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는 10일 "1만3000여 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파업 찬반 투표에서 8964명이 참가해 8138명이 총파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90.8%의 압도적 찬성률이다. 앞서 정부가 내놓은 고유가 대책이 사실상 화물차 운전기사들을 '조롱한'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정서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물연대는 일단 오는 12일까지 정부와 교섭을 통해 근본 대책 마련을 시도해보겠다는 계획이다.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최저임금에 해당되는 표준요율제 시행과 운임원가 공개, 운송료 상한제 등이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이다.
하지만 화물연대와 정부의 교섭이 빠른 시일 내에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4개월도 못 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둘러싼 전국민적인 분노에 덧붙여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까지 맞게 된 셈이다.
"오늘 멈출 것 내일로 미루고, 모레로 미뤄왔다"
화물연대는 총파업을 선언하며 "우리는 그동안 대정부 정례협의회를 통해 고유가 정책과 운송료 현실화에 대하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인내를 가지고 대화에 임했다"며 "현장의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화물연대와 정부의 교섭을 바라보며 오늘 멈출 것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 멈출 것을 모레로 미뤄왔지만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나선 직접적인 배경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경유 값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올해 들어서만 5개월 동안 경유 값은 무려 30%나 급등했다.
지난 8일, 정부는 현재 지급되는 유가보조금 지급 시한을 늘리고 ℓ당 1800원을 기준으로 인상분의 50%를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유가 대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이 대책에 대해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2003년 총파업 이후 지속적으로 화물연대가 문제 제기해 온 다단계 주선과 지입제 등 전근대적인 화물 운송 시스템의 해결 없이는 운송 노동자들의 처지가 나아질 수 없다는 것. 때문에 화물연대는 "심지어 화물운송노동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겠다던 2005년 정부 발표보다 못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정부는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최저임금제에 해당되는 표준요율제 도입을 약속했지만 반년이 넘도록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표준요율제 도입을 위한 위원회조차 만들어지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4개월도 못돼 국민 분노에 '물류 대란'까지
사실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이미 시작됐다. 울산, 창원 등 곳곳에서 화물연대 지부들이 운송거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은 총파업 찬반투표 중이던 9일부터 이미 운송거부에 들어갔고, 창원지회 한국철강분회 소속 화물차 노동자들도 파업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총파업에는 비조합원들의 참여율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운송료는 10년 전 그대로인데 기름 값만 천정부지로 뛰고, 화물운송 주선·알선 업체의 '횡포'까지 겹쳐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벼랑 끝' 현실은 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003년 화물연대의 파업보다 더 파장이 큰, 심각한 '물류대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재계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이날 오전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국방부, 국토해양부, 노동부 등 관계기관 실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비해 군용 컨테이너 트럭을 투입하고 비조합원의 파업 참가를 막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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