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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못 살겠다" 덤프·레미콘 16일부터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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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못 살겠다" 덤프·레미콘 16일부터 총파업

"대책은 없고 법도 유명무실"…건설 현장 '부글부글'

"불과 3분 만에 만장일치로 총파업이 결정됐습니다."

이 말은 오는 16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는 덤프트럭, 레미콘, 굴삭기 운전기사들의 '벼랑 끝' 상황을 보여준다. 이들이 "아이들 학교 보내고, 처자식 먹여 살리려면, 운전대 놓고 길거리로 나서는 수밖에 없는" 1차적인 이유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기름 값이다. 단기간에 폭등하고 있는 기름 값으로 수입 대비 유가의 비중이 무려 67%다.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라 반드시 체결해야하는 '건설기계임대차 표준계약서'에는 건설기계 가동에 필요한 기름 값을 건설사가 부담하도록 돼 있지만, 아직까지 현장에서는 '공자님 말씀'일 뿐이다. 그런데 정부 대책은? 없다.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위원장 백석근) 건설기계분과가 총파업을 결의하는데 3분밖에 걸리지 않은 까닭이다. 건설노조는 4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전 조합원이 차량을 끌고 서울 상경 투쟁을 벌인다"고 밝혔다. 이미 개별 현장에서는 운전대를 놓은 기사들로 공사가 중단된 곳이 속속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노조가 전국적으로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화물연대도 오는 6일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총파업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관련 기사 : "치 솟는 기름값 때문에 일할수록 손해입니다") 전국의 건설현장을 움직이는 덤프트럭·레미콘·굴삭기와 물류 수송을 담당하는 화물차가 동시에 멈춰 서는 '경제 대란'이 코앞에 닥치고 있는 것이다.

유가는 2배 올랐는데 운반비는 그대로…'쥐꼬리' 유가보조금도 '남의 떡'
▲덤프트럭, 레미콘, 굴삭기 운전 기사들이 오는 16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사진은 지난 2006년 덤프연대(현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가 총파업을 벌일 때의 모습. ⓒ연합뉴스

백석근 건설노조 위원장은 "현재 조합원들의 정서는 '운전대 놓고 집에서 쉬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조합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가는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올랐는데 운반비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유 값 인상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름만 한 가득이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25톤(t) 트럭 기준으로 한 달에 20일을 일했을 때 매출은 1000만 원. 이 가운데 기종에 따라 편차가 있는 차량 할부금이 280만~350만 원인데 기름 값으로만 현재 670만 원 가량이 들어간다. 세금 낼 돈마저도 안 남는 것이다.

역시 총파업을 검토 중인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그나마 정부로부터 ℓ당 287원의 유가보조금을 받는다. 하지만 건설기계 운전기사들에게는 이마저도 없다. 건설노조는 "운반비 전체 금액 가운에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정도에서 결정돼야 최소한의 생존권이 확보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기름 값은 현금으로 지출해야 하는데, 운반비는 어음으로 받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노조가 올해 초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합원의 37%가 신용불량자였다. 오희택 건설노조 교육선전실장은 "최근 기름 값이 더 치솟아 지금은 신용불량자 비중이 50%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름 값은 건설회사에서 부담해야" 법 있어도 유명무실

건설기계 운전기사들이 기름 값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현실은 사실 '위법'이다.

지난해 개정된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는 의무적으로 '표준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지난 5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포한 표준임대차 계약서에는 건설기계의 하루 가동시간은 8시간으로 하고 유류비는 건설사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건설노조는 "현장에서는 법보다 관행이 우선시되고 사용자들의 법 위반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이어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표준임대차 계약서만 제대로 안착되더라도 건설기계 운전기사들이 유류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정부는 법만 만들어놓고 무대책이다.

때문에 건설노조는 정부를 상대로 △유가급등에 따른 운반비 현실화 △표준임대차 계약서 작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비조합원도 심상치 않다"…이미 '자체 파업' 현장도
▲건설기계분과가 총파업에 들어가면 당장 1만7000대의 덤프트럭과 1800대의 레미콘, 2000대의 굴삭기가 동시에 운행을 멈추게 된다. 당연히 전국 건설현장도 '올 스톱'될 전망이다. 이미 자체적으로 파업이 진행중인 현장도 있다. ⓒ연합뉴스

건설기계분과가 총파업에 들어가면 당장 1만7000대의 덤프트럭과 1800대의 레미콘, 2000대의 굴삭기가 동시에 운행을 멈추게 된다. 당연히 전국 건설현장도 '올 스톱'될 전망이다.

건설기계 운전기사 가운데 비조합원 비중이 조합원보다 높지만, 백 위원장은 "비조합원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유가 폭등으로 인한 생활고는 마찬가지기 때문에 건설노조의 총파업에 동참할 것이라는 얘기다.

흉흉한 현장 분위기는 이미 자체적으로 파업이 진행 중인 곳이 늘어가고 있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전주-광양 고속도로의 전주-남원 구간에 투입된 덤프트럭 운전자들은 지난 1일부터 운행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전주-남원 건설사업단은 현장에서 일하는 하루 평균 800여 대의 덤프 트럭 가운데 50-60%가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논산-전주 간 고속도로 확장공사도 200여 대의 덤프트럭 가운데 100여 대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해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고 말했지만, 화물차와 건설기계 기사들은 "지금처럼 정부가 계속 손 놓고 있다가는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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