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北 변하는만큼 南도 변해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北 변하는만큼 南도 변해야"

<리영희선생 강연> "한국사회, 우익편향의 이념적 불구"

"북한이 변하는만큼 남한도 바뀌어야 한다."
"남한 사회의 극우반공 일색의 이념적 불구는 체제 수렴적 통합을 위해 극복해야 할 일차적 극복과제이다."
"변해왔고, 더 변할 가능성이 있는 북한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기회를 봉쇄하고 붕괴를 기다리는 미국식 전략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북한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리영희 선생이 또 한차례 사자후를 터트렸다.

***"요즘 통일논의가 공허하다"**

13일 오후 4시부터 광화문 통일포럼 초청으로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대강당에서 '2004년 한반도 정세와 통일전망'이라는 주제로 2시간 동안 행한 강연에서 리 선생은 통일방식으로 '체제수렴적 통합'을 제시했다.

리 선생은 현재의 통일논의가 "통일에 이르는 과정과 절차 그리고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에 대해 생략하고, 단지 추상화된 개념인 '통일'에 매달려 내용이 공허해지고, 단순해지고 있다"고 비판한 뒤 "우리의 고민은 통일에 이르는 과정, 즉 '남과 북의 화해와 공존은 어떻게 가능할까' '남과 북의 협력과 번영을 가로막는 것들은 무엇인가'라는 중간단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 선생은 이어 "남과 북이 화해와 공존을 위해서는 상호 체제수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며 "체제수렴적 통합이란 다름 아니라 '북한이 변하는 만큼 남한도 변해야 한다. 그래서 두 체제가 거의 비슷한 성격의 체제로 수렴한 뒤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 우익 편향의 이념적 불구상태"**

리 선생은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는 우익 편향의 이념적 불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이념적 불구는 북한 사회의 사상, 생활, 가치관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줄 것인만큼 남한 사회의 극우반공 일색의 이념적 불구는 체제 수렴적 통합을 위해 극복해야 할 일차적 극복과제"라고 역설했다.

리 선생은 또 "어떤 이는 '북한이 너무나 이질화 되어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하나 나는 북한의 이질화란 것에 대해 많은 의문점을 가지고 있다"며 "왜냐하면 여기서 말하는 이질화란 오로지 남한을 기준으로 한 이질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리 선생은 "이는 일방적이고, 자기모순적인 발상"이라며 "남한 사회도 북한 사회만큼 이질화가 심하다는 사실은 애써 감추려는 이유는 무엇이냐. 이런 식의 사고, 철학의 빈곤, 자기 기만적인 착각에서 하루빨리 뛰쳐 나와야 한다"고 질타했다.

리 선생은 남북이 지향해야 할 체제수렴적 통합 모델과 관련, "남북한 상호 이질화를 해소해 접근할 수 있는 사회상을 말하라면, 게마인샤프트(공동사회)적인 사회"라며 "사회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비록 개인이 소유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사회, 개개인은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북한, 변해왔고 더 변할 것"**

리 선생은 또 최근의 북한 변화와 관련, "북한이 과거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은 1982년 합영법 실시 이후 20년 사이에 더디지만 60개 이상의 자본주의적 법률을 제정하는 등 점진적으로 시장경제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 선생은 "개인의 창의성, 자율성을 위해 경직된 사회주의적인 규범들을 내던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의 변화는 필연적"이라며 "인간이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겠다는 열망은 어느 사회나 동일하다. 북한은 분명히 변한다"고 주장했다.

리 선생은 "변해왔고, 더 변할 가능성이 있는 북한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기회를 봉쇄하고 붕괴를 기다리는 미국식 전략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북한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큰 시각'을 제시한 것으로써 이날 강연을 끝냈다.

이날 리 선생을 초청한 '광화문통일포럼'은 지난해 10월 통일관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소장학자, 전문직 종사자 등이 함께 모여 만든 단체로, 매달 월례 포럼을 갖고 남북관련 주요현안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날 리영희 선생 초청 강연은 4번째 월례포럼을 대신해 열렸다.

다음은 리영희 선생의 강연 요지다.

***체제 수렴적 통합이 되어야**

사람들은 '통일은 어떻게 해야한다'라고 주장하거나, 혹은 '어떻게 해야합니까?'라고 저에게 묻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전 '통일'이란 말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국토, 하나의 체제, 하나의 정부를 의미하는 통일은 제가 보기엔 너무나 먼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이는 시, 공간적으로 멀다는 의미와 함께 통일에 이르는 과정 즉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는 논의의 심급이 너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남북관계에 대한 논의가 생산적이고 실질적이기 위해서는 '통일'이 아니라 '과정'을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에 이르는 과정과 절차 그리고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에 대해 생략하고, 단지 추상화된 개념인 '통일'에 매달리는 건 내용이 공허해지고, 단순해지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저의 고민은 통일에 이르는 과정 다시 말해 그 중간단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즉 '남과 북의 화해와 공존은 어떠한 방식으로 가능할 것인가', '남과 북의 협력과 번영을 가로막는 것들은 무엇인가' 등으로 저의 문제의식을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45년 해방 이후 남북이 서로 다른체제로 갈라져 수십년을 살아오면서 생긴 물리적, 정신적 거리감을 해소하고, 1991년 남북합의와 같이 전쟁없이 화해하고 협력하는 문제까지가 저의 인식대상이고 고민대상입니다.

