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6개월 만에 드디어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든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말이다. 이석행 위원장은 12일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축구 경기를 하려고 했는데 국면이 그렇게 안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1번 타자는 13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 화물연대다. 2번은 오는 16일 총파업을 준비 중인 덤프, 레미콘 등 건설기계 운전기사들이다. 그렇다면 3번 타자는?
"1번과 2번이 안타를 치느냐, 홈런을 치느냐, 3진 아웃 되느냐에 따라 다르다. 1번과 2번 중에 제대로 된 안타 하나 나온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 한반도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등 '정치 파업'을 앞두고 있는 이석행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6월 말, 7월 초가 9회말이다"라며 "요즘 상당히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1번과 2번 중에 제대로 된 안타 하나 나온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에 내가 '내년에 전기, 가스 멈추겠다'고 할 때만 해도 주변에서, 심지어는 내부에서도 '위원장이 너무 허풍이 심하다'고 했었다"며 "하지만 정말 정면 승부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총파업에 대해서도 "아이들이 광장으로 들고 나온 촛불에 복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국민적인 분노에 부응해 민주노총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 총파업을 하려한다는 것이었다.
목적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기조 변화다. 이 위원장은 "공기업 민영화 등 다 미루겠다고? 이명박 대통령 특징이 안 한다고 했다가 또 추진하고 반대하면 또 안 한다고 물러섰다 몰래 또 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확실한 '철회'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
취임 직후부터 "총파업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겠다"고 말했던 이 위원장이다. 공공부문 사유화 등에 맞선 민주노총의 6월 말~7월 초 투쟁 계획도 원래는 '총파업'이 아니라 '총력 투쟁'이었다.
40일 넘게 이어지며 거세진 국민들의 촛불이 민주노총이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게 한 셈이다. 이 위원장은 자신 있는 기색이었다. 비록 "민주노총이 이제 12살인데 파란 띠, 빨간 띠 말고 검은 띠가 돼야 한다"며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전기와 가스 총파업 참가 여부를 묻자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 위원장이 꼽은 4번 타자는 금속노조다. 5번은 철도였다.
철도는 필수공익사업장이라 파업이 쉽지 않다. 지난해에도 파업 전야까지 갔다가 결국 못 했다. 금속노조도 사정은 녹록치 않다. 산별 중앙교섭 때문이다. 특히 금속노조는 대각선 교섭으로 진행 중인 완성차 4사와의 중앙교섭을 올해는 꼭 성사시켜야한다는 부담이 있다. 민주노총과는 '시간표'가 다른 것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산별교섭도 결국 이명박 대통령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이 바뀐 뒤 '산별 교섭 안 해도 된다'고 정부에서 그러니까 되던 산별교섭도 안 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나는 선수로 뛰려다가 감독이 되기로 했다"는 이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이명박 정부와의 전면승부를 제대로 붙어 보겠다"고 다짐하는 이 위원장의 뜻대로, 이름만 '총파업'이었던 과거와 다른 양상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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