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구는 '한미 쇠고기 협상 무효'다. 중·고등학생으로부터 시작돼 한 달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민주노총의 '총파업'까지 만들어낸 셈이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 80%가 반대하는 것에 민주노총이 동조하는 실천"이라고 말했다.
"국민 80%가 반대하는 것에 민주노총이 동조하는 것"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성난 민심의 물결이 노도와 같다"며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천박한 대국민 사기극을 연출하고 있다"며 총파업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민주노총은 일단 오는 10일 '100만이 모이는 촛불문화제' 참석을 위해 전 조합원에게 단위노조별로 총회 투쟁을 벌인다. 이와 함께 총파업 돌입을 위한 찬반투표를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 간 진행한다.
아직 총파업 돌입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못 박지는 않았다. 민주노총은 "오는 15일 투쟁본부회의를 통해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날 "관보에 고시가 게재돼 (쇠고기가) 들어오고 난 다음에 총파업 할 수는 없다"며 관보 게재 시점이 1차적인 총파업 돌입 시기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현재 (냉동창고에) 있는 것은 운송 저지가 가능하지만 쇠고기를 선적한 배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총파업 결정의 배경이 됐다"고도 덧붙였다.
순수한 진짜 '정치파업'…현장 분위기 "다르다"
민주노총이 실제 총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순수한 의미의 '정치 파업'으로써는 출범 이후 최초다.
그동안의 총파업은 모두 노동계의 요구사항을 전면에 내걸거나 노동법 개정과 관련된 저지 투쟁의 성격이었다. 지난 1996~1997년에 양대 노총이 함께 벌인 총파업도 '노동법 날치기 저지'였고, 지난 2006년 마지막으로 벌인 10여 차례의 총파업도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저지가 목적이었다. 금속노조가 지난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걸고 총파업을 벌인 바 있지만 이는 총연맹 차원의 총파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총파업의 요구 사항은 쇠고기 저지 외에도 대운하 반대, 물가 인하, 한미 FTA 반대, 공기업 민영화 저지 등의 전사회적 이슈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말 그대로 정치파업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총파업만 벌이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민주노총이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180도 다르다. 미국산 쇠고기 뿐 아니라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해서도 각종 '괴담'이 빠르게 확산되며 반대 여론이 거세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분노는 민주노총 조합원이라고 다르지 않다. 상층부 중심의 사안을 놓고 벌였던 그 간의 총파업과 달리 현장에서부터 분노가 나오는 상태인 것이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총파업 참여율을 현재로서 예단할 수는 없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다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덤프·레미콘 및 화물연대 파업과 연계되면 폭발력 가질 듯
당초 민주노총은 올해 초부터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 등을 걸고 6~7월 총력투쟁을 예고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계획된 총력투쟁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획보다 앞서 민주노총이 '총파업' 수순을 밟기 시작하면서 '하투(夏鬪)'의 상이 달라졌다.
지난해 취임한 뒤 "함부로 총파업이라는 말을 꺼내들지 않겠다"고 수 차례 공언했고, 총력투쟁을 얘기하면서도 "총파업에 준하는"이라는 표현만 썼던 이석행 위원장이 마침내 총파업을 결심한 만큼 계획보다 '판도 커졌다'.
게다가 이미 치솟는 유가 문제 등으로 덤프·레미콘 등 건설기계 운전기사들이 오는 16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고, 비슷한 이유로 화물연대도 총파업 계획을 검토 중이다. 물류를 담당하는 화물차와 건설현장의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는 건설기계 운전 노동자들의 파업과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연계될 경우, 저조한 참여율 속에 '말 뿐인 총파업'이라는 조롱을 들었던 이제까지와는 다른 폭발력도 점쳐볼 수 있다.
국민들로부터 시작된 '반(反) 이명박' 전선에 총파업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밝힌 민주노총의 행동이 향후 어떤 정국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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