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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배후는 '무능한 MB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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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배후는 '무능한 MB정부'

"시장 작동 안 하는데 '협박'만 있고 '대책' 없어"

화물연대가 끝내 13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치솟는 기름 값에서 비롯된 이번 파업은 지난 2003년보다 더 심각한 '생계형 파업'이다. 때문에 1만3000여 명의 조합원은 물론이고 비조합원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컨테이너 하역 및 운송 부문의 차질은 이미 본격화됐다. 철근, 시멘트 납품이 중단되면서 건설 현장에서도 공사 차질이 벌어지고 있다. 운수노조는 13일 철도와 항만 노동자도 대체 수송 거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장기화되면 물류 뿐 아니라 산업 전체에 마비가 발생할 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책은 없이 "불법" 운운만 하고 있다. 파업 참가자에게는 유가 보조금 지급을 안 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마저 "유가 상승 고통을 화물차 노동자에게만 전가시켜선 안 된다"고 하는데도 정부는 모르쇠다.

정부도 지난 2003년보다 피해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스스로 내다보고 있으면서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이미 시장자율로 해결이 안 돼 벌어진 사단인데 개입해야 할 때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이다. "무능한 정부 때문에 고유가의 부담을 화물차 노동자만 짊어졌는데 이제 전 국민이 피해를 보게 생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루 1280억 원 피해 예상"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
▲ 화물연대가 끝내 13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컨테이너 하역과 운송 차질은 이미 본격화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책은 없이 "불법"만 운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날 "2003년에는 14일간 물류대란이 빚어져 5400억 원의 피해가 있었다"며 "무역협회 발표에 따르면 이번에는 하루에만 1280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미 부산항, 인천항, 평택·당진항 등에서 컨테이너 하역과 운송 차질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비조합원들의 참여가 높아 사흘만 지속돼도 전체가 마비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의 핵심 원인은 기름 값이다. 화물연대는 운송료 인상과 표준요율제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10년째 운송료는 그대로인데 기름 값만 오르고 있다"는 것이 화물차 운전 노동자들의 하소연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ℓ당 287원의 유가보조금 지급 기한을 연장하고 기름값 인상분의 50%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책은 외려 화물차 기사들의 감정을 더 건드렸다. "정부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 정책 실패가 근본 원인"

표면적인 이유는 기름 값이지만, 전문가들은 "정책 실패가 이번 화물연대 파업의 근본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화물차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지나치게 낮은 운송료와 높은 퇴출 장벽, 화물을 중개·알선해주는 시스템의 후진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도저히 못 살겠다"는 절규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이명박 정부 들어 갑자기 발생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정부가 '규제 완화'라는 명분으로 화물차에 대한 진입장벽을 제거하면서부터 발생한 일이다.

외환위기 직후 건설경기가 호전되면서 실업자가 된 사람들이 대거 화물차 운전 시장에 진입했다. 공급이 많으니, 물가는 오르는데 운송 단가는 제 자리 걸음이었다. 그만두고 싶어도 1억 원 가량을 주고 산 화물차 때문에 쉽게 그럴 수도 없다. 시장의 실패인 것이다.

생계난에 허덕이는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최저임금을 보장해주기 위한 '표준요율제'는 지난 2006년 도입에 합의했지만 2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감감 무소식이다. 더욱이 정권이 바뀌면서 그마저도 없던 일이 돼 버렸다.

"국민 피해 막을 실마리도 정부가 쥐고 있다"
▲ 원인이 정부 정책에 있는 만큼 당연히 해결의 실마리도 정부가 쥐고 있다.ⓒ뉴시스

원인이 정부 정책에 있는 만큼 당연히 해결의 실마리도 정부가 쥐고 있다. 표준요율제 도입과 같은 제도적 문제 뿐 아니라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인 운송료 인상도 정부 개입 없이 개별 화주들과의 협상으로는 풀릴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국가 경제의 골간인 운송 시스템에 대한 장기적 전망과 개혁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국토해양부는 소극적이기만 하다는 것이다.

한 노동문제 전문가는 "정부가 지금처럼 시장 자율 운운하면서 손 놓고 있으면 파업이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고 결국 눈덩이 같은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군장비와 인력을 투입하는 등의 비상수송 대책을 세우고 위기 경보 수준을 '오렌지(경계)'에서 '레드(심각)'로 올리는 것만 검토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시장의 실패를 인정하고 정부 개입으로 풀겠다는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을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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