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에 기고한 미네르바는 주로 금융권에 종사하는 경제인들간의 일종의 독서클럽이라고 이 매체와 인터뷰한 K씨는 밝혔다. 검찰이 미네르바로 지목한 구속한 박모(31) 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 <신동아>의 이 보도 때문에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에서는 미네르바 진위 논란이 불붙었다.
하지만 검찰은 현재 구속 중인 박모 씨가 진짜 미네르바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씨의 1년치 통화 내역, 이메일 내역을 모두 살펴봤지만 7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에서 나왔다고 할 만한 증거는 전혀 없었다"면서 <신동아>의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한편 <신동아>와 인터뷰한 K씨는 향후 우리 경제에 대해 "한국은 지금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며 지난 연말과 비교해 상황이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고 봤다. 특히 "무리한 부동산 개발과정에서 통화 인플레이션이 벌어질 수 있다"며 "무가베 체제의 짐바브웨처럼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7명이 외환, 부동산, 주식, 채권 등 4개 분야로 나눠 집필"
▲ '미네르바' K 씨의 인터뷰가 실린 <신동아> 2월호. ⓒ프레시안 |
경제관련 정보는 "언론사 저리가라할 정도의 정보력"을 갖고 있으며 "인터넷 정보가 아니라 정보를 얻느라고 국제전화비가 많이 나온다. 외국에 나가 있는 친구가 정보를 보내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로 인맥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면서 "세종증권 사건 등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미스왑 협정을 위해 뉴욕으로 날아간 사실도 미국의 지인을 통해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글 작성은 "글은 특정 장소에서 올렸고, 위치가 금방 드러나기 때문에 PC방에서 글을 올린 적은 없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기관에서 일해…유럽 쪽을 많이 다녔다"
K씨는 자신의 경력에 대해 "인문대를 졸업했으며, 그동안 국내 금융기관 세군데에서 일했고, 지금은 금융권에서 투자재무컨설팅 일을 한다"고 밝혔다.
알려진 것처럼 외국계 기업에 일한 적은 없었다. 그는 "미국보다는 유럽 쪽을 많이 다녔고, 파운드화 거래 경험도 있는데 간접적인 방식이었다. 아르바이트로 주식 투자도 했고, 멤버들 모두 저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검찰에 구속된 박 씨, 전혀 모르는 사람"
그는 검찰에 구속된 박모 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그를 미네르바라고 지목한 근거가 되는 IP주소에 대해 "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박 씨가 이를 도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그는 "다른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 멤버 중 현재 연락이 안 되는 한 사람이 우리와 의견 충돌로 떠났다. 그 사람이 박 씨를 시켜 글을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멤버들 가운데 연락이 닿는 6명에게 박 씨와의 관련성에 대해 물어봤는데 모두 아니라고 했다. 다만 연락이 끊긴 한 명에게만 물어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박 씨가 올렸다는 글에 대해 "그 글이 올라왔을 때 저는 외국에 있었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굉장히 황당했다"며 "저만 아니라 모두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박 씨가 검찰에서 썼다는 글에 대해 "박 씨의 글은 억측이고 과장"이라면서 "중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본질적인 면을 놓친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 씨의 구속과 관련해 "솔직히 이런 상황을 초래하고자 글을 올린 게 아닌데 엉뚱한 사람이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면서 모든 걸 다했다고 하는 것을 보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오르더라"고 소회를 밝혔다.
