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다음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다음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일과 희망·28] 차별시정제도가 '종이 호랑이' 되지 않으려면…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등 차별과 고용불안은 최근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인 양극화의 원인이다.

그리하여 노사정과 노사관계에서 비정규근로자(특히, 기간제근로·단시간근로·파견근로)의 보호를 위해 많은 논란이 있지만 정부는 제도적 규율의 방법으로 '차별적 처우의 금지와 시정'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제도의 시행 과정에서 제기될 차별시정절차에 관해 근로자 측과 사용자 측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제도를 구체적으로 시행하여 본 경험도 없다.

수많은 예산 들였는데 뚜껑 열어보니 한가한 '차별시정제도'

노동부와 노동위원회는 이 제도가 시행된 지난 7월 1일 이전부터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또 충분한 정도의 차별시정위원과 조사관을 임명·배치하고 나름대로 교육 등을 실시해 수많은 구제신청에 준비해 왔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제도 시행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차별 시정 신청은 의외로 한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이후 그 많던 비정규 근로자가 감소한 것일까? 아니면 기업들이 갑자기 각종 차별대우를 중단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동일하게 대우하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생각해봐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왜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 차별시정제도의 활용이 저조한 것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들
▲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정규직 관련법.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법'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이 법의 핵심은 2년 고용 후 정규직화와 차별시정이다. 하지만 법 시행 5개월이 지나도록 차별시정 신청은 기대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다. 왜일까?ⓒ프레시안

우선 구제신청의 대상이 되는 '차별 행위'의 시점이 문제다. 현행 법에서는 법 시행 이후, 즉 지난 7월 1일 이후 발생한 차별적 처우에 한해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더욱이 차별시정 구제신청의 근거가 되는 비정규직 관련법은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지난 7월 이후에 발생한 차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보니 기대보다 한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내년 7월이면 현재보다는 많은 사건이 접수되리라 짐작해 볼 수 있다.

둘째로 이런 측면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새로운 제도가 마련되면 해당 근로자와 노동단체에서는 그것에 대한 경험이 없고, 또한 노동위원회에서 어떻게 판단할지에 관해 확신이 없기 때문에 제도의 시행 이후 당분간은 활성화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차별시정을 요구하는 사건이 계속 접수되고, 노동위원회에서 해결되는 기준이 알려진다면 점차적으로 활성화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

다음으로 차별시정 신청은 부당해고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재직 중이거나 계약기간 중인 근로자가 사용자를 대상으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바로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근무 중인 근로자가 자신의 회사를 상대로 차별시정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같이 얼굴을 맞대고 일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 회사를 노동위원회에 데리고 가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은 시간이 지난다고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넷째, 차별 시정의 양면적 성격도 걸려 있다. 이 문제는 엄밀히 보면 해당 비정규직 근로자 개인의 문제지만 시각을 조금만 달리해 보면 해당 사업장에 근무하는 비정규 근로자들의 '집단적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이 점을 무시하고 있다. 모든 '차별'을 개별적인 문제로 파악해 해당 비정규 근로자 개인만이 차별적 처우의 시정을 신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비정규직도 똑같은데 나 혼자 차별신청을 했다가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그 불안감이 시정 신청을 가로 막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된다. 차별시정제도가 애초의 취지를 살리려면 바로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 차별시정제도의 대상에 들어가는 비정규직의 정의는 협소하다. 외주업체나 사내하청 업체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받는 '차별'은 구제 대상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프레시안

마지막으로 차별시정제도의 대상에 들어가는 비정규직의 정의의 협소함도 문제다. 노동계는 전체 노동인구 약 1500만 명 가운데 15~20%에 해당하는 200만 명 정도는 사내하도급 또는 근로자공급, 파견형태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 노동력 통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규모가 간접고용임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건설업을 제외하고 전기나 전자, 조선, 기계·금속 업종의 제조업 또는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4명 가운데 1명은 최소한 하청업체 소속이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내하청 근로자로 추정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들은 차별시정제도의 울타리 밖에 있다. 이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의 금지와 그 시정에 관해서는 법이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법적 시각에 따라서 '불법파견 또는 위장도급'으로 분류되는 근로자들이다. 원청회사의 정규직 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한 근로를 제공하고 있고 차별적인 처우를 받고 있다면 이들에게도 그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애초의 목적 달성하려면 법 개선은 필수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이미 우리 노동시장과 고용형태에서 주목받는 존재다. 무분별한 비정규직 사용을 규율하기 위한 법제도의 도입이 노동현장에서 어떻게 정착되고 또 이를 둘러싼 노동분쟁이 어떤 형태로 발생할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정확히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차별시정제도를 도입했다면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게 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이다. 이틀 앞으로 다가 온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비정규직법 개선안은 당연히 마련돼야 할 것이며 또 그렇게 되리라고 기대해 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