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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1등국민이 도대체 누굽니까"

[편지글 전문] 30년 모래밥 먹은 울산 일용노동자의 절규

18일 울산에서는 고공농성을 하던 건설플랜트 노조원 3명을 기습 진압작전을 통해 연행해갔다. 그러나 지난달 30일부터 서울 마포구 아현동 소재 SK건설 HUB BLUE 공사 현장에 있는 타워크레인 고공 농성중인 울산건설플랜트 노조 소속 건설 일용노동자 3명은 아직도 '단식농성중'이다.

권혁수씨(36) 등 이들 3명의 농성자는 이날 오후 6시께 타워크레인 위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바리깡을 들고 서로의 머리를 깎아주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건설산업연맹 한 관계자는 "농성자들이 울산에 남아있는 동료들이 힘들게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무척 답답해 하고 있다"며 "동참 의지를 보이기 위해 삭발식을 결의했다"고 삭발식 배경을 설명했다. 진압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의 무기한 고공 단식 농성이 울산 현장에서 벌어지는 투쟁보다 오히려 편하다는 자괴감이 이날 삭발식을 낳았다는 말이다.

이들이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을 때, 아래 맞은 편에서는 동료 노동자들 20여명이 모여 투쟁 결의대회를 가졌다. 물론 전국민중연대 등 시민단체와, 몇몇의 대학생들도 함께 자리했다. 한 연사는 "'화장실 지어달라', '단체교섭 하자'는 요구가 그렇게 들어주기 힘든 요구인가"라며 두 달 남짓 파업을 진행했지만, 묵묵부답인 사측 SK 건설에 분노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들이 3절까지 민중가요 '민들레 처럼'를 부르는 동안, 삭발식도 끝이 났다. 3명의 농성자들이 머리에서 완전히 머리카락이 잘려질 때 노래를 끝마친 사람들의 눈에는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결의대회가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울산 정유탑 고공농성이 진압됐다는 소식이 현장에 속보로 전달됐다. 건설산업연맹 최명선 정책부장은 "진압한다 한다 하더니 결국..."이라며 경위 파악을 하느라 쉴새없이 전화기 번호판을 눌러댔다.

잠시 뒤 최 부장은 취재 기자들에게 울산 정유탑 진압 과정을 설명하며 망연한 표정으로 한 마디 말을 던졌다.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음은 이날 삭발식 과정에서 집회 사회자가 낭독한 한 50대 건설일용직 노동자가 쓴 글이다. 이 글에는 이날 농성자들이 SK 건설에 어떤 감동과 반성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삭발식을 가졌는지, 나아가 동료 노동자들이 왜 눈시울을 붉혔는지가 담겨있다. 무엇보다 30년 건설 노동자의 삶이 거친 글에 고스란히 배여있다.

***울산 산단에서 30년 넘게 일해 온 건설노동자의 피울음**

Sk 상경투쟁을 하며

화장실 한번 당당하게 가보자는 것이 우리의 요구입니다. 파업을 하면서 울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천리 밤길을 달려 새벽에 왔습니다
좁은 차칸에 다리도 못펴고 마른 빵 입에 물고 동료들과 서울로 왔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왔습니다.

나는 68년 여수 호남정유에서 조공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69년 8월 11일 군대에 갔습니다.
월남전에도 참가했습니다. 72년 6월에 제대를 했습니다.
나는 아직도 전쟁 후유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고엽제피해로 온몸 살갗이 벗거집니다. 오늘은 팔에서 내일은 다리에서 뱀허물 벗겨지듯 살점이 떨어져나갑니다.
한여름에도 짧은 팔을 입을 수가 없이 살아온 인생입니다.

74년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6호기공사까지 참여했습니다.
울진원자력에서도 일했습니다.
사막의 뜨거운 모래폭풍을 이기고 이라크까지 가고 일본도 가고 어디라도 달려가 일을 했습니다.
말 그대로 산업역군이었습니다.

일등국민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어느 잡지에서 본 것인데 애국, 애족, 애사라고 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군인들이라 했습니다. 다음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사람들이라 했습니다. 그 다음이 산업역군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무엇입니까? 산업역군은 간 데 없고 검사들과 경찰들은 빨갱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나는 무엇입니까?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는 것뿐인데 끌려가고 구속되고 수배되고 이게 뭡니까?
나라의 윤리가 있다면 이러지 않습니다.

자본이 썩었습니다.
정치가 썩었습니다.
경찰 검사가 썩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정치나 검사들이 이정도까지 썩었는지 몰랐습니다.