"신동아 기고, 통화스왑 관련 내부 이견…1명 이탈"
그는 7명의 미네르바 멤버에 대해 "연령은 30,40,50대이며, 대부분 금융계 베테랑"이라고 밝혔다. 7명이 IP주소와 닉네임을 공유했으며, IP 주소를 같이 쓰는 것은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1명 이탈' 주장과 관련해 그는 "내부에 불화가 없었다고 말씀 못 드린다"며 "이제부터 흩어져서 하자는 얘기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신동아> 기고와 관련해 불화가 많았다면서 이탈한 1명 외에 또 2명의 회원이 반대했다고 전했다. 또 정부의 통화스왑 협정과 관련해서도 이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글을 올린 게 범죄냐…이명박 정부 정책 때문에 글 쓰기 시작"
그는 미네르바의 글을 둘러싼 법적 책임 공방에 대해 "글을 올린 게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는 아고라에 글을 올린 뒤 관련 자료는 다 지워버린다면서 "내 주장이 담긴 글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권리요,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글을 올린 계기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취임 이후 서민보다는 기득권층, 상위 2%만을 위한 정책을 펼쳤다"며 "747공약을 내세워 경제를 살리고자 했지만 핵심을 보면 국가 경제의 펀더멘털을 살려 역량을 강화하기 보다는 부동산을 살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래서 비판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으로서, 힘 없고 배고픈 같은 서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동아>의 인터뷰에 응한 이유에 대해 "국민이 사실을 알아야한다고 생각했다"며 검찰에 구속된 박 씨가 거듭 '진짜' 미네르바가 아니라고 밝혔다.
"미네르바, 서민들에게 경각심 심어주고 싶었다"
그는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정한 이유에 대해 "헤겔 법철학에서 '미네르바는 새벽에 날개짓을 한다'는 문구를 본 기억이 있는데, 독일에서 이 책을 처음 접했다. 미네르바는 지혜의 여신이고 통찰력이 있고, 신으로서 인간에게 현명한 상황판단을 해줄 수 있는 신이다. 그래서 필명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또 '고구마 파는 노인'이라는 비유에 대해 '일본 자본의 침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싶어서 썼다고 밝혔다. "조선시대 때 대마도에서 고구마가 구황작물로 들어왔다"는 것.
"한국,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
그는 향후 경제전망에 대해 "한국은 지금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아 한국은행이 금리를 2.5%까지 급격하게 낮췄지만 여전히 돈이 돌지 않는 상황이다. 금리정책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상태다.
그는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도 소비와 투자가 늘지 않아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국가가 재정지출을 확대해 시중은행에 자금을 풀면 일단 막혔던 동맥은 뚫린다. 그래서 장기적으론 유동성이 넘쳐나다 보니까 주식시장이라든지, 부동산 자산가치가 어느 정도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지만 그 이면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과거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
그는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에 대해서도 "수출이 줄어드니까 수입도 따라 줄어들어 흑자전환이 된 것"이라면서 결코 긍정적 시그널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3월 일본발 위기설'에 대해서도 여전히 굳히지 않았다. 그는 특히 최근 아소 다로 일본 총리의 방한을 이와 연결시켜 분석했다.
그는 "국내 자산이 일본 자본에 매각되면 경제주권이 넘어가는 것"이라면서 "일본은 지금 모든 게 막혀 있다. 일본 내 잉여생산물이 있는데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일본의 탈출구는 한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IMF체제 때는 미국, 유럽자본이 우리나라 은행 지분을 늘렸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지분을 처분하는데 그 부분이 일본자금으로 대체되고 있다. 앤캐리 자금은 움직임이 굉장히 빠르다. 자산을 통째로 움직이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3월 위기설'의 근거 중 하나로 '북한 변수'를 꼽았다. 그는 "앞으로 남북관계에 위기가 왔을 때 미국은 한발 물러날 것으로 본다"며 "그런 점에서 개성공단을 폐쇄하면 안된다. 북한은 그동안 외화의 대부분을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으로 벌어들였는데, 그게 막혔다. 위기에 빠지면 북한은 미사일을 쏠 수 있다. 일이 벌어지면 미국이나 일본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도"
그는 또 미국의 오바마 정권 출범과 관련해 "오바마가 가장 싫어하는 게 환율조작"이라면서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대미관계에서 관세 문제가 생기고 4월이 만기인 통화스왑도 만기 연장이 안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갚아야할 외채 규모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동산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이것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무리한 부동산 개발과정에서 통화인플레이션이 벌어질 수 있다"며 "무가베 체제의 짐바브웨처럼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짐바브웨는 지난해 연간 인플레이션이 2억3100만%를 기록하는 등 경제 자체가 완전히 붕괴됐다.
그는 "통화량이 증가해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실질소득은 줄어든다"며 "토목공사에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데 이게 또 통화량 증가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법인세 등 세금을 내린다고 해도 이것은 가진 자들에 대한 혜택이지 중상공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작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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