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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하청 노동자도 정규직과 임금 차별하면 불법"

현대차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첫 차별 시정 명령

사내하청 비정규직에게 정규직과 같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판단이 처음 나왔다.

일하는 곳은 같지만 소속이 다른 간접 고용 노동자를 정규직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차별 시정' 명령은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이제까지 나온 차별 시정 명령은 모두 같은 회사 소속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즉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것이었다. (☞관련 기사 : 정규직만 성과급 준 코레일, 중노위도 '차별' 인정, "코레일은 비정규직 차별처우를 시정하라")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손 아무개 씨 등 3명이 낸 차별 시정 신청을 놓고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정규직에 비해 임금과 복리후생비를 낮게 지급한 것은 차별적 처우"라며 시정 조치를 명령했다.

"임금 뿐 아니라 복지 수당·유류 지원비·여름 휴가비 차별도 안 된다"

이들은 현대차 소속이 아니라 사내하청 업체인 남명기업 소속 노동자였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이들 회사는 "현대차의 지휘와 명령을 전혀 받지 않는 우리는 도급 계약 관계"라며 차별 시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현행 비정규직법은 비슷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 즉 비교 대상이 있는 경우에 한해 차별 시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충남지노위는 "반드시 정규직과 파견 노동자의 업무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양 근로자의 업무의 현저한 질적 차이를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사내하청 노동자도 차별 시정 신청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에 비해 66%수준의 임금을 받아 왔고 여러 수당 중에서는 정규직은 받는 복지 수당, 가족 수당, 교대 근무 수당 등을 받지 못했다. 또 유류 지원비, 명절 귀향비, 여름 휴가비 등 각종 복리후생에 있어서도 정규직과 차별을 받아 왔다. 자녀의 등록금 및 의료보험 부담금도 정규직만 받을 수 있었다.

충남지노위는 이 같은 차별이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상 차별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책임을 지고 있는 남명기업과 현대차가 "법률상 현대차와 도급 계약임을 주장할 뿐 신청인에게 행한 임금 및 복리후생의 불리한 처우의 이유에 대해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지노위 결정에 대해 금속노조(위원장 정갑득)는 25일 "정규직 노동자와 사내하청 노동자의 차별을 인정한 첫 시정 명령"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번 계기로 조만간 조직적으로 사내하청 노동자의 차별 신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이번 결정이 위장도급 불법 파견의 경우에도 차별 시정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불법파견 논란에서 검찰 빼고 모두 '불법 파견'

▲ 이번 차별 시정 판단에서 지노위는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 파견' 여부에 대해서도 검찰과 달리 불법 파견 혐의를 인정했다. ⓒ프레시안
특히 이번 차별 시정 판단에서 지노위는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 파견' 여부에 대해서도 혐의를 인정했다. 지난 2006년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는 검찰과 정반대의 결론이었다.

지노위는 자체 현장 조사 등을 토대로 "도급이 아니라 파견 계약에 해당된다"고 못 밖았다. "컨베이어 방식에 따라 진행되는 업무의 특성상 작업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 휴식 시간 등이 모두 현대차 정규직과 동일하고 휴가도 동일하며, 임금과 성과급도 정규직의 인상률이 결정되면 그 기준에 맞춰 인상됐다"는 것이다.

충남지노위는 "현대차는 도급인으로서의 지시 감독권을 넘어서 사실상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과 노무 관리를 행했고 이를 통해 이들의 근로를 제공 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검찰만 빼고 노동부와 지방법원, 지방노동위원회가 모두 불법 파견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현재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 파견 판단 여부는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차별시정 주체로 하청업체 지목…실효성 의문

다만 지노위는 차별시정의 주체로 원청인 현대차가 아닌 하업업체 남명기업을 지목했다. 도급 대금이 노무관리비와 복리후생비 및 4대 보험 등 법정 비용을 고려해 결정된 것이라는 근거였다.

하지만 원청과 사내하청 업체의 관계에서 사실상 원청이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한계가 존재한다. 하청 업체가 과연 차별을 시정할 지급 능력을 가지냐는 문제다.

때문에 금속노조는 "능력도 없는 하청 업체에게 정규직에 준하는 처우를 하라는 것은 사실상 대기업 눈치 보기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권두섭 변호사도 "원하청 사용자에게 연대 책임을 물어야지 현대차를 제외 시키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차별 시정 회피 위한 악의적 '보복성 해고' 막을 길 없다

극단적인 경우 원청이 해당 하청 업체와의 계약을 파기할 경우, 업체 폐업도 가능하다. 해당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사실상 해고될 위험도 존재하는 것이다.

비슷한 피해 사례도 실제로 존재한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이미 일부 차별 시정 명령을 받은 바 있는 농협중앙회 고령축산물공판장 비정규직은 사 측의 '보복성 해고'에 무릎을 꿇고 중노위 심사 도중 차별 시정 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보복성 해고'에 무릎 꿇은 차별시정 신청 비정규직)

이런 문제점 극복을 위해 노동계는 당사자가 아닌 노동조합이 대신 차별시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사측의 보복성 해고를 규제할 수 있는 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민주당도 차별 시정 신청을 노동조합 등의 단체가 대신 청구할 수 있도록 이미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시행 2년도 채 안 된 비정규직법 개정에 최근 부쩍 열을 내고 있는 정부는 이 같은 차별시정 제도의 허점 보다는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에만 사활을 걸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존재하는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는데 목적이 맞춰진 차별시정 제도는 비정규직 관련법의 핵심 제도 2가지 중 하나다. 현재 1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으며 차별 행위에 대한 입증 책임은 모두 사업주에게 있다. 내년 7월부터는 100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확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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