울산은 지금 전쟁입니다. 너무 억울한 전쟁입니다. 월남전보다 더 무섭습니다.
젓먹이를 들쳐업고 나온 아주머니들이 태반입니다. 얼마나 절박하면, 이놈들이 얼마나 나쁜놈들이면 이러겠습니까? 아이들한테 아저씨들 잡아간 나쁜경찰이라고 가르쳐야 합니까?

솔직히 나는 근로기준법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법에만 있는 것이었지 현실은 꽝입니다.

초등학생도 이해하고 국민 누구나가 이해하는 것입니다.
먹고 씻고 쉬고 일하는 데 가장 기초적인 것입니다.
밥알보다 모래를 더 씹어야하는 점심도시락입니다. 비가 오면 빗물에 말아먹는 꼴입니다.
공장담벼락에 숨어서 도둑놈처럼 작업복을 갈아입어야 합니다.
누가 우리들의 생활을 이해하겠습니까?
우리는 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답게 생활하고 좀더 인간답게 일하고 싶은 것입니다.
30년 훨씬전에 전태일열사가 외친 근로기준법을 지금 우리가 외치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살아온 날을 이야기 할라니 눈물만 납니다.
서러움이 한번 보고 싶으면 나를 보면 됩니다. 우리 동료들보면 됩니다. 파업하며 안 운 날이 없습니다. 울고 울고 또 울어도 눈물이 납니다. 피눈물이 납니다.

노무현대통령은 서민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입만 열면 낮은 쪽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십여년전에는 현대중공업노동자들의 파업현장까지 함께 지켰던 사람이 대통령 아닙니까?

내 삶이 왜 이렇습니까.
원인이 무엇입니까?
지금 우리는 돈을 더 달라는 게 아닙니다.
새벽밥 먹고 현장에 와서 옷갈아 입을 장소가 없어 도로에서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습니다. 쇳가루 시멘트가루 날리는 난장에서 비가와도 피할곳 없이 밥을 먹습니다. 내 호주머니 돈으로 도시락을 먹습니다. 하루일을 마치고 땀에 흠뻑 절어도 손 씻을 세면장 샤워장하나 없는게 건설일용 노동자의 오늘입니다.

내 돈으로 먹는 도시락 모래 바람 없이 먹어보자는 겁니다.
화장실 한번 당당하게 가보자는 것입니다. 먼지구덩이 쇳가루라도 털고 퇴근하고 싶습니다.
국민3대의무가 교육의 의무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입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안 지킨 게 무엇입니까? 노동자기본권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것입니까? 기본권이 원래 그런 겁니까?

성수대교가 왜 무너졌습니까?
삼풍백화점이 왜 그리되었습니까?
부실공사 때문 아닙니까?
다단계 도급제 때문 아닙니까?

다단계도급이 시공관행이 되어버린 지 오랩니다. 한 단계만 없애도 삼풍백화점이 왜 무너지겠습니까? 다단계 도급제야말로 살인행위입니다. 테러입니다. 그런데도 검사들과 경찰들은 우리더러 폭력배라 하고 우리더러 테러리스터라고 합니다. 말이나 됩니까?

우리들은 명예가 없습니까? 퍽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고발하는 사장들만 있지 우린 늘 당하고만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파업은 목숨을 살리는 일입니다. 잘못된 시공관행을 근본에서부터 바로잡는 길입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파업은 우리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내 나이가 내일모레면 60을 보지만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 없는 겁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후손들에게 남길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죽음을 생각합니다. 죽을 각오로 싸울 것입니다.

업체는 협상에 코빼기도 안보이고 검사는 우리더러 사상이 불순하다며 빨갱이 타령에 정신없습니다. 경찰은 조합원이 모였다면 곤봉 들고 방패 들고 여차하면 다 쓸어버리겠다고 폭력배타령을 합니다. 사장 좋을 짓만 알아서 합니다. 손발이 착착 맞습니다.

생판 듣도 보도못한 법으로 우릴 구속하는데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게 '법대로 하라'는것입니다. 우린 진짜 단순한 사람들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한 많은 세월을 살았습니다. 중학교 졸업하고 여태까지 일하며 살아왔습니다.
생각이 있는 인간이면 잘잘못을 아는겁니다. 검사들이 못 배워서 우릴 구속시킵니까?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게 무엇이 죕니까?

나는 자식들한테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한다고 말합니다. 없는 사람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참 나쁜놈들이 판치는 세상입니다. 좋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제발 좀 말좀 해주십시오.
제발 좀 도와주십시오.

Sk 상경 투쟁단 대표 오금철(5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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