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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통화스왑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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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통화스왑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김태동, '병든' 한국경제를 말하다]<2>통화스왑과 IMF 구제금융

지난 9월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이후 한국의 외환시장은 심하게 요동쳤다. 환율이 1500원 선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변동폭도 매우 컸다. 당시 외환시장의 상황은 IMF 외환위기를 떠올리게 했다.

한달 넘게 계속된 불안을 진화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통화스왑'이었다. 정부는 지난 10월 30일 미국과 300억 달러 한도의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악재만 계속되던 외환시장에 미국과 통화스왑 체결 소식은 '호재'로 작용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77원 폭락했다. 주가도 크게 올랐다. 미국과 통화스왑 체결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서로 자기들 성과라고 다툼을 벌일 만큼 '좋은 일'로 평가 받았다.

▲ 김태동 교수는 통화스왑은 '빚'이라는 점에서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궁리
그러나 미국과 통화스왑 효과는 그다지 오래 가지는 못했다. 지난달 18일 환율이 1448원을 기록하는 등 금세 다시 올랐다.

이명박 정부는 일본, 중국과의 통화스왑 확대도 추진했고, 지난 12일 체결에 성공했다. 다시 '자화자찬'이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한중일 통화스왑 추가 체결을 언급하면서 "세계 외환보유고 1, 2위를 달리고있는 중국, 일본과 통화스왑을 체결한 것은 우리에게 큰 뜻이 있다"며 "이번 스왑과 미국과의 스왑 등 이때까지 확보한 외환통장이 1120억 달러 가까이 된다"고 강조했다.

과연 이명박 정부가 자랑하듯 통화스왑 체결이 박수칠 일인가?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18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말하지 않는 통화스왑의 본질에 대해 밝혔다. 외부에서 달러를 빌려왔다는 점에서 IMF 구제금융을 받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집권 후 시대에 맞지 않는 고환율 정책 등 외환 정책의 실패로 외환위기를 자초해놓고 통화스왑이라는 '빚 자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는 10월말 미국과 원-달러화 통화스왑을 체결한데 이어 지난 12일 일본과 원-엔화 통화스왑, 중국과 원-위안화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정부는 미국, 일본, 중국과 통화스왑으로 외환위기 가능성에서 벗어났고, 큰 외교적 성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통화스왑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김태동 : 미국과 통화스왑 뿐 아니라 일본, 중국과 통화스왑이 97년 외환위기 때 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것과 다른 형태의 외부 도움이다. 본질적으로 같다는 얘기다.

프레시안 : 통화 스왑은 IMF 구제금융과 성격이 다르지 않나?

김태동 : 현 스왑 거래는 A국과 B국 통화를 바꿨다가 6개월 후에 반대방향의 재교환하는 것이다. 두 통화가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경화(hard currency)일 경우는 대등한 거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달러화는 경화인 반면, 한국의 원화는 연화다. 이것은 일방적인 시혜의 성격을 갖는다. 미국과 영국, 미국과 일본 등 경화끼리 스왑은 대등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미국 입장에서 원화를 가져다가 어디에 쓰겠나. 이건 일방적인 도움이다.

10월말 당시 외환시장이 너무 혼란스러워 미국과 통화스왑 뉴스가 시장을 며칠동안 안정시키는데 성공했지만 그 효과가 길게 가지는 못했다. 20일 만에 다시 1500원 대로 치솟았다.

또 미국은 새로운 금융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G20회의(G7+신흥국)의 내년 공동의장국인 영국, 브라질, 한국 세 나라와 모두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특히 브라질과 한국이 10월말 신흥국 중에서는 드물게 통화스왑을 체결했는데, 이로써 G20회의에서 신흥국을 대표하는 얘기를 강하게 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10월말에 미국과 스왑을 한 신흥국 네 나라 중에 외환보유액이 제일 많은 나라라는 점에서 우리가 어느 정도 다급한 처지인지 짐작할 수 있다.

프레시안 : 12일 발표된 일본, 중국과 통화스왑도 미국과 통화스왑과 같은 성격으로 봐야 하나?

김태동 : 한국이 미국과 통화스왑 한도를 300억 달러에서 모자라 600억 달러로 늘린 것보다 일본과 중국을 통해 늘린 것이 나라 체면은 더 깎이는 것이다.

먼저 일본과 통화스왑을 보면, 일본의 엔화 역시 경화라는 점에서 우리의 일방적 수혜인 것은 마찬가지다. 게다가 엔화는 달러만큼 광범하게 국제결제에 쓰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다시 달러로 바꿔야하는 불편함도 있다.

