼보일배를 진행하기로 했다. 최근 울산 석유화학단지내 정유탑 고공농성이 경찰 진압으로 무산된 이후 투쟁의 활로를 상경투쟁으로 변경한 것이다.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 집단 상경**
플랜트 노조 조합원 6백70여명은 이날 새벽 집단 상경해 서울 종로1가에 위치한 SK(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검·경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배관·용접 등 각 조별로 분산 상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파업 돌입부터 시작된 검·경의 노조탄압으로 현재 구속 28명, 불구속 1백30여명, 체포영장 발부 11명, 소환장 발부 2백여명에 달하고 있다"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노조의 소박한 요구가 폭도로 매도되는 마당에 상경투쟁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플랜트 노조 한 조합원은 "울산은 4천여명의 경찰병력이 투입되어 노조 초토화 작업이 진행되는 등 반 계엄상태"라며 "하지만 중앙 정부나 관계기관은 이번 사태 해결에 적극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고 정부를 성토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약식집회를 가진 뒤 오후 7시까지 대학로에서 청와대까지 집단 삼보일배를 진행한다. 삼보일배가 무난히 진행될 경우 오후 8시부터 다시 광화문 SK 본사 앞에서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서울 사람들, 우리 이야기 좀 들어주소"**
노조의 이같은 공식적 입장과 별개로 함께 상경투쟁한 6백70여명의 조합원들과 이들의 가족들도 별도의 싸움을 진행할 예정이다.
플랜트 노조 가족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최영주씨는 "서울에 올라올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가슴속에 쌓여있던 울분을 토해냈다.
최씨는 "울산에서는 언론들의 왜곡보도로 완전히 폭도로 내몰리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우리를 불순분자로 취급하며 연행하기에 급급하다"며 "울산에서는 아무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상경하게 됐다.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에는 세금고지서가 목을 조르고 있다. 쌀이 떨어지고 전기가 끊기면 우리 모두는 곧 죽을 판"이라며 "생활고로 이혼하자는 소리가 들리고, 벌써 어떤 가정은 아내는 사라지고 남편은 수배로 도망다녀 애기들만 집을 지키는 가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가 안 도와주면 우리 모두가 다 죽는다. 우리 목숨은 파리 목숨이냐"고 항변하며 "노동자가 대다수지만, 노동자를 죽이는 이 세상에 자식을 놓은 것이 후회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한 20여년동안 울산 건설현장에서 일해왔다는 갈 모씨(50)는 "그동안 쌓인 것이 너무 많았다. 묵혀온 분노를 터뜨렸더니 우리를 폭도로 매도하는 울산에서 더 이상 할말을 잃었다"며 "서울 사람들만큼은 우리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갈씨는 이어 "모래밥 먹고 수십년 일했지만 인간 대접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부당한 대우를 지적하면 다음 날로 해고되기 일쑤"라며 "사람들이 양심이 있다면, 우리를 과격 세력으로 몰지만 말고 왜 우리가 쇠파이프를 들었는지 눈여겨 봐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파업을 중단하고 업체에 가서 일을 하려고 해도 노조 조합원들에게는 일감을 주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죽고 사는 문제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18일부터 67일차 파업을 진행 중인 울산건설플랜트 노조는 '화장실-탈의실-식당 지어달라',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법 준수하라' 등의 내용으로 단체 협약 체결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측인 울산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이 집단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어 노-사 갈등이 첨예하게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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