남과 북이 화해와 공존을 위해서는 상호 체제 수렴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통일에 대한 논의는 많습니다. 어떤 이들은 막강한 군사력, 경제력을 바탕으로 흡수통일을 해야한다고 하고, 수구반공세력들은 한미 공조를 더욱 강화해 북한을 경제적, 군사적으로 고립시킨 뒤 군사무력으로 병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또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처럼 남북 당국과 민중 사이에 교역과 상호협력을 통해 점진적 관계개선을 한 뒤 북한 사회가 스스로 개방하고, 변화해 자연스런 북한 체제의 소멸을 기대하는 햇볕정책도 있습니다. 저는 앞서도 말했지만 통일을 논의하기에 앞서 통일로 가기위한 제반 여건 즉 과정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말하는 체제 수렴적인 통합이란 다름 아니라 '북한이 변하는 만큼 남한도 변해야 한다. 그래서 두 체제가 거의 비슷한 성격의 체제로 수렴한 뒤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독일통일의 시발점은 1972년입니다. 동독과 서독이 72년에 재통합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 때 이미 양 체제는 상호 적대시 정도와 불신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상당히 접근을 했습니다. 이 접근도는 91년 우리가 남북합의를 했을 때 남북 양국간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물론 당시 동독 공산당 올브리트 서기장은 '일정한 기간 동안 한 민족 혹은 정치단위가 경험을 달리하면 각 집단은 과거에 하나의 민족, 국가일지라도 별개의 민족, 국가가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독일 민중의 전반적인 정서는 이미 올브리트 서기장의 테제는 부정되었고, 상당 수준 화해적, 상호융합적이었습니다.

독일에 체류한 적이 있을 때 과거에 동독의 시민이던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는 통일 후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자유를 향휴하게 된 것에 매우 만족한다면서도, 자본주의 문화의 부정적인 면에 대한 두려움을 표했습니다. 살인, 강도, 부패 등 사람들 사이에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과 놀라움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선 너무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임에도 그는, 그러한 사회악 즉 힘을 가진 자가 모든 걸 차지하는 새로운 사회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건강한 재통합을 위해서는 사전에 체제 수렴을 위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알 수 있습니다. 독일이 재통합 전에 상당수준 정치, 사회, 문화적 접근을 성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 후 느끼는 놀라움과 충격은 그리 작지 않았습니다. 이 점에 비추어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 체제 수렴적 통합의 노력을 기울였나, 남북이 얼마나 서로 접근을 했나'에 대해 반성할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 이념적 불구를 넘어야**

다소 무리한 비교이지만, 통일 이전의 서독과 현재 남한 사회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서독은 표면적으로 사회민주당과 공산당이 오랜 시간 동안 정치사회에 뿌리박고 있었습니다. 사민당도 정권을 잡고, 보수 정당과 아무런 알레르기 없이 정권을 넘겨주고 받았습니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서독 일반 사람들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와 같은 반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이는 서독 시민사회가 동독 사회를 이해할 감정적, 이성적 여유를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반해 우리 사회는 어떠합니까? 여전히 사상의 이유로 법적 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있습니다. 제도권 정당에도 최소한 사민주의를 전면에 내건 정당이 출범한지 불과 몇 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한국 사회는 우익 편향의 이념적 불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념적 불구는 북한 사회의 사상, 생활, 가치관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줄 것입니다. 남한 사회의 극우반공 일색의 이념적 불구는 체제 수렴적 통합을 위해 극복해야 할 일차적 극복과제입니다.

남북한 재통합에 있어서 어떤 이는 '북한이 너무나 이질화 되어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합니다. 전 북한의 이질화란 것에 대해 많은 의문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말하는 이질화란 오로지 남한을 기준으로 한 이질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일방적이고, 자기모순적인 발상입니다. 남한 사회도 북한 사회만큼 이질화가 심하다는 사실은 애써 감추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런 식의 사고, 철학의 빈곤, 자기 기만적인 착각에서 하루빨리 뛰쳐 나와야 합니다.

우리도 이질화되었고, 북한도 이질화 되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신격화 정책으로 민중이 소외되었습니다. 한 개인에 대한 신격화는 민중 개개인의 인간의 존엄, 자기 운명 결정의 권리를 사장시켰습니다. 우리의 경우 해방 이후 급속히 유입된 미국식 저질 자본주의적 문화가 너무 만연합니다. 한 예가 친족 살인, 폭력 사건입니다. 이러한 반인간적 범죄가 횡행하는 건 모든 갈등은 피로써, 무력으로써 해결하려는 가치관, 즉 미국식 약육강식적 자본주의 문화의 영향이 큽니다. 이렇듯 이질화에 대해 논할 때 누가 누구보다 더 하다는 식이 아니라 각자 이질화 된 모습들을 찾아내고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일 겁니다.

좀 어려운 용어이지만, 게마인샤프트(공동사회), 게젤샤프트(이익사회)란 말이 있습니다. 게젤샤프트 사회의 특징은 모든 것이 독점되어 있고, 개개의 소유가 철저하고, 이 관련 법률이 잘 정비되었다는 것입니다. 게젤샤프트 사회는 제가 보기엔 물질적 소유의 지나친 강조로 인간이 물질화될 수 있어 반인간적인 사회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남북한 상호 이질화를 해소해 접근할 수 있는 사회상을 말하라면, 게마인샤프트적인 사회입니다. 사회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비록 개인이 소유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개개인은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그런 사회가 게마인샤프트입니다.

***변화하는 북한에게 기회를 주어야**

북한이 과거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1982년 합영법 실시 이후 20년 사이에 더디지만 60개 이상의 자본주의적 법률을 제정하는 등 점진적으로 시장경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변화는 필연적입니다. 개인의 창의성, 자율성을 위해 경직된 사회주의적인 규범들을 내던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겠다는 열망은 어느 사회나 동일합니다. 북한은 분명히 변합니다.

변해왔고, 더 변할 가능성이 있는 북한에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기회를 봉쇄하고 붕괴를 기다리는 미국식 전략은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북한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