정부는 한달 전부터 일본, 중국과 달러 스왑 확대 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외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시장에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가 일본과 중국에 국제관례상 무리한 요구를 한달 가까이 해왔다는 것이다. 한달 이상 교섭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어떤 주권 국가든 제3국 통화로 양자간 통화스왑을 한다는 것은 극히 비정상적인 것이다. 각국 통화는 경제주권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차하게 한달 동안 무리한 달러 스왑 한도 확대를 구걸하고 실패로 끝났다는 것 자체는 IMF 구제금융에 비해 더 수치스러운 측면이 있다.

IMF가 수치스러운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 반면 통화스왑은 얼마나 수치스러운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프레시안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외환시장의 급한 불은 껐다는 점에서 평가할 수 있지 않나?

김태동 : 부작용은 앞으로 나타날 것이다. 일방적인 혜택을 받고 저쪽에서 반대급부를 원할 때 안 들어주기 힘들다.

미국의 경우 벌써부터 아프가니스탄 파병 요구가 나오고 있고, 일본 정부와도 독도나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 우리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기는 힘들 수 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마이너스를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또 양자 스왑은 일종의 단기채무다. 중국과는 기한이 3년이지만, 일본과 미국은 6개월이다. 6개월 뒤까지도 상황이 안 좋으면, 기한을 연장하고 한도를 늘려야 하는데, 그때 아쉬운 소리를 또 해야 한다. 특정국에 발목이 잡히고 경제적으로 종속되는 의미가 있다.

위안화 스왑의 경우 실제 꺼내다 쓰지도 못하면서, 여기저기 돈 꾸러다닐 만큼 상황이 어려워진 사실을 잘 드러내준다. 정부가 급한 마음에 중국과 위안화 스왑한도는 확대하였지만 국제결제통화가 아닌 위안화를 한번이라도 인출할 것 같지 않다. 이런 돈을 다 합쳐 9백억 달러니 하는 것도 과장이다. 그중에 쓸모없는 부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실제 돈도 안 쓰고 외환위기를 두 번이나 겪었다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프레시안 : 통화스왑 이외에 IMF가 우리나라에 지원하겠다는 단기유동성 지원금(SLS:Short Liquidity Swap Facility) 220억 달러를 받을지를 놓고도 이명박 정부는 오락가락하고 있다. '절대 받지 않겠다'고 발끈했다가, 이 대통령이 직접 통화스왑과 IMF 자금을 합쳐 1120억 달러의 외환통장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김태동 : 미국, 일본, 중국 각 300억 달러에 IMF 자금까지 합쳐 1100억 달러가 넘는다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최고위자까지 자랑하고 있는데, 사실 모두 급전을 얻을 한도를 땄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구걸해 끼니를 이어야 하는 걸인에게, 밥 주는 사람은 선인이든 악인이든 다 고마운 법이다.

미국, 일본, 중국은 선하고 IMF는 악한가? 그렇게 판단할 근거는 없다. IMF는 미국, 일본 등에서 출자증액을 꺼리니까 자체자금이 작고, 부족한 자금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입해다가 구제금융을 주니까, 조건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조건이 어느 특정국 이해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IMF에는 미국의 영향력이 제일 강하다. 따라서 IMF라는 국제기구의 자금은 최악의 경우라도 미국자금(스왑 포함)보다 더 나쁠 수는 없는 것이다. IMF내의 다른 회원국들이 미국의 일방통행을 조금은 견제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꾸는 것이 IMF에서 꾸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은 현재 느낌일 뿐이지, 역사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우방이지만, 그 자체로 결점이 많고 욕심이 많은 나라이다. 사실 이번에도 서브 프라임 위기를 확대시켜 전세계 금융위기로 확산된 것은 일차로 미국 책임이다. 그런 나라에서 떳떳하게 보상 받을 수 있는 국제금융감독체계를 못갖추게 하는 것도 바로 미국이다. 한국에게 큰 병을 주고, 그 병의 일부만 나을 수 있는 돈을 짧게 꾸어주는 미국에게 고맙다고 할 수 있는가?

미국의 책임을 질타하지도 못하고, 정당하게 보상을 요구하지도 못하고, 그 비위만 맞추어야 하는 한국의 꼴을 우리 후손들은 나중에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스왑 자금을 얻어서 국난을 헤쳐나간 자랑스런 조상으로 평가할 것인가? 스스로 개혁을 하지 않고 소수 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펴다가 채무대국으로 이리저리 빚 얻으러 다닌 부끄러운 조상으로 평가할 것인가?

그렇다면 지금 자랑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스스로 위대하다고 자랑하다가 파멸한 개구리가 이솝우화에 나온다. 그 어리석은 개구리도 빚 자랑은 하지 않았다. 외채의 만기연장비율은 50%나 되는지,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낮은 건 아닌지 정부는 침묵이다. 그러면서 새로 급전 꾸어올 수 있게 된 것만 자랑한다면, 먼 훗날 후손이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주권자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두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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