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석유화학댄지 내 SK공장 70m 정유탑에서 1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조합원들에 대해 일부 경제지가 왜곡된 기사를 썼다가 노조 항의로 이틀만에 정정보도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일부경제지, 울산건설플랜트 노조 고공농성, 왜곡기사 게재**
<한국경제>는 지난 12일 인터넷 판에 "고공농성한다면서...이럴 수가...경찰에 '통닭·족발달라'"란 제하의 자못 충격적인 기사를 실었다.
<한국경제>는 이 기사에서 "고공농성 주인 플랜트 노조원 3명이 최근 경찰에게 전화를 걸어 통닭·족발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들에게 다진 쇠고기와 전복죽, 잣죽 등이 이미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이어 울산 한 시민의 인터뷰를 통해 "70m 고공 정유탑에서 무려 12일동안 농성을 벌이는 조합원들이 매일 밤마다 배고픔과 추위에 고통을 겪는 줄 알았는데 이들이 매일 갖가지 음식물을 전달받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한편 같은날 <서울경제>도 이와 유사한 골자로 기사를 실었다.
<서울경제>는 "플랜트노조, '호화농성'충격"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고공농성 중인 울산 플랜트 노조원들이 경찰을 통해 잣죽·전복죽 등 값비싼 음식을 제공받는 등 '호화 농성'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경제>는 이어 "플랜트 노조원들의 '이상한 농성'은 동정의 눈길을 보내던 시민들에게는 실로 충격이 아닐 수 없어 노동계조차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썼다.
***노조, "통닭이 왠 말이냐" 반발...<한국경제> 정정보도**
하지만 <한국경제>와 <서울경제>의 기사가 나간 뒤 경악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울산 플랜트 노조를 비롯한 구체적 사실관계를 알고 있는 관계자들이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1일 고공농성에 돌입한 이후 경찰의 거부로 5일까지는 일체의 음식물이 전달되지 않다가,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의 중재로 6일부터 음식물이 올라갔다. 허기에 지친 조합원들은 고기류를 먹고 싶다고 요구해, 노조가 통닭·족발을 올려보내려고 했지만, 경찰이 막아 도시락과 물만 올려보냈다는 것.
노조는 사실관계가 명확한 만큼, 이를 토대로 <한국경제>측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 대응을 전개해, <한국경제>는 14일 '정정보도문'을 게시하기에 이르렀다.
한국경제는 14일자 신문 27면 하단에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달라 바로잡는다"며 "잣죽·전복죽 등이 농성자에게 전달됐지만, 이는 농성자 중 환자가 발생해 환자식으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정정했다. 이 신문은 이어 "족발·통닭등은 경찰 거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기사 중 '성찬'이라는 표현도 사실과 달라 정정보도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정보도는 지난 13일 오전 울산건설플랜트 노조와 건설산업연맹 관계자들이 <한국경제> 편집부국장과 면담 끝에 이뤄졌다.
건설연맹 최명선 정책부장은 "<한국경제>의 정정보도는 그동안 플랜트 노조 파업과 관련 대부분의 언론이 경찰이 낸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하거나 경찰의 제보에 대해 정확한 사실 확인조차 없이 보도해왔던 관행에 일침을 가한 사례"라며 "<한국경제>는 '정정보도'뿐만 아니라 앞으로 플랜트노조 파업에 대한 진실을